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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밤 방송된 KBS1 ‘다큐 인사이트’에서는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의 55년 연기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지난 1966년 TBC 공채탤런트 3기로 데뷔, 드라마 ‘장희빈’과 영화 ‘화녀’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윤여정은 1973년 결혼 후 미국으로 떠난 뒤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 그런 그는 이혼 후 1985년 다시 대중 앞에 섰다.
윤여정은 각종 인터뷰들을 통해 당대 이슈였던 이혼 여성 프레임으로 인해 캐스팅이 쉽지 않았지만,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역할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연기했다고 털어놓은바 있다. 윤여정은 이에 배우를 포기하려 했지만, 재능을 썩히지 말라는 김수현 작가의 조언에 다시 용기를 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김수현 작가가 윤여정에게 “내 작품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연기를 잘해서 인정해 주지 않고, ‘김수현 덕’이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충고해 두 사람이 함께 작품을 하지 않기로 맹세했다는 일화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아무도 윤여정을 작품에 써주지 않자 결국 윤여정은 김수현 작가와 ‘사랑과 야망’부터 ‘사랑이 뭐길래’, ‘모래성’,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열연을 펼쳤다. 그는 주로 지적인 역할, 직장 여성으로 주관이 뚜렷한 역할을 도맡아 연기했다. 이에 당시 시청자들은 비호감을 표출하며 윤여정의 역할과 연기에 항의하기도 했다.
또 자식 결혼을 반대하는 드라마 속 전형적인 어머니 역할을 맡기도 했던 윤여정이 자신의 이념과 다른 이야기를 연기하고 힘들어했다고도 전했다. 노희경 작가는 “환갑이 되면 애들 다 키워놓고 들어갈 돈이 없을 때, 돈 생각 안 하고, 하고 싶은 역할, 공감되는 역할 해도 되지 않아?”라고 입버릇처럼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윤여정은 “내 새끼 둘, 먹여 살려야 된다. 교육시켜야 한다. 난 내 새끼 둘 어머니 역할을 너무 끔찍하게 했기 때문에 국민 어머니는 됐다”라고 말했다.
노희경 작가는 윤여정에 대해 “도전해 볼 만한 것에 자신을 던진다. 선견지명이 있었다. 다양함을 요구하는 시대가 온다는 걸 아시고 있었던 거 같다. 생계든 뭐든 압박이 있었을 테지만 견디고 종국엔 원하는 대로 쟁취하신 것 같다. 젊은 감독, 작가들은 그런 선생님 보며 독특한 역할, 도전하고 싶을 때 좋은 파트너로 같이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박근형은 드라마 ‘장희빈’에서 숙종 역할로 장희빈 윤여정과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박근형은 당시 윤여정에 대해 “사극에서 여자가 주인공인데 사악함 사랑 애절함 다 들어 있어 인기가 하늘을 찌를 듯 했다”며 “연기와 대사법이 그때부터 특이했다. 영화 ‘화녀’ 이후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고 본다”고 회상했다.
김영옥은 윤여정이 이혼 후 복귀해 역할을 가리지 않고 연기를 펼친 것에 대해 “윤여정 입장에서는 큰 작품을 하다가 갔기 때문에 쉽게 그런 것 하기 그렇지 않았을까 해도 밥 벌어먹기 위해 했다고 이야기하더라”라고 말했고, 강부자 역시 “언니 나 소녀가장이야 난 벌어야 해 늘 그렇게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영화 ‘미나리’에 함께 출연한 한예리는 “선생님 용기가 제일 대단하게 느껴졌다. 저는 지금 내가 잘한 건가 생각하면서 조금 겁이 났는데 선생님은 끊임없이 도전하신다. 두려움 없이”라며 “선생님과 둘이 매니저 없이 딱 왔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 거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하셨는데 그런 용기가 부러웠다. 나도 나이 먹을수록 안주하지 말고 좀 더 용기내고 해보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자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한편, KBS1 ‘다큐 인사이트’는 정통 다큐의 맥을 유지하며 소재와 형식을 뛰어넘은 다큐멘터리의 즐거운 뒤집기 프로그램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