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만 보면 누구의 이야기인지 쉽사리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는다. 대중에게 가수로 더 각인돼 있는 ‘발라드 여제’ 장혜진이 그 주인공이다. 1991년 1집 ‘이젠’으로 데뷔해 ‘꿈의 대화’ ‘아름다운 날들’ ‘1994년 어느 늦은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부르며 대한민국 대표 가수로 사랑받아온 그가 화가로 돌아왔다. 오는 12월 3일까지 서울 강남구 갤러리 치로에서 첫 번째 개인전 ‘소요인상(逍遙印象)-FLOW’전을 개최한다.
24일 갤러리 치로에서 만난 장혜진 작가는 “갤러리에 걸린 그림들을 보니 내가 저 안에서 다시 여행하는 느낌이었다”며 “그림을 감상하시는 분들도 함께 여행하는 기분으로 작품을 즐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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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장혜진이 그림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첫 자리로, 수년 전부터 작업한 작품 20여 점이 공개된다. 장 작가는 자연 속에서 겪은 경험의 순간을 자신만의 세련된 방식으로 캔버스에 담아냈다. 가수로 활동해오면서 몸에 밴 음색이 화폭에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 특징이다. 직선보다는 곡선을 추구하고, 파도를 타는 듯한 리드미컬한 선율이 그림에 담겼다.
“어렸을 때부터 심심할 때 낙서처럼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학창시절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리면 잘했다고 뒤에 그림을 붙여주곤 했죠. 하늘, 구름, 노을 등 워낙 자연을 좋아해요. 미국 서부 요세미티를 여행할 때 자이언캐니언을 봤는데 죽어 있을 것만 같던 바위산에 나무와 풀, 산양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풍경이 단초가 돼서 이번 전시회 작품들을 구성하게 됐죠.”
“색을 섞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원하는 색이 나왔을 때는 희열이 느껴져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100호 그림을 처음 그려봤는데 어느 정도의 비율로 해야 할지 감도 안오는 상황에서 붓질이 가는 대로 그려봤어요. 그렇게 탄생한 ‘Flow-Zion Canyon’이 가장 애착이 가고 공을 들인 작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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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릴 땐 집중을 넘어 ‘몰입(Flow)’하는 편이다. 한번은 오전 11시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다 그리고 시계를 봤더니 새벽 1시가 넘은 적도 있었단다.
“밥도 안 먹고 14시간을 꼬박 그림을 그리면서도 시간이 그렇게 많이 간 줄 몰랐어요. 한양여대에서 실용음악과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그림을 그려서 교수실에 걸어놨더니 들어오는 사람마다 ‘미대 교수냐’고 묻더라고요. 하하. 그릴 때는 몰입해서 그리느라 붓이 가는 대로 미친 듯이 그려요.”
이번 전시명인 ‘소요인상-Flow’도 이런 작업스타일을 뜻하는 말이다. ‘소요(逍遙)’는 자유롭게 노닐다는 뜻이고, ‘인상(印象)’은 무언가가 각인되는 것을 뜻하는 말로 전시를 위해 만들어낸 제목이다.
“편하게 내 마음 가는 대로 머릿속에 각인됐던 것들을 몰입해서 작업을 했어요. 노래를 부를 때도 제가 좋아해서 부르면 대중도 그 곡을 사랑해주더라고요. 그림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내가 좋아서 그린 그림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니 참 감사하죠. 앞으로도 함께 좋아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지금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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