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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한국 극장가 융단폭격, 심형래 감독의 새 영화 '디 워'의 요란스런 등장, '한국 영화의 잔다르크'라던 전도연과 송혜교의 새 영화들. 칸 영화제의 첫 여우주연 수상과 여전히 구태의연한 대종상.
제작과 흥행의 침체와 달리 최근 영화계는 꽤 부산한 움직임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소란 속에서 선댄스가 주목한 영화 한 편이 공개됐다. 바로 ‘두 번째 사랑’이다.
'두번째 사랑'은 한국의 나우 필름과 미국의 VOX3이 함께 제작한 최초의 한미합작 영화이다. ‘두 번째 사랑’은 이창동 감독의 제작 참여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창동 감독은 7일 열린 언론 시사회에 직접 자리해 기자간담회에도 참석할 만큼 ‘두 번째 사랑’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 멜로란 그릇에 알맞게 녹인 인종과 계급 문제
‘두 번째 사랑’은 단순히 소개하면 백인 여자와 아시아계 남자의 진한 멜로 영화다. 여주인공 소피(베라 파미가 분)는 변호사인 한국계 미국인 남편과 결혼해 중산층의 여유를 누리고 있지만 아기가 없어 이들의 결혼 생활을 힘들게 한다. 소피는 어떻게든 아기를 가져 사랑하는 남편을 지키기 위해 인공수정 등 갖은 노력을 다 하지만 결과는 늘 실패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소피는 예상 밖의 제안을 한다. 한 번의 섹스에 300달러, 임신을 하면 3만 달러를 주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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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낱같은 희망을 품은 소피의 간절함과 거액의 제안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던 지하의 마음을 바꿔놓고 그들의 거래는 시작된다. 거래로 시작한 관계에서 소피와 지하는 서서히 마음을 열고 서로의 아픔을 나눈다. 함께 만나는 시간이 기다려지기 시작할 때, 소피는 지하에게 임신 소식을 전하며 거래의 끝을 알린다.
짧은 거래가 끝난 후 소피와 지하는 서로 그리워하다 다시 만남을 갖지만 소피의 남편 앤드류(데이비드 맥기니스 분)에게 발각되면서 이별의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30대 중반의 여성인 김진아 감독은 이렇게 ‘두 번째 사랑’에서 멜로라는 가장 흔한 영화의 그릇 속에 인종과 계급이라는 예민한, 자칫 잘못 다루면 오히려 생뚱한 흐름으로 튈 수 있는 재료를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게 적당히 녹여냈다.
이야기의 전개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이야기를 질질 끄는 것도, 불필요하게 설명하는 것도 없이 깔끔하다.
시나리오만 보고 흔쾌히 작업에 동참한 영화 '피아노'의 음악 감독 마이클 나이만의 음악은 두 말 할 나위 없을 정도. 적절하게 영화의 감성을 표현한다.
애절하고 격정적인 멜로 영화 ‘두 번째 사랑’은 2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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