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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한국시간) 멕시코 차풀테펙 골프클럽(파17)의 15번홀. 569야드로 길지 않은 파5 홀이어서 반드시 버디를 잡아내야 하는 홀이다. 우즈의 티샷은 325야드를 날아가 페어웨이에 잘 떨어졌다. 남은 거리는 247야드. 골프장이 해발 고도 500m 지점에 있어 일반 골프장보다 거리가 더 많이 나가는 편이었기에 충분히 아이언으로 2온 공략이 가능했다. 우즈는 5번 아이언을 잡고 그린을 공략했다. 아쉽게 그린 오른쪽 벙커에 들어갔지만, 버디를 노릴 수 있는 기회는 남아 있었다. 우즈에게 벙커샷은 그리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
우즈는 전날 9번홀(파4)에서는 절묘한 벙커샷으로 황제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우즈의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 벙커에 들어갔다. 벙커 앞쪽으로 커다란 나무가 지키고 있어 그린으로 공을 직접 날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우즈의 선택은 상상을 뛰어 넘었다. 약 123m를 남긴 지점에서 그린 왼쪽을 겨냥했다. 그리고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페이드샷(왼쪽으로 날아가다가 오른쪽으로 휘어지면서 떨어지는 구질)으로 그린을 노렸다. 우즈는 샷을 한 뒤 클럽을 잡은 두 손을 한 바퀴 돌리며 꼬듯 희한한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공은 원하는 대로 날아갔다. 그린 왼쪽을 향해 날아가다 오른쪽으로 휘어지면서 떨어졌고 그린에 안착한 공은 오른쪽으로 사이드 스핀까지 걸려 홀 옆에 바짝 붙었다. 아쉽게 퍼트가 빗나가 파에 만족했으나 우즈가 아니면 하기 어려운 샷이었다. 미국 현지 매체에선 ‘올해의 샷’이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충격은 다음 홀까지 이어졌다. 우즈는 16번홀에서 약 11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친 데 이어 다시 1.5m 거리의 파 퍼트를 실수하면서 3퍼트 보기를 적어냈다. 우즈가 연속 2개 홀에서 4퍼트와 3퍼를 한 건 1996년 PGA 투어 데뷔 이후 2만2640홀 경기 만에 처음이다.
2라운드까지 9타를 까먹으며 최하위권으로 밀려났던 안병훈(28)은 이날 7언더파를 몰아치며 공동 46위(2오버파 215타)로 올라섰다. 박상현(36)은 70위(14오버파 227타)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