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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는 간단하다. 시작은 ‘토르: 라그나로크’(2017) 엔딩 직후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을 비롯한 히어로들이 힘을 모아 빌런 타노스(조슈 브롤린 분)를 대적한다. 인피니티 건틀린을 착용한 타노스의 힘은 압도적이다. 어벤져스 원년 멤버부터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분),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 분)까지 20명이 넘는 히어로들이 집결하는 이유다.
◇스포를 알아도 몰라도 괴롭다…누가 죽나
‘어벤져스3’는 이별을 앞둔 밑그림이다. 내년 5월 후속인 ‘어벤져스4’가 개봉 예정이다. 이를 끝으로 지난 10년 동안 이어진 MCU가 일단락될 전망이다. 세대교체를 위해 기존 히어로들의 퇴장은 필연적이다. 일부 출연 배우는 인터뷰에서 ‘어벤져스4’를 끝으로 하차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보는 내내 긴장할 수밖에 없다. 러닝타임 149분 대부분이 격투신에 할애된다. 허무하게 무너진 기존 MCU 빌런과 달리 타노스와 그의 부하들은 막강하다. 지난 10년 동안 실제 살아있는 인물처럼 정들어 버린 히어로들이다. 각종 스포일러와 추측을 곱씹으며 ‘이러다 OOO이 죽는 건가’ 하는 불안함을 안고 감상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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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빌런의 등장도 ‘어벤져스3’의 특징이다. ‘어벤져스’(2012)에 최초 등장한 타노스는 어둠의 군주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로 짐작할 수 있듯 신체 능력과 지능을 고루 갖췄다. 헐크(마크 러팔로 분)는 물론 신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분)도 손쉽게 제압한다. ‘보라색 덩치’로 보이지만, 상대의 약점을 간파해 원하는 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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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어벤져스3’는 MCU를 구성하는 히어로들의 이야기다. 각 테마곡과 함께 히어로가 등장할 때면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어벤져스 원년 멤버들과 새로운 이들의 만남은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캐릭터들의 이합집산은 마블 특유의 유쾌한 색채로 그려진다. 23명이나 되지만 분량도 적절히 분배했다.
아이언맨은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와 첫 만남부터 기싸움을 벌이고, 피터 퀼(크리스 프랫 분)과 유치한 말다툼을 한다. 행성과 세대를 뛰어넘어 피터 퀼과 스파이더맨은 올드팝을 이야기하고,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분)는 헐크가 아닌 브루스 배너의 어수룩함에 한심하단 표정을 짓는다. 오코예,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분),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분) 등 여성 캐릭터의 합동 작전도 ‘어벤져스3’라 가능한 그림이다. 올해 97세인 스탠 리 마블 코믹스 명예회장은 이번에도 깜짝 등장한다.
동시에 ‘어벤져스3’는 자신의 기억력을 검증해 보는 기회다. 마블 마니아가 아니라면 복습 여부에 따라 재미의 강도가 다를 가능성이 높다. 상영관을 나오면서 ‘어디서 분명 봤는데…’라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쿠키 영상도 1개 있다. 10분 가까운 엔딩 크레디트를 기다리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