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한국야구 다시 보기 14(끝)] 그리운 스프링캠프 립서비스

  • 등록 2008-02-20 오전 9:31:14

    수정 2008-02-20 오전 11:09:46

▲ 박찬호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가 일제히 문을 열었습니다. 스프링캠프는 한 해 농사의 시작, 씨를 뿌리는 봄입니다. 그래서 그 테마도 단연 ‘희망’입니다. 구단주에서부터 저 말단의 이름없는 유니폼을 입고 캠프 이 곳 저 곳을 뛰어다녀야 하는 루키에 이르기까지 기대와 꿈으로 가득 찹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또 다시 새 출발이고, 또 다른 시작인데요.

몸은 조금 고달플지 몰라도 일 년 중 가장 편한 마음으로 야구를 하고, 땀을 흘리고, 야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도 아마 이맘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다못해 지난 가을을 꼴찌로 마감한 팀에 조차도 아직 가능성의 푸른 바다는 저 멀리서 손짓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스프링캠프서는 매일 ‘말의 성찬’이 차려집니다. 칭찬 일색, 기대 만발, 의욕의 언어들이 따듯한 봄 기운 속에 아지랑이처럼 자욱하게 피어오릅니다. 그리고 그 말에 프런트는 프런트대로, 감독은 감독대로, 코치들은 코치들대로, 선수들은 선수들대로 모두 흠뻑 취해버리고 맙니다.

‘지난 겨울 우리가 얼마나 전력 보강을 알차게 해놓았는데요. 당연히 기대가 크지요’, ‘저 선수요? 올해 제가 10승 보장합니다. 보장하고 말구요’, 심지어 ‘제 말이 틀리면 손에 장을 지지겠습니다’, ‘내가 올시즌을 마치면 자유계약선수가 되는데 두고 보십시오. 구단이 시즌 내로 다년 계약을 제시하나 안하나.’

스프링캠프에서 떠도는 말은 그렇게 ‘중독된 언어’이고, 일방으로 ‘취해버린 말’이기에 위험성도 다분히 내포합니다. 뚜껑이 열리기 전까지는 술병에 든 술이 쓰디 쓴 독주인지, 달디 단 감로주인지 전혀 알 수 없듯이 말입니다.

스프링캠프의 술병에 든 가장 독한 말은 무엇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달착지근한 말입니다. 바로 립 서비스(Lip service)입니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시계바늘을 1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당시 뉴욕 신문들에 따르면 윌리 랜돌프 메츠 감독은 박찬호에 대해 “훈련 자세가 제일 마음에 든다”며 투수 중에서 제일 먼저 꼽아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조 메이든 탬파베이 감독은 또 어땠나요. 아예 서재응을 제3 선발로 공표했습니다. 또 이 팀의 앤드루 프리드먼 단장은 초청 선수인 최희섭과 유제국을 두고 “결코 몸값이 싸서가 아니라 과거의 성적과 가능성을 보고 데려온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말은 액면 그대로 현실이 됐나요?

박찬호와 계약 당시 오마 미나야 메츠 단장은 “우리 팀에 와서 제 3선발을 맡아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스프링캠프 첫 일성으로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FA시장에서 대어급 선수들을 놓쳤지만 아직 실탄은 충분하다. 트레이드를 통해 확정되지 않은 선발 세 자리를 보강하는 작업을 계속 벌여 나가겠다.”

그렇습니다. 립 서비스는 립 서비스대로 하면서 그 밑에선 오리처럼 끊임없이 물질을 하고 주판알을 튕기는 게 메이저리그의 셈법인 것입니다. ‘중독된 언어의 성찬’에 현혹될 필요도 없거니와 도취될 이유도 없습니다. 그저 듣기 좋으라 한 말이려니 하고 넘기면 족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입에 발린 말이라도 올해는 더욱 더 듣고싶은 까닭은 어째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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