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현실로' 英 네티즌들, 5부리그 구단 인수

  • 등록 2007-11-14 오후 12:20:16

    수정 2007-11-14 오후 12:20:16

[노컷뉴스 제공] '네티즌들이 프로축구 구단의 공동 소유주다. 구단주는 없다. 팬들이 구단 운영에 동등한 권리를 지닌다. 팀의 모든 결정에 네티즌의 의견이 반영된다. 선수 영입이나 경기중 작전 지시를 내릴 권한도 부여된다.'

'축구종가' 잉글랜드에서 새로운 실험이 시작됐다. 팬들이 모여 만든 축구전문 사이트가 구단을 인수한 것이다.

영국의 '마이풋볼클럽닷컴(www.myfootballclub.co.uk)'이라는 '은 14일(한국시간) 잉글랜드 5부리그 격인 '블루 스퀘어 프리미어'의 '엡스플리트 유나이티드'의 경영권을 확보해, 본격적인 구단 운영에 나서기로 했다.

마이풋볼클럽닷컴의 2만여 회원은 1인당 35파운드(약 6만6000원)를 십시일반해 약 70만 파운드(약 13억원)을 모았고, 이를 통해 구단 지분의 51%를 확보했다. 지분 인수 작업은 몇주 내에 마무리될 예정. '마이풋볼닷컴'은 향후 구단 전체 지분을 얻을 수 있는 권리도 확보했다.

네티즌의 구단 인수는 세계 축구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이 소식이 영국내에서 알려지자 구단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는 등 큰 반향을 불러모으고 있다.

마이풋볼닷컴의 회원들은 앞으로 구단의 대소사에 모두 참여하게 된다. 심지어 선수 선발이나 포메이션 변경 등을 감독에게 제안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된다.

엡스플리트의 제이슨 보틀리 회장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축구 사이트의 구단 지분 인수는 큰 기회다. 이번에 확보한 자금과 서포터들의 지지는 구단의 성장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네티즌들에게 '감독'이라는 직함을 내주고 대신 '수석코치'로 명칭이 조정된 리암 다이시 엡스플리트 코치는 "베스트 11 선발이나 포메이션은 정밀함을 요하는 과학이 아니다. 때로는 운도 작용하는 문제"라며 네티즌이 자신에게 '감나라 콩나라'할 권리를 지니는 데 대해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때로는 엡스플리트 서포터들에게 선수 선발 등의 조언을 받을 때가 있다. 네티즌들에게 이런 의견을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축구 전문기자 출신인 윌 브룩스 씨가 웹사이트를 개설하며 '영국 네티즌들을 5만명 이상 모아 구단 경영권을 획득하겠다'는 의욕을 보일 때만 해도 코웃음을 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네티즌의 힘'은 이제 현실이 됐다. 이 사이트의 회원수는 5만여명을 웃돌고, 실제 가입비를 낸 '진성당원'이 2만여명에 이른다. 가입자가 급증하며 7개월만에 '구단 인수'라는 꿈도 이뤘다. 이 사이트 가입 이후 35파운드만 내면 회원 누구나 구단 공동 소유주이자 주주가 된다.

'마이풋볼닷컴'이 이번에 인수한 엡스플리트는 지난 1946년 그레이브센드와 노스플리트가 합병한 구단이다. 그동안 5~6부리그를 전전했고 현재는 5부리그 9위에 머물고 있다. 네티즌들은 다음 겨울 이적시장에서 '투표'를 통해 새로운 선수들을 보강한 뒤 다음 시즌에는 본격적인 프로무대인 리그2(4부리그)로 승격시키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컨설팅사인 딜로이트의 축구 분야 파트너인 댄 존스 씨는 "마이풋볼클럽의 구단 소유권은 하부리그 팀에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혁신적인 방식"이라며 높은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도 만만치 않다. 영국의 축구원로인 잭 찰튼은 "내 평생 이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다. 완전히 허황된 이야기다. 팀을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감독 한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버밍엄 시티의 공동 소유주인 데이비드 설리반 회장 역시 "심정적으로는 훌륭한 팬들의 현실 참여에 지지를 보내고 싶지만 실제 이런 시스템이 잘 작동할 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구단에 재앙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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