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부부젤라를 남아공의 전통 악기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 아프리카의 음악은 나팔보다 북이 주류를 이룬다. 부부젤라는 오히려 19세기 유럽의 본격적인 아프리카 침탈 이후 건너온 '식민 잔재'라고 아프리카 전문가들은 말한다.
부부젤라는 남아공에서 프로축구가 활기를 띤 1990년대 이후 대중 사이에 유행하기 시작한 물건이다. 이전의 남아공에는 지금처럼 사람들이 집단으로 나팔을 부는 문화 자체가 없었다.
남아공의 명문 프로 클럽인 카이저 치프스의 팬이 양철 나팔을 만들어 분 것이 부부젤라의 기원이 됐다. 이후 이 나팔이 상업화되면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 지금은 남아공 스포츠를 대표하는 물건이 됐다. 이처럼 부부젤라는 유럽에서 시작된 스포츠인 축구가 아프리카로 건너와 만들어낸 새로운 신문화(新文化)라고 봐야 한다.
남아공 사회에는 "요란한 소음이 바분(개코원숭이)을 죽인다"라는 속담이 있다. 남아공에서 바분은 '악마의 하수인'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 최대의 적인 바분을 죽이기 위해 소음이 필요하듯, 축구에서 상대팀을 제압하기 위해선 시끄러운 나팔소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남아공 축구 팬들은 경기를 10여분 남겨놓고 더더욱 극성스럽게 부부젤라를 불어대는 것이다. 상대를 확실하게 제압하자는 생각이다.
부부젤라와 함께 '월드컵 응원 2종 세트'를 이루는 물건이 화려한 헬멧 마카라파(makarapa)이다. 마카라파는 광산업이 발달한 요하네스버그의 광부들이 쓰던 헬멧에서 비롯됐다. 남아공에서도 축구는 노동자들이 즐기는 스포츠였으며, 관전 분위기도 험악했다고 한다.
마카라파는 처음엔 멋이 아니라 뒤에서 던지는 술병과 물병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려고 쓰던 물건이다. 지금은 월드컵 패션의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