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D-1 오해영]③전혜빈·김미경이 없었다면

  • 등록 2016-06-27 오전 7:00:00

    수정 2016-06-27 오전 8:43:08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케이블채널 tvN 월화미니시리즈 ‘또 오해영’(연출 송현욱·극본 박해영)은 오해영이란 이름을 가진 두 여자의 이야기다. 극 흐름상 ‘그냥’ 오해영(이하 서해영, 서현진 분)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예쁜’ 오해영(이하 전해영, 전혜빈 분)의 역할이 상당하다. 당초 서해영이 한태진(이재윤 분)과 파혼했던 이유도 전해영과 연관돼 있다. 전해영이 밋밋하게 그려지거나 존재감이 없었다면 긴장감이 그만큼 덜했지 모른다. 애끓는 모정으로 웃기고 울린 황덕이(김미경 분)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오해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 두 캐릭터를 살펴봤다.

◇전해영 전혜빈, 그의 성장담

전해영은 극 초반 악역 아닌 악역이었다. 서해영과 박도경(에릭 분)이 가까워지던 찰나에 돌아와 도경의 마음을 흔들었다. 서해영은 전해영과 고교시절 동문으로, 일상적으로 벌어진 전해영과의 비교가 그에겐 상처로 남았다. 전해영과 도경의 관계를 알고 난 후 전해영에 대한 서해영의 분노는 더욱 깊어졌다. 11화에서 전해영은 얽히고 얽힌 악연의 내막을 알고 도경을 찾아가 “나 때문에 그런 거잖아. 사랑해”라고 말했다. 이기심의 극치였다.

밉상에 머물렀다면 전해영은 그저 그런 캐릭터였다. 박해영 작가는 성장을 통해 전해영을 입체적인 인물로 승화시켰다. 전해영이 자신을 포장하고, 타인의 시선에 집착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복잡한 집안 환경 탓이었다. 이를 숨기기 위한 일종의 속임수였다. 구김살 없이 자란 서해영이 전해영은 부러웠다. 학창시절 서해영에게 온 러브레터를 전해영은 돌려주지 않았다. 자신에겐 없는 부모와 씩씩함을 지닌 서해영에 대한 질투였다. 과거 전해영은 자신의 그런 치부를 들켰다는 이유로 사랑까지 포기했다.

전해영은 서해영과 도경의 사랑을 지켜보며 조금씩 변했다. 전해영은 서해영에게 러브레터를 돌려줬다. 서해영에게 자신의 ‘진짜’ 이야기도 털어놨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화해했다. 전해영은 허지야(남기애 분)에게 제 목소리를 낼 만큼 단단해 졌다. 이를 연기한 전혜빈의 화려한 미모와 탄탄한 연기력이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했음은 물론이다.

tvN 제공
◇황덕이 김미경, 우리 모두의 엄마

황덕이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엄마다. 결혼식을 하루 앞두고 파혼하겠다는 딸 서해영의 등을 내려치지만, 누군가 딸에 대한 험담을 한다면 참을 수 없다. 서해영을 내리깎는 올케 정숙(이혜은 분)의 머리채를 잡거나, 딸에게 상처를 준 도경을 다그치는 등 딸과 관련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화가 나면 옷을 벗는 통에 남편 경수(이한위 분)는 그를 말리기 바쁘다. 서해영과 함께 탱고에 맞춰 실성한 사람처럼 춤을 추고, 서해영을 위로하겠다면서 노래방에서 격정적으로 가무를 즐길 땐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처럼 덕이는 한없이 이기적인 도경의 모친 허지야(남기애 분)와 비교되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덕이는 뒤늦게 자신의 딸이 파혼한 진짜 이유를 알았다. 그동안 서해영을 구박했던 자신을 떠올리며 가슴을 내리쳤다.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덕이는 매번 상처 입는 서해영을 보며 도경과의 교제를 반대했다. 그러면서도 도경과의 데이트에 들떠 호들갑을 떨며 도시락을 준비하는 딸을 만류할 수 없었다. “1985년 5월 22일 이 동네에 여자아이가 하나 태어났다. 성은 미요, 이름은 친년. 나를 닮아서 미웠고, 나를 닮아서 애틋했다. 왜 정 많은 것들은 죄다 슬픈지”라는 덕이의 내레이션에는 따뜻한 모정이 묻어났다. 평범하지만, 그래서 특별한 엄마 덕이는 오랜 내공을 지닌 베테랑 김미경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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