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SM?, 운 좋은 YG?③

  • 등록 2012-09-06 오전 9:05:05

    수정 2012-09-06 오전 9:05:05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SM=삼성, YG=구글’ 가요계의 두 공룡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를 바라보는 세간의 시선이다. SM은 1인자로서의 위엄과 완벽함을 추구하기로 유명하다. YG는 창의력과 개성을 앞세운다.

SM의 주식은 5일 종가 기준 5만 6600원을 기록했다. SM의 시가총액은 1조 1561억원(코스닥 7위). YG는 이날 6만 4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YG의 시가총액은 6605억원(코스닥22위)이다. ‘엔터 대장주’가 SM에서 YG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는 솔솔 나오고 있다.

양사는 사실 세간의 이러한 평가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여러 면에서 비교당하는 모양새가 부담스러운데다 둘의 특징을 각자 모두 다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사 관계자는 “이제는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달라”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두 기업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크다.

‘문어발’ SM?..“컬처 퍼스트, 이코노미 넥스트”

SM은 국내 엔터 산업의 표본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각 기획사에 일반화된 대부분의 시스템은 SM을 본떴다. 소속 연예인을 체계적이고 분업화된 영역 아래 키워내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수만 회장의 CT(Culture Technology) 이론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K팝의 세계화를 지향한 것도 SM이다. 최근 YG가 무섭게 성장했지만 그 역시 SM의 선구자적 발자취를 따르지 않았다고 부인하기 어렵다.

이수만 회장은 ‘컬처 퍼스트, 이코노미 넥스트(Culture first, Economy next)’를 사내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이러한 그의 신념은 현재 SM이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방향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SM은 보아·동방신기·소녀시대·슈퍼쥬니어·샤이니·이재룡·유호정·이연희·고아라 등 가수와 배우 부문서 골고루 쟁쟁한 스타를 보유 중이다. 여기에 강호동과 신동엽을 최근 영입했다. 콘텐츠 제작에 직접 나서고 있는 SM이 가요·드라마·예능에 걸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SM은 엔터테인먼트와 연계한 산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뻗었다. 지난 4월 여행사인 BT&I(현 SM C&C로 개명)를 인수했다. SM은 소속 가수들의 콘서트와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패키지로 판매하고 있다.

‘아이돌(IDOL)’이란 본래 의미에 걸맞은 우상화 작업이 곁들여졌다. 지난 8월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서 열린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3’에서 ‘가상 국가’를 선포한 것. 전 세계 팬클럽 회원들에게 패스포트(PASSPORT)를 쥐어줬다.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SM의 야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양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인 SM이 전 세계 팬덤을 하나로 꽁꽁 묶겠다는 복안이다. 일종의 공동체 의식을 심어줘 결속력을 다지고 SM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심산이다.

일각에서는 집단 권력화에 대한 반사적 부작용도 우려하나 SM이 얻는 사업적인 시너지 효과는 그보다 더 클 가능성이 많다. 앞서 SM이 추진한 노래방, 요식업(크라제 합작투자)과 비교하면 훨씬 연계성이 높다. KB국민카드, 비자카드 등이 사업 파트너로 SM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김은아 SM 홍보팀 과장은 “문어발식 확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SM은 여전히 파이오니아(개척자)의 위치”라며 “문화 콘텐츠 범주 안에서 안정된 수익구조 창출이 가능한 사업 연계는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말했다.

콘텐츠 생산에 재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주목해 달라는 바람이다. 어차피 이윤이 나지 않는 기업은 존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익이 나야 좋은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곧 한류의 영속성에 보탬이 된다는 설명이다.

SM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중국이다. 김영민 SM 대표는 “일본에 편중된 매출을 다각화하는 측면에서라도 중국 진출은 필수”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미국보다 중국이 세계 최대 음악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운 좋은 YG?..“선택과 집중”

반면 YG는 미국 시장을 넘보고 있다. YG는 소속 가수 싸이가 미국 최대 음반사 유니버설뮤직 산하에 있는 유니버설 리퍼블릭 레코드와 음반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난 4일 밝혔다. 해외 매니지먼트는 저스틴 비버의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이 설립한 SB프로젝트가 맡는다.

빅뱅·투애니원(2NE1)이 월드 투어로 물꼬를 텄다면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인기 봇물을 터트렸다. 5일 미국 일정을 위해 출국한 싸이는 현지에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싸이는 앞서 비·원더걸스·소녀시대가 수년에 걸쳐 이뤄낸 성과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싸이의 행보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당장 수익 그 이상의 의미가 엄청나다는 평가다. 싸이가 미국 주요 매체를 장식하고, 성공적인 활동을 이어 간다면 YG의 인지도는 물론 빅뱅·투애니원·에픽하이 등 소속 가수들의 미국 진출이 한결 수월해질 가능성도 크다. SM과 JYP가 그간 수십억 원을 쏟아부어 거둔 성과를 YG는 싸이의 한방으로 해결했다고 보는 이도 적잖다. ‘운이 좋은 건지 실력이 좋은 건지 헷갈린다’는 우스갯소리까지나올 정도다.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싸이·빅뱅·투애니원을 필두로 YG 신규 사업에 뛰어들어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SM처럼 여행사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소문도 업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일단 YG는 제일모직과 손을 잡고 글로벌 패션 사업에 뛰어든다. 2013년 봄 시즌 1020세대를 타깃으로 하는 신규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소속 가수들이 큰 인기를 끌며 K팝의 중심으로 우뚝 선 YG는 이미 트렌드를 이끄는 패션 감각으로 관련 업계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끼쳐왔다.

싸이의 캐릭터나 ‘강남스타일’ 문구를 활용한 MD상품이나 상표권 등 부가적인 시장도 YG는 노려볼 수 있다. 지난 21일 독일의 한 온라인 쇼핑몰 ‘스프레드 셔트’에서는 이미 ‘강남스타일’을 모티브로 한 티셔츠가 공개돼 벌당 16.9달러에 팔려나갔다.

YG 관계자는 “두 기업의 만남만으로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며 “이번 신규 사업을 통해 우리의 강점인 독창성을 새로운 한류 붐으로 연결,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해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YG는 외형적인 성장도 성장이지만 내실을 다지는 데 게으름이 없다. 빅뱅과 투애니원은 각각 세계적인 스태프들과 각각 25개국을 도는 월드 투어 중이다. 미국의 수많은 팝스타와 함께한 바 있는 뮤직 디렉터 ‘길 스미스’(Gil Smith)와 레이디 가가, 비욘세, 고(故) 마이클 잭슨의 춤과 투어를 진두지휘했던 로리앤 깁스(Laurienn Gibson)이 그 주인공이다.

순이익이 클 수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K팝의 성장과 싸이의 인기 가세에 힘입어 YG는 2012년 역대 최고 매출액 달성이 확실시된다. 눈앞의 이익을 좇지않는 YG가 아직 2인자임에도 ‘감히’ SM을 위협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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