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친구 야구] ‘알까기’ 버크너와 기자 반성문

  • 등록 2008-04-22 오전 9:14:44

    수정 2008-04-22 오전 9:18:19

▲ 빌 버크너 (1986년) [로이터/뉴시스]

[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기자와 취재원은 공생합니다. 필요선이고 필요악입니다. 그래서 모순을 내포합니다. 때로 적대적이고, 때로 비적대적입니다. 이 모순의 관계는 카멜레온입니다. 무시로 변합니다.

모순이 어떻게 표출되느냐에 따라 둘 사이의 양상도 판이하게 나타납니다. 적대적일 때 팽팽한 긴장과 균형을 이루면서 견제할 수 있습니다. 비적대적일 때 유착과 어용을 낳고, 껍데기뿐인 우상과 일그러진 영웅을 탄생시킵니다. 굳이 예를 따로 들 필요도 없습니다. 매일매일 독자님들이 보고 듣는 매스컴의 일상이 그렇습니다.

스포츠에서는 기자와 스타의 대등한 관계가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서로 널리 알리고 계몽해야 했던 초창기의 그 수많은 감동적이고 재미있고, 그래서 믿기지 조차 않았던 무용담들은 이제 박제가 됐습니다. 전설은 사라진 것입니다.

지난 8일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 개막전서 빌 버크너가 시구를 했습니다. 버크너는 1986년 셰이스타디움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월드시리즈 6차전서 연장 10회 다리 사이로 볼을 빠트린 ‘알까기’를 한 바로 그입니다. 보스턴이 3승4패로 시리즈를 뒤집기 당하면서 ‘밤비노의 저주’를 연장시킨 장본인으로 비난을 한 몸에 받아왔습니다.

은퇴 후 그는 보스턴을 향해서는 오줌도 누지 않겠다면서 수차례 레드삭스의 방문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아예 셰이스타디움서 무려 2000마일 이상이나 떨어진 아이다호로 이사를 가버렸습니다.

그가 눈시울을 붉히며 밝힌, 레드삭스와 담을 쌓고 살아온 이유는 구단도, 팬들도 아니었습니다. 바로 언론이었습니다.

“그동안 저와 제 가족이 어떻게 취급받아 왔습니까. 그러나 이젠 다 끝난 일입니다. 잊었습니다. 팬들이 아니라 언론을 용서합니다.”

그는 재미있는 사실 한 가지를 공개하면서 몰려든 기자들을 향해 홍소를 터트렸습니다. 자기 딸도 아이다호의 주도 보이지의 폭스TV 리포터로 일하고 있다고.

버크너는 월드시리즈 때면 TV서 수없이 틀어지는 문제의 알까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저한테만 그렇게 감당하기 벅찬 비난이 쏟아졌어야 했나요? 여러분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나요? 성공하지 못해 묻혀 진다면 시도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치십니까?”

버크너의 반문은 기자들에게는 참으로 아프기 짝이 없는 일침입니다. 아직도 기자들 사이에서 회자하는 그의 알까기야말로 정작 문제의 본질은 외면하고, 게으름과 타성에 젖어 만만한 타깃을 잡아 난도질하는 애꿎은 ‘마녀사냥’과 하나도 다를 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갈수록 스타 파워가 비대화하면서 기자들은 좋건 싫건 스포츠 자본에 더욱 종속될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버크너가 던진 반문은 이런 시대의 기자들에게 요구한 반성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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