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카톡' 타고 '팡팡' 터지려면…

  • 등록 2012-12-05 오전 8:34:59

    수정 2012-12-05 오전 8:34:59

위부터 싸이, 소녀시대, 빅뱅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애니팡 신드롬처럼 카카오톡을 활용해 우리 소속 가수 노래를 팡팡 터트릴 순 없을까?” 요즘 ‘생각 좀 있는’ 가요 관계자들의 머릿속은 온통 이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하다.

카카오톡이 새로운 음악 콘텐츠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가요계가 술렁이고 있다. 무엇보다 저작권 해결이 급선무다. 뮤지션 등 아티스트들의 글로벌 라이센스 문제가 선결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법제도 정비가 빨리 있어야 애플의 아이튠즈같은 경쟁력 있는 콘텐츠 플랫폼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음원 유통사 관계자들은 “‘카카오페이지’가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SM·YG·JYP 3사 관계자들도 “카카오와의 제휴가 가수들의 홍보 툴(tool)로써 메리트가 있지만 그 성공을 아직 예측할 순 없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애니팡’처럼 무료로 즐기는 게임 콘텐츠와 달리 음원은 유료 서비스로 제공된다. K팝은 요즘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외국에서 아직 정식으로 음원 유통이 이뤄지고 않고 있다. 특히 한국·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음악 시장은 아직 디지털 음원 유료 서비스 자체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불법 다운로드도 심하다. 카카오 측이 어떠한 전략과 서비스로 이를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카카오 측은 최근 CJ E&M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고 밝혔다. 내년 1분기 선보이는 카카오의 신규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카카오페이지’에 CJ E&M의 방송·영화·음악 콘텐츠를 판매하기로 양사가 합의했다. 앞서 카카오는 음원 사이트 ‘벅스’와도 손을 잡았다.

그전에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작사·작곡가·실연자 등 저작권자들과 글로벌 라이센스 계약을 각각 다시 체결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국내 음원 수익 분배 비율이 미국·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작권자에게 열악한 형편이어서다.

미국은 디지털 음원 수익의 30%를 유통사가 가져가고 나머지를 제작자·권리자 등이 챙긴다.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엠넷·벅스 등 음원서비스 사업자들이 46.5%를 가져간다. 국내 뮤지션 음원이 엠넷·벅스 측과 제휴를 맺은 카카오를 통해 외국에서 유통되려면 이 수익배분율 그대로 가져가기는 어렵다. 훨씬 좋은 조건의 외국 음반 유통·플랫폼사와 계약을 맺는 것이 뮤지션들에게 이득이다.

굳이 현 시점에서 카카오에게까지 몫을 떼줄 필요가 있느냐의 논쟁도 불거진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뮤지션 처지에서 당장은 카카오를 통해 해외 진출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겠지만 자칫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돌이킬 수 없는 족쇄를 차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카오와 가요계의 상생을 위한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저비용 고효율’, 경영에 있어 이 절대적인 명제는 무형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가요계에서도 유효하다. 각 가요 기획사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용한 프로모션에 적잖은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톡’은 새로운 창구다. 소녀시대·빅뱅 등 K팝 그룹이 외국에 얼굴을 알리고, 싸이가 월드스타 반열에 오르기까지 유튜브와 트위터 같은 SNS가 큰 역할을 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석권한 카카오톡은 전 세계 200여 국가를 대상으로 네트워크를 넓히고 있다. 동남아 시장을 교두보로 삼았다. K팝 열풍이 불어닥친 동남아에서 카카오는 한류스타들을 ‘모바일 친구’로 내세워 네트워크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K팝 가수들 역시 카카오를 등에 업고 팬덤을 확보, 해외 시장 공략이 수월해진다면 나쁠 게 없다. ‘애니팡’처럼 사용자 간의 순위제를 적용, 팬덤 간의 경쟁 혹은 단합을 유도하거나 인기 투표로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 또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여러 ‘킬러 콘텐츠’에 배경음악으로 신곡을 삽입하는 방법도 노려볼 만 하다. 어차피 음원 수익보다는 인지도 확보와 공연 시장이 주 타깃이다.

걸그룹 티아라·다비치 등의 소속사 김세한 코어콘텐츠미디어 본부장은 “유튜브가 불특정 다수를 공략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카카오는 비슷한 나이 또래와 관심사를 가진 특정 타깃층을 융합하기 쉬운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특히 단순히 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을 넘어 음원·방송 콘텐츠 판매에 나선 카카오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현재 이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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