이승만 제대로 알자…'건국전쟁' 韓영화 1위 껑충→파죽지세 흥행 왜?

누적 40만 돌파 임박…'시민덕희' 꺾고 5만 명대 동원
한동훈·나얼 등 관람 인증…강원래 관람포기 일화까지
총선 앞두고 영화도 정치 양극화…현대사 관심도 한몫
전체 일일 관객수 줄어든 탓도…연휴 韓영화 힘 못써
  • 등록 2024-02-14 오전 8:48:00

    수정 2024-02-14 오전 8:48:0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업적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감독 김덕영)이 ‘시민덕희’(감독 박영주)를 제치고 전체 박스오피스 2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구정 연휴가 끝난 직후 극장을 찾는 전체 관객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건국전쟁’만큼은 정치권의 관람 열풍과 화제성, 입소문에 힘입어 증가하는 모양새다.

14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건국전쟁’은 전날 하루동안 5만 2217명을 동원하며 전체 박스오피스 2위에 올라섰다. 그전까지 2위에 자리했던 ‘시민덕희’를 제친 것. 특히 3위로 내려간 ‘시민덕희’를 2배에 가까운 압도적 관객수로 따돌렸다. 한국 영화들 기준으로는 박스오피스 1위다. 이대로면 여전히 1위를 달리고 있는 ‘웡카’(7만 3328명)의 관객 수도 따라잡을 기세다. 누적 관객 수는 38만 2160명이다. 이날 중 40만 돌파가 확실하다.

‘건국전쟁’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국내외 연구자들의 증언과 사료를 바탕으로 그간 일부에 의해 독재자, 기회주의자로 폄훼됐던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재조명, 재평가해 주목받고 있다. 2021년부터 김덕영 감독이 약 3년에 걸쳐 만든 작품으로 알려졌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사진, 그의 주변 인물들, 국내외 정치 역사 전문가들의 인터뷰 등이 담겨 있다. 영화는 제도 교육이 알려주지 못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숨겨진 업적과 노고를 보여주는데 집중한다. 특히 김 감독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서 직접 입수해 1954년 이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 ‘영웅의 거리’에서 카퍼레이드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이 영화에서 최초 공개돼 눈길을 끈다.

‘건국전쟁’은 여권 등 보수진영 정치인과 지지세력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관람 행태를 보이는가 하면, 실관람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조용히 흥행 신드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개봉한 천만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이나 지난달 초 개봉한 ‘길위에 김대중’이 오는 4월 열릴 총선을 앞두고 야권을 결집시키는 문화적 구심력으로 활약한 바 있다. ‘건국전쟁’은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여권을 결집시키며 관람 열풍을 낳고 있다. 앞서 개봉해 흥행했던 ‘길위에 김대중’보다도 가파른 흥행세다.

특히 ‘건국전쟁’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가수 나얼 등의 관람이 알려지며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던 관객들에게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극장에서 비대위원장실 관계자들과 ‘건국전쟁’을 관람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관람을 마친 뒤 영화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강원래 페이스북)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건국전쟁’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김덕영 감독은 13일 자신의 SNS에 “유인촌 장관께서 어제 영화 ‘건국전쟁’을 관람하셨다”며 “‘건국전쟁’ 보기 릴레이가 대한민국 국무위원들로 이어지는 것 같다. 영화감독 입장에선 진심으로 감사하고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정치지도자라면 외눈박이 역사관에 매몰되지 말고 이승만의 공은 공대로, 과는 과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가수 나얼은 전날 밤 ‘건국전쟁’의 포스터와 함께 영화 관람 후기로 추정되는 게시글을 게시했다가 일부 야권 성향 누리꾼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가수 강원래 역시 최근 가족들과 함께 ‘건국전쟁’을 보러 갔다가 휠체어로 계단을 오를 수 없어 관람을 포기해야 했다는 일화를 알려 눈길을 끌었다.

김덕영 감독은 ‘건국전쟁’을 제작한 이유로 “독재자, 부정선거의 주역 같은 왜곡된 오명이 벗겨지길 바라는 마음에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는 이승만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빚을 지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건국전쟁’의 이례적 흥행이 총선을 앞두고 포착되는 정치 양극화가 문화에서도 이어지는 움직임이란 분석이다. 새해에 접어들며 극장을 찾는 전체 일일 관객수가 하락하고,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한국 상업영화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도 한몫한다고도 부연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앞서 천만 관객을 돌파한 ‘서울의 봄’의 흥행은 현대사를 향한 국민적 관심이 이렇게나 높다는 것을 입증한 대목이었다”며 “‘건국전쟁’의 흥행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또 지금 세대는 이승만이란 인물은 알지만, 자세히는 잘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파악해보고 싶은 지적 욕구도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향한 갑론을박과 함께 실관람객들 사이에서 입소문도 이어진다. CGV가 실관람객들의 반응을 종합해 만든 지표인 CGV에그지수도 93%(만점 100%)로 상위권이다. 영화를 본 누리꾼들은 “이런 영화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자료를 근거로 객관적으로 대한민국 건국에 대해 알 수 있는 너무 좋은 영화” 등 호평을 보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 “이 전 대통령의 몰랐던 업적과 건국 1세대의 노고를 알 수 있어서 유익했지만, 비판적 시각도 함께 담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 섞인 반응도 나온다. 또 “아무리 공이 크다 한들 그 공이 과들을 덮을 순 없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 ‘건국전쟁’은 지난 1일부터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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