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김희애와 박해준을 둘러싼 뒤얽힌 관계들이 거세게 흔들렸다. 지독하게 서로의 목을 졸랐던 지선우(김희애 분)와 이태오(박해준 분)의 파국이 또 다른 부메랑이 되어 덮쳐왔다. 고산역에서 발생한 의문의 죽음과 피가 묻은 채 나뒹구는 민현서(심은우 역)의 목도리는 충격을 안겼다. 꼬일 대로 꼬여 팽팽하게 당겨진 관계의 실타래가 기어이 끊어지며 맞은 엔딩은 거센 후폭풍을 예고했다.
서로를 향해 죽일 듯 달려드는 지선우와 이태오, 관계는 끝났으나 감정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둘 중 한 사람이 완전히 망가져야 그 실체가 명확히 보일 것”이라는 김윤기(이무생 분)의 말에 여병규(이경영 분)는 “불씨가 남아있다면 기름을 부어서라도 확인해야 한다”라며 여다경(한소희 분)을 위해 끝을 보겠노라 결심했다. 박인규(이학주 분)로부터 “당장 내 눈앞에서 치워버리지 않고 못 배기는 거, 둘 중 하나는 끝장을 봐야 하는 거, 그거 사랑”이라는 비아냥을 들은 이태오는 들끓는 분노로 지선우를 찾아갔다. 과거 이태오, 이준영(전진서 분)과 행복했던 때의 영상을 보며 씁쓸함에 젖어있던 지선우. 이태오는 그런 지선우를 향해 “설마, 내가 돌아 와주길 바라고 있냐”라며 “내 눈앞에서 사라져주라. 너만 없으면 내 인생은 완벽하다. 버티면 나도 내가 무슨 짓 할지 몰라. 그러니까 제발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고 몰아붙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완벽한 세계였던 두 사람은 이제 상대를 인생에서 도려내야만 완벽해질 수 있었다. 지선우는 그 현실의 낙차를 체감하며 몰아치는 감정을 온몸으로 받아냈다.
그러나 힘겹고 외로운 상황에서도 지선우는 도망치지 않았다. 이태오의 비틀린 복수심은 지선우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이태오의 계략으로 고예림(박선영 분)과 손제혁(김영민 분)이 결국 무너진 것. 손제혁은 지선우에게 “나처럼 당하기 싫으면 정신 똑바로 차려. 그 새끼 돌았어”라고 조언했다. 이태오를 막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했고 지선우는 박인규가 이태오의 사주로 자신을 위협했다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찾아갔다. 하지만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었고 폭주하는 박인규에 “제발 그만해 박인규, 인생을 망치기엔 아직 젊잖아”라고 일침을 날렸다. 지선우는 박인규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울산으로 떠나는 민현서를 배웅했다. 따뜻한 말은 없었지만, 목도리를 둘러주는 지선우의 마음을 민현서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박인규가 민현서를 쫓아 고산역에 오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다급하게 도망치던 민현서, 그리고 차에 두고 간 물건을 돌려주기 위해 되돌아온 지선우가 사고의 현장을 목격하게 됐다. 구급대원 들것에 실려 가는 누군가의 핏자국 옆에 지선우가 민현서에게 둘러준 목도리가 떨어져 있었다. 누구도 예측 못 한 충격 엔딩은 거센 후폭풍을 예고했다.
격렬했던 파국의 파편은 부메랑처럼 돌아와 두 사람의 주변부터 상처 내고 있다. 여다경의 불안은 관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흔들리며 괴로워하는 이준영의 상처는 손 쓸 수 없을 만큼 곪아가고 있다. 지선우와 이태오의 파국에 휘말렸던 고예림과 손제혁은 상처를 봉합하고 나아지고 있었지만, 이태오의 복수로 무너져 내렸다. 지선우와 이태오를 둘러싸고 있던 거미줄 같은 관계가 기어이 끊어졌다. 이제 밖에서부터 불어오는 또 다른 소용돌이가 두 사람을 덮치려 하고 있다.
한편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매주 금, 토요일 오후 10시 50분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