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방송된 SBS TV 설날특집 'TV로펌 솔로몬'. 아예 '아내의 유혹 특집'이란 부제를 단 이 프로그램은 드라마의 주요 장면을 20여분 보여 주는 것으로 시간을 때웠다. 남편의 호텔방 불륜장면, 아내를 익사시키는 장면, 여주인공이 깨진 유리조각에 올라서 피를 철철 흘리는 장면 등 이 드라마가 '막장 드라마' '엽기 드라마'로 불리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장면들이다. 그리고 출제된 법률 관련 문제는 이런 식이다. " '아내의 유혹' 주인공 교빈은 주인공 은재가 가정을 파탄 낼 작정을 하고 일부러 유혹한 데 넘어가 결국 외도를 했죠? 자, 이런 경우에도 간통죄가 성립할까요?" 대놓고 '아내의 유혹'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15세 이상 시청가' 등급이 붙었지만, 설날 오후 8시대는 온 가족이 모여 무심코 채널을 돌리기 좋은 시간이다.
방송사의 '긴축'으로 각 방송사의 올해 '설 특집'은 예년에 비해 보잘것없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예산'이 아니라 제작진의 '의식'이라는 것이 여지없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설날 특집, 알고 보니 자사 드라마 홍보?
◆이름뿐인 '왕중왕전', 어이 없는 '스페셜'
명절의 의미가 증발해 버린 '기형' 특집 방송도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MBC TV '내 딸의 남자' 설 특집 방송은 여자 연예인 네 명이 강남과 종로 두 곳에 성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다는 의사를 유혹하겠다며 쟁탈전을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 경우. 의사 어머니에게 "제가 원래 평창동에 사는 게 소원이었다", "아들 낳는 사주를 타고 났으니 며느리로 받아주시면 손자부터 안겨드리겠다"라고 말하는 연예인 망언도 쏟아졌다.
MBC TV에서 방영한 설 특집 '스타 격투기 쇼―내 주먹이 운다'도 연예인들의 의미 없는 '난투극'을 내보내 원성을 샀다. 시청자 유은정씨는 "'이휘재 오빠를 갖겠다'고 여자 연예인들이 링 위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을 왜 새해부터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