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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 팬인 직장인 A(35) 씨가 최근 티켓 구입에 쓴 금액이다. 모든 티켓은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음악 방송 추첨에서 탈락했다. 발을 동동 구르던 A씨의 선택은 ‘협찬 티켓’이었다. 트위터에서 원하는 공연을 검색하자 ‘업자’들의 글 수십 건이 올라왔다. 약 1만 석 규모 행사장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정상가 1만 원이지만 이른바 암표 가격은 30만 원을 넘었다. 티켓 확보 여부도, 좌석 위치도 깜깜이다. “단독 콘서트는 300만원 암표도 있다”는 소식에 A씨는 눈을 딱 감고 돈을 보냈다.
◇암표의 다른 이름, ‘협찬 티켓’
이른바 ‘암표 2라운드’다. 티켓 재판매 시장이 일종의 산업 수준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이후 한류스타와 K팝 가수의 해외 진출을 함께 했던 일부 영세 여행사나 업자들이 그 중심에 있다. 여행업으로 정식 사업등록을 했지만, 사실상 국내외 팬들을 상대로 공연 티켓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량 구매부터 인맥을 통한 초대권까지 이들의 티켓 조달 방법은 다양하다. 요즘엔 ‘협찬 티켓’이 등장했다. 일부 애매처가 대량 구매를 아예 막자 나타난 풍선 효과인 셈이다. 업자는 정상가보다 약간의 웃돈을 주최 측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손쉽게 티켓을 얻는다. 주최 측으로선 예매처 등을 통해 복잡한 정산을 거치는 대신 빠르게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출연 가수가 공개된 후 주최 측에 업체(자)가 먼저 제안하기도 하고, 주최 측이 나서 모집하는 사례도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콘서트 라인업 발표와 함께 현금 협찬 제안 전화만 수십 통 받았다”며 “협찬을 하는 대신 소량의 티켓을 요구하는데, 되도록 앞자리라는 조건이 붙는다”고 말했다.
‘협찬 티켓’은 관행이었지만 최근 부작용이 커졌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정식 판매 계약을 맺지 않고 ‘협찬 티켓’을 판매하면 불법이다. ‘협찬 티켓’이 SNS에서 ‘티켓 대행’으로 둔갑해 버젓이 팔리지만 번거로움 탓에 모른 척한다는 비판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폭리를 취하는 일부 ‘업자’들이다. 인기 아이돌, 이른바 ‘엑방원’(엑소·방탄소년단·워너원)이 포함되면 ‘협찬 티켓’의 단가는 더욱 높아진다. 정상가 3~4배는 기본이다. 해외 투어처럼 구하기 힘든 공연일수록 부르는 게 값이다. 추첨으로 무상 배부되는 티켓도 암표로 둔갑한다. “국내외 막론 판매 목적 티켓은 없다”는 방송국 입장과 달리 기자가 ‘협찬 티켓’ 전문업자에게 연락하자 “KBS2 ‘뮤직뱅크’는 최소 1주일 전 예약해야 하고, 가격은 장당 20만원”이란 답을 얻었다.
◇솜방망이 처벌 개선해야…“사지 않는 노력도 필요”
일각에선 수요가 있어 공급이 있다고 말한다. 구입자가 없다면 자연스럽게 ‘협찬 티켓’도 사라진다는 의미다. 소속사에선 정식 판매 계약을 맺지 않고 공식 판매처 외 기타 온·오프라인에서 유통되는 티켓은 모두 불법이라고 주기적으로 안내한다. 사업자 등록을 한 판매자에게 구입해도 암표가 명백하다면 소비자 구제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점점 느는 추세다. 온라인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5일 기준 누적 피해물품 중 티켓/상품권(3만987건)이 휴대전화(5만8117건)에 이어 TOP2다.
처벌부터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경범죄처벌법 제3조 2항에 따르면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하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 등을 되파는 경우 ‘암표 매매’로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현장판매’에 한하기 때문에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투입된다. 이재원 한양대 겸임교수는 “‘협찬 티켓’은 ‘비정상적인 일상’”이라며 “꾸준한 모니터링 등 소속사 차원에서도 노력하지만, 규모가 큰 공연일수록 다양한 업체와 관계자들이 포함돼 엉뚱하게 ‘새는 티켓’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스는 이어 “이를 잡아내는 노력이나 비용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는 점에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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