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표2라운드]①협찬 티켓, 합법과 불법 사이

  • 등록 2018-09-06 오전 6:05:00

    수정 2018-09-06 오전 6:05:00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콘서트 50만원, 시상식 30만원, 음악 방송 20만원.”

그룹 방탄소년단 팬인 직장인 A(35) 씨가 최근 티켓 구입에 쓴 금액이다. 모든 티켓은 예매 오픈과 동시에 매진됐다. 음악 방송 추첨에서 탈락했다. 발을 동동 구르던 A씨의 선택은 ‘협찬 티켓’이었다. 트위터에서 원하는 공연을 검색하자 ‘업자’들의 글 수십 건이 올라왔다. 약 1만 석 규모 행사장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정상가 1만 원이지만 이른바 암표 가격은 30만 원을 넘었다. 티켓 확보 여부도, 좌석 위치도 깜깜이다. “단독 콘서트는 300만원 암표도 있다”는 소식에 A씨는 눈을 딱 감고 돈을 보냈다.

◇암표의 다른 이름, ‘협찬 티켓’

이른바 ‘암표 2라운드’다. 티켓 재판매 시장이 일종의 산업 수준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이후 한류스타와 K팝 가수의 해외 진출을 함께 했던 일부 영세 여행사나 업자들이 그 중심에 있다. 여행업으로 정식 사업등록을 했지만, 사실상 국내외 팬들을 상대로 공연 티켓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대량 구매부터 인맥을 통한 초대권까지 이들의 티켓 조달 방법은 다양하다. 요즘엔 ‘협찬 티켓’이 등장했다. 일부 애매처가 대량 구매를 아예 막자 나타난 풍선 효과인 셈이다. 업자는 정상가보다 약간의 웃돈을 주최 측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손쉽게 티켓을 얻는다. 주최 측으로선 예매처 등을 통해 복잡한 정산을 거치는 대신 빠르게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출연 가수가 공개된 후 주최 측에 업체(자)가 먼저 제안하기도 하고, 주최 측이 나서 모집하는 사례도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콘서트 라인업 발표와 함께 현금 협찬 제안 전화만 수십 통 받았다”며 “협찬을 하는 대신 소량의 티켓을 요구하는데, 되도록 앞자리라는 조건이 붙는다”고 말했다.

◇돌아온 건 “저희는 모르는 일”

‘협찬 티켓’은 관행이었지만 최근 부작용이 커졌다는 게 업계 이야기다. 정식 판매 계약을 맺지 않고 ‘협찬 티켓’을 판매하면 불법이다. ‘협찬 티켓’이 SNS에서 ‘티켓 대행’으로 둔갑해 버젓이 팔리지만 번거로움 탓에 모른 척한다는 비판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폭리를 취하는 일부 ‘업자’들이다. 인기 아이돌, 이른바 ‘엑방원’(엑소·방탄소년단·워너원)이 포함되면 ‘협찬 티켓’의 단가는 더욱 높아진다. 정상가 3~4배는 기본이다. 해외 투어처럼 구하기 힘든 공연일수록 부르는 게 값이다. 추첨으로 무상 배부되는 티켓도 암표로 둔갑한다. “국내외 막론 판매 목적 티켓은 없다”는 방송국 입장과 달리 기자가 ‘협찬 티켓’ 전문업자에게 연락하자 “KBS2 ‘뮤직뱅크’는 최소 1주일 전 예약해야 하고, 가격은 장당 20만원”이란 답을 얻었다.

손해는 팬들이 입는다. 오로지 현금이 오가고, 출연자 불참 등을 이유로 환불도 불가하다. 계약금만 챙겨 연락 두절되는 일은 허다하다. 1장의 티켓을 여러 장으로 위조, 2명 이상의 사람이 구입해 누구도 입장하지 못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진다. 티켓 운영 방식은 주최 측의 소관이지만, 편리성 등을 이유로 ‘대행 티켓’이 늘어나면서 정상가로 티켓을 구입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진다. 주최 측의 모르쇠 탓에 팬들의 지갑만 축난다고 팬들은 분노한다.

◇솜방망이 처벌 개선해야…“사지 않는 노력도 필요”

일각에선 수요가 있어 공급이 있다고 말한다. 구입자가 없다면 자연스럽게 ‘협찬 티켓’도 사라진다는 의미다. 소속사에선 정식 판매 계약을 맺지 않고 공식 판매처 외 기타 온·오프라인에서 유통되는 티켓은 모두 불법이라고 주기적으로 안내한다. 사업자 등록을 한 판매자에게 구입해도 암표가 명백하다면 소비자 구제도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점점 느는 추세다. 온라인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 더치트에 따르면 5일 기준 누적 피해물품 중 티켓/상품권(3만987건)이 휴대전화(5만8117건)에 이어 TOP2다.

처벌부터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경범죄처벌법 제3조 2항에 따르면 정해진 요금을 받고 입장하는 곳에서 웃돈을 받고 입장권 등을 되파는 경우 ‘암표 매매’로 2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현장판매’에 한하기 때문에 상당한 노력과 비용이 투입된다. 이재원 한양대 겸임교수는 “‘협찬 티켓’은 ‘비정상적인 일상’”이라며 “꾸준한 모니터링 등 소속사 차원에서도 노력하지만, 규모가 큰 공연일수록 다양한 업체와 관계자들이 포함돼 엉뚱하게 ‘새는 티켓’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스는 이어 “이를 잡아내는 노력이나 비용에 비해 처벌이 가볍다는 점에서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자인=문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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