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러졌지만 신선했던 박항서, 그리고 경남 바람

  • 등록 2007-10-20 오후 11:32:17

    수정 2007-10-20 오후 11:33:49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승부차기에 들어가기 직전 둥그렇게 선수들과 함께 선 박항서 경남 감독은 눈을 지긋이 감고 있었다. 기도를 드리는 듯 했다. 6강 플레이오프에 오른 것만 해도 목표 달성이라던 박 감독이었지만 그동안 기울인 그의 노력과 선수들이 흘린 땀의 결과가 여기서 끝맺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기원하는 듯 했다.

20일 포항과 벌인 2007 삼성 하우젠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박 감독은 경기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벤치에 앉아 있지 않았다. 쉴새 없이 선수들을 독려했고,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포항에 선제골을 내줬을 때는 맥이 빠진 듯 털썩 벤치에 주저앉았지만 곧 일어서서 잇따라 히든카드를 꺼내들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리고 패색이 짙던 후반 41분 그가 발견한 브라질 진주 까보레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자 하늘 높이 껑충 뛰어오르며 기쁨을 만끽했다. 온 몸을 내던져 경기와 함께 하는 모습이었다. 올 시즌 K리그에 거세게 몰아친 경남 돌풍의 힘은 이런 박 감독의 열정이었다.

시즌 개막전 경남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예상한 이는 없었다. 지난 해 창단한 K 리그 막내 구단, 부자 구단과 재정적으로 비교되지 않는 도민 구단 경남을 아무도 눈 여겨 보지 않았다. 시즌 초반 기세를 올릴 때만 해도 ‘한때 바람이겠거니’ 했지만 경남은 일찌감치 플레이오프 진출을 획득하는 저력을 과시하며 정규리그 4위를 차지했다.

득점왕 까보레, 도움 2위 뽀뽀, 수비의 핵 산토스 등 ‘용병들의 힘’이 바탕이었다고 하지만 이들과 토종을 하나로 묶어 낸 것은 박 감독이었다. 특히 브라질 선수 가운데도 이름값이 떨어지는 까보레를 발굴하고, 부산에서 내친 뽀뽀, 수원 삼성에서 빛을 잃어가던 정윤성을 되살린 것도 박 감독이었다. 특유의 친화력과 치밀한 분석으로 강호 성남 일화를 무너뜨린 용병술 등 박 감독의 지도력만큼은 높이 평가 받기에 손색이 없었다.

박 감독은 김근철의 슛이 포항 GK 신화용에게 걸려 패배가 확정되자 고개를 깊이 떨어뜨렸다. 하지만 그가, 그리고 경남이 올 시즌 K리그에 일으킨 바람은 신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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