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홍보마케팅, 힘내라!]①화려한 겉모습, 초라한 현실

한국영화 대박에도 인센티브는커녕 떼먹는 업체도 있어
"흥행 잘되면 영화 덕, 안되면 마케팅 탓" 아쉬워
문 닫는 업체 갈수록 늘어..대행료 현실화 필요성 제기
  • 등록 2013-01-17 오전 8:57:57

    수정 2013-01-18 오전 10:31:31

영화 홍보마케팅 업체의 대행료에 대한 현실화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이데일리 스타in 그래픽)
[이데일리 스타in 고규대 기자]#1. “영화 홍보하다 골병 들겠어요.” 영화 홍보마케팅 업체 직원 A씨는 최근 영화 홍보 일을 접었다. 10년 넘게 영화 홍보마케팅사에서 일했지만 남은 건 위장병이다. 돈을 모으기는커녕 빚만 늘 처지다.

#2. “영화 홍보한다고 하면, 배우들 만나고 즐거울 줄 아는데, 실상 뒷치닥거리나 하는 거죠.” 영화 홍보마케팅 업체 직원 B씨는 갈수록 숫자가 줄고 있는 영화홍보사의 현실이 겉만 번지르한 3D 업종이라고 평했다.

영화계의 부익부빈익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2년 영화 ‘도둑들’ , ‘광해:왕이 된 남자’ 등 1000만 관객이 두 편이나 나오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음에도 그 과실이 골고루 배분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프로젝트에 따라 움직이는 영화 스태프 외에 최근 영화 홍보마케팅 업체가 인력난으로 인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홍보마케팅은 영화의 PR과 마케팅 등 영화 흥행의 첨병 역할을 하고 전 과정을 일컫는다.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쇼박스 등 투자배급사의 홍보마케팅 부서와 함께 홍보마케팅 외주 업체가 활약하고 있다. 영화인, 퍼스트룩, 올댓시네마, 엔드크레딧 등 10여 개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이라고 하지만 같은 기간에 한국 영화를 맡지 않는다는 등 정제된 규칙을 지키고 있다.

문제는 언론 매체가 많아진 데다 트위터 등 SNS, 유튜브 등 뉴플랫폼이 생겨나면서 업무의 양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외주 업체가 받는 홍보마케팅 대행료의 수준이 달라진 게 없다는 데 있다. 2007년 이전에는 한국 영화 홍보 대행을 맡을 때 영화의 규모에 따라 4000만~6000만원이 홍보대행사에 지불됐다. 식사비, 교통비, 유류비, 통신비, 퀵서비스 비 등 홍보 진행비용은 별도였다.

5년 여가 흐른 지금 영화 홍보마케팅 비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나마 홍보 진행비용인 야근 교통비, 유류대 등이 모두 홍보대행사의 빚으로 떠안는 경우도 있다. 한 영화 홍보사 관계자는 “몇몇 규모 있는 홍보대행사는 그나마 진행비용을 요구하고 있지만 소규모 홍보대행사는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일을 따내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홍보마케팅 대행료는 현재 한국영화 P&A(Print&Advertising·영화 후반 작업) 비용을 감안해도 턱없이 적다. 와이드릴리즈를 표방하는 한국 영화의 경우 평균 20억원(추정치·표 참조) 남짓한 P&A 비용이 책정된다. 이 중 광고홍보비로 3/4인 15억원, 프린트 비용으로 1/4인 5억원 남짓 쓰인다. 광고홍보비에는 홍보대행료, 예고편과 포스터 디자인의 대행료와 제작비, 메이킹 필름 제작, 홈페이지 제작 등 인건비 등으로 약 3억원, 시사회 등 프로모션 비용은 약 3억원, 광고 제작비용으로 1억원, 실제 광고 비용으로 8억원 등이 쓰인다. 이 중 홍보대행료는 광고홍보비의 일부인 5000만원 남짓 책정된다.

홍보마케팅 업체는 받는 대가에 비해 과다한 업무에 시달린다. 마케팅 기획서 작성과 수정, 기사자료 아이템과 릴리즈, 온라인 글자료 작성, 기자 미팅과 기획기사 작성, 예고편과 포스터 기획과 감수, 제작보고회 기획 및 진행, 특별 동영상 아이템 및 제작, 이벤트 기획과 실행, 배우 인터뷰 진행, 방송 출연 진행, 무대인사 세팅과 진행 등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 중 투자배급사의 홍보마케팅 부서가 맡아야 할 궂은 일까지 떠맡기 일쑤다.

최근 홍보마케팅 업체의 인력난으로 폐업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홍보마케팅 업체의 인턴이 80만원 수준이어서 일을 하다 그만 두는 경우가 태반이다. 돈보다 영화가 좋아서 뛰어들지만 실상 밤을 새는 야근 업무 등으로 버티는 이들이 많지 않다. 무엇보다 투자배급사, 제작사, 배우 기획사, 언론사 등의 중간에 서서 업무를 조율하다 보면 심적인 스트레스가 쌓이는 게 문제다. 홍보 마케터로서의 전문성을 인정받지도 못할 뿐더러, 영화가 잘되면 작품 덕, 흥행이 안되면 마케팅 탓으로 돌리는 일부 제작 관계자들의 고질적인 병폐 역시 견뎌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홍보마케팅 업체의 한 직원은 “쳇바퀴 돌 듯 일상을 몇 년 보내도 손에 쥐는 돈은 적고 무엇보다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하소연했다.

홍보마케팅 업체는 하는 일에 비해 통상적인 계약조건도 제대로 이행받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홍보마케팅 대행 계약을 할 때 계약서 날인 후 계약금이 2주, 잔금은 개봉 후 2주 안에 받는 것으로 계약한다. 하지만 투자배급사는 영화의 흥행 실적에 따라 지급 시기를 자기 마음대로 조정한다. 또 잔금은 영화 성적이 안 좋은 경우에는 못 받는 경우도 많다. 결국 영화 마케팅을 위해 사용한 진행비 등 잔금이 고스란히 영화홍보사의 빚으로 남는 기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투자배급사는 영화 흥행에 따라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반면 홍보마케팅 업체가 인센티브 계약을 하는 것은 찾기도 어렵다. 실례로 흥행 성공을 거둔 영화 ‘써니’의 홍보대행사는 개봉 후 그동안 쌓인 빚으로 인해 문을 닫는 아이러니한 일도 겪었다. 한 쪽에선 축포를 터뜨리지만 또 다른 한쪽에서는 겨우 생계를 이어가는 영화인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최근 일각에서는 홍보마케팅 업체의 늘어난 업무에 맞는 대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국 영화 개봉을 앞두고 영화 홍보를 맡길 업체가 줄줄이 문을 닫는 바람에 실질적으로 일을 할 업체를 찾기도 힘들어졌다. 영화 총제작비와 연동한 홍보마케팅 대행비 지급, 영화의 흥행과 관계없는 선지급, 영화 흥행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등이 거론되고 있다.한 투자배급사의 관계자는 “홍보대행사가 달라진 영화 개봉 환경으로 인해 업무가 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최근에는 홍보보다는 마케팅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에 걸맞는 계약을 맺는 것을 내부적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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