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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는 자타공인 국내 전문캐디 1호다. 2008년 LPGA 투어에서 최혜정(33)의 백을 메고 캐디로 데뷔한 최 씨는 2009년 서희경(31)과 인연을 맺고 KLPGA 투어에 들어왔다. 첫 해부터 3승을 이뤄냈다. 무명의 캐디였던 최 씨에게 ‘대박’이 찾아왔다. 그는 “당시 서희경은 최고의 선수였고, 나는 풋내기 캐디에 불과했다. 운이 따라준 덕분에 지금까지 캐디로 활동할 수 있었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듬해인 2010년에는 서희경의 LPGA 투어 KIA 클래식 우승을 합작했다. 덩달아 최 씨의 이름도 널리 알려졌다. 전문 캐디로 자리 잡은 최 씨는 유소연(1승), 양수진(1승), 이미림(1승), 양제윤 등 스타급 선수들의 백을 메고 필드를 누볐다.
올해는 김해림(28) 옆을 지키고 있다. 1월에 정식 계약을 맺은 최 씨는 첫 대회인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조력했다. 지난 7일에 끝난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김해림이 시즌 첫 다승자 반열에 오를 때도 옆에는 최 씨가 든든히 버티고 있었다. 그는 “서희경 프로 이후 다승이 없어서 솔직히 아쉬움이 많았다. 올해는 벌써 2승이다. 김해림의 샷 감과 컨디션이 최고조라 4승 이상도 기대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속내를 털어놨다.
최 씨는 “은퇴한 후 한동안 방황했다. 야구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최상호 프로님을 만나 골프에 입문했다. 야구와 골프가 스윙이 비슷하기 때문에 금세 적응했다. 티칭 프로 자격증도 쉽게 획득했다. 하지만 나이탓인지 투어를 뛸 실력까지는 오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캐디로 전향했다. 다행히 좋은 선수들을 만나 지금도 필드에 머물고 있다”며 겸손해했다.
현재 KLPGA 투어에는 최 씨 말고도 2명의 프로야구 선수 출신 캐디가 있다. 서연정을 돕고 있는 이민채(LG 트윈스 출신) 씨와 박민지 캐디 오우진(KIA 타이거즈 출신) 씨다. 최희창 씨의 성공 사례를 보고 캐디의 길로 들어섰다. 물론 최 씨의 권유도 있었다. 필드에서는 양보 없는 경쟁자다. 하지만 그들의 성공을 누구보다 더 바란다고 했다. 최 씨는 “야구할 때 피나는 고생을 한 걸 우리끼리는 잘 안다. 그래서인지 마음이 더 쓰인다. 아직 부족하지만 내 경험을 최대한 많이 가르쳐주고 있다. 같이 웃을 날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캐디로서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수입도 웬만한 대기업 직장인보다 많다. 한 가지만 빼면 모든 게 만족스러운 삶이다. 최 씨는 아직 미혼이다. 결혼 시기를 놓친 것도 있지만 제대로 된 ‘인연’을 만나지 못했다. 그는 “캐디라는 직업 자체가 가족에게는 환영받을 수 없다. 주말이면 일터에 나가야 하고, 집에서는 잠으로 체력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빵점짜리 아빠’다. 따라서 너그러운 ‘나만의 캐디’가 필요하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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