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새 앨범 ‘1/6’ 프로모션을 진행한 가수 선미(사진=제페토 캡처) |
|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무한경쟁이 아이돌 멤버들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기획사도 끊임없이 진화해야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기획사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주 수입원이었던 공연 매출이 사실상 ‘제로’(0)가 되면서 새 수익 모델 찾기에 분주하다. 활동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한 지 오래고, VR(가상현실)을 비롯해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엔터 콘텐츠와 이종결합하는 등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Metaverse)와 NFT(대체불가능토큰)가 엔터업계의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메타버스란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다. 영화 ‘레디 플레이 원’에 등장하는 가상공간인 ‘오아시스’처럼 3차원으로 구성된 가상세계를 뜻한다.
|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촬영한 그룹 있지(ITZY)의 ‘낫 샤이’(Not Shy) 뮤직비디오.(사진=제페토 캡처) |
|
우리나라에서는 제페토가 메타버스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 제페토는 지난 2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 2억명을 돌파한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제페토는 AR 아바타를 기반으로 국내외 유저들이 SNS 활동부터 경제 활동까지 다양한 교류를 할 수 있는 가상공간을 제공한다. 패션, 유통, 자동차, 금융 등 다양한 기업들이 제페토와 협업해 아이템을 출시하거나 맵을 개설하는 등 홍보 및 수익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엔터업계도 메타버스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에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하이브 70억원, YG인베스트먼트·YG플러스 50억원, JYP엔터테인먼트 50억원 등 엔터업계에서 투자한 금액만 무려 220억원에 이른다.
아티스트와 메타버스가 접목한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뮤직비디오 티저를 메타버스에서 공개하고, 무대 의상을 아이템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등 활용법도 다양하다.
|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새 앨범 ‘1/6’ 프로모션을 진행한 가수 선미(사진=제페토 캡처) |
|
최근에는 가수 선미가 새 앨범 ‘1/6’ 프로모션을 메타버스에서 진행해 주목을 받았다. 선미는 제페토에 ‘컴백 페스티벌 맵’을 개설, 팬들로 하여금 새 앨범 티저와 콘셉트 의상 등을 미리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더불어 자신의 AR 아바타 ‘SUNMI’로 제페토에 접속해 팬들과 깜짝 팬미팅도 진행했다. 선미는 첫 가상 팬미팅을 마친 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며 “앞으로 기술이 어떻게 진화할지 궁금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소속사 어비스컴퍼니 측은 “색다르고 재미있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메타버스 프로모션을 기획했다”며 “반응도 폭발적이었던 만큼 앞으로도 실험적이고 새로운 방식으로 음악 콘텐츠를 다채롭게 즐길 기회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음악 콘텐츠에 NFT를 접목한 사례도 있다. 세븐은 지난 7월 NFT 플랫폼 ‘NFT 매니아’를 통해 신곡 ‘모나리자’를 단 한 사람만 구매할 수 있는 NFT 음원으로 발매했다. 브레이브걸스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통해 NFT 형식으로 한정판 일러스트를 발행했다.
| 신곡 ‘모나리자’를 NFT 음원으로 발매한 가수 세븐(사진=스타잇엔터테인먼트) |
|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콘텐츠에 복제가 불가능한 고유의 인식값을 부여, 대체할 수 없는 ‘세상 하나뿐인 콘텐츠’를 말한다. 음악 NFT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제대로 구현하면 음악이 ‘공유’에서 ‘소유’할 수 있는 자산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음악과 굿즈를 결합해 다양한 형태의 NFT를 ‘무한정’ 발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새 수익모델로 주목하고 있다.
K팝 기획사가 NFT 시장 진출을 선언한 사례도 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블록체인 업체 두나무와 손잡고 K팝 기반 NFT 플랫폼을 론칭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달 JYP·두나무의 합작법인이 상장할 예정이다. 엔터업계 첫 NFT 플랫폼의 탄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메타버스와 NFT는 팬 비즈니스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며 “K팝은 높은 충성도와 강력한 구매력을 가진 팬덤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그 어떤 분야보다도 메타버스와 NFT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