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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시애틀 매리너스 백차승이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당초 6월 들어 거듭된 부진에 따라 트리플A 또는 불펜으로 강등될 것으로 시애틀 언론도 전망했으나 '어깨 근염'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부상자 명단행이 결정됐습니다.
마이크 하그로브 매리너스 감독도 "최근에야 부상 사실을 알았다"고 밝혀 이상이 없는데도 시애틀이 괜한 액션을 취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백차승의 부상은 일단 부위가 어깨 쪽이어서 피칭 매커니즘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 시즌 백차승의 가장 달라진 점은 패스트볼 구속이었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90마일 안팎을 맴돌았는데 시즌 초반엔 최고 94~96 마일을 찍어 내기도 했습니다. 백차승의 부쩍 빨라진 패스트볼은 무엇보다 그의 다양한 변화구가 빛을 발하는데 결정적인 원동력이 됐습니다. 타자들에게 패스트볼이란 또 하나의 부담감을 안겨줘 타이밍을 맞추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구속이 줄어들어 90마일 안팎으로 뚝 떨어지더니 무브먼트도 무디기 짝이 없어졌습니다. 패스트볼의 구속 감퇴는 변화구에 대한 타자들의 적응력이 높아지는 것과 맞물려 결국 6월 3경기서 승없이 1패에 방어율 무려 8.40, 피안타율 3할8푼9리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했습니다.
백차승의 부상도 이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백차승의 피칭을 느린 그림으로 보면 왼쪽 어깨가 일찍 열리면서 릴리스 포인트가 빨라지는 것이 확연합니다. 그렇게 되면 하체가 아닌 상체 위주, 즉 팔로만 던지게 돼 공 끝이 밋밋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심리적으로 섬세하기 짝이 없는 투수는 몸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폼의 변화로 인해서 부진에 빠지고 부상을 부르는 게 비일비재합니다.
일본 투수들이 스프링캠프에서 어깨 근육이 꽉 뭉쳐 통증을 느끼는 과정을 겪으면서도 5천개 이상의 많은 투구수를 소화해 내는 것도 딴 데 없습니다. 선동렬 현 삼성 감독이 해태 타이거스 시절 보기에도 우스꽝스러웠던 '엉거주춤'이란 독특한 투구폼을 개발해 낸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바로 자기만의 '피칭 매커니즘'과 밸런스를 만들어 자동화 기계처럼 항상 일정한 투구폼으로 던지기 위한 단련이자 준비였던 것입니다. 그래야 시즌에 들어가서 체력이 떨어지더라도 폼의 달라짐 없이 던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만의 매커니즘과 밸런스를 동반하지 않는 힘의 피칭은 언젠가는 부상을 부를 수 밖에 없습니다.
백차승도 아직은 27세의 젊은 나이여서 시즌 초반에는 어깨 힘만으로도 버틸 수 있었을지 모르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 한계에 도달하고, 부상이란 암초를 만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안타까운 또 한가지는 부상에는 항상 전조가 있는 만큼 자각 증세가 왔을 때 투수 코치에게 알렸어야 했다는 점입니다. 감독 조차도 최근에야 알았다고 말한 것을 보면 상당 기간 통증을 참고 던졌을 개연성이 큽니다.
마이너리그에서 자신을 언제든지 대체할 선수가 득시글거리는 상황에서 선뜻 내릴 수 없는 결단입니다. '땜질용'에 불과한 제 5 선발 투수라면 누구나 그럴수밖에 없는 비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백차승은 부상 사실을 진작에 알렸어야 합니다. 용병(傭兵)이 아니고, 팀이 앞을 내다보고 키우는 '사관생도'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 다. 그것이 오히려 메이저리그에서 롱런으로 가는 지름길이기도 합니다.
어깨 부상은 크든 작든 투수에겐 치명적일 수 있는 만큼 백차승이 서두르지 않고 인내심을 발휘해 차근차근 재활의 길을 걷기를 바랄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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