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승리 이어 슈퍼노바까지… 아이돌은 왜 도박에 빠지나

슈퍼노바 윤학·성제, 원정도박 혐의로 입건
S.E.S 슈·빅뱅 전 멤버 승리도 과거 도박 물의
전문가 "고립된 생활·인기 열망에 일탈 잦아"
"기획사 체계적 관리… 끊임없는 소통 필수"
  • 등록 2020-09-16 오전 7:30:00

    수정 2020-09-16 오전 7:30:00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아이돌 가수의 불법 도박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세대 아이돌’ S.E.S 슈부터 빅뱅 전 멤버 승리, 슈퍼노바 윤학·성제까지, 일반 대중 및 청소년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는 아이돌이란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커지고 있다.

슈퍼노바(초신성) 윤학(왼쪽)과 성제(사진=슈퍼노바 공식 홈페이지)
슈·승리·슈퍼노바… 도박에 빠진 아이돌

그룹 슈퍼노바(구 초신성) 멤버 윤학·성제가 해외에서 도박을 한 혐의로 입건됐다. 15일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필리핀에서 판돈 700만∼5000만원을 걸고 바카라 도박을 1∼2차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는 불법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서도 도박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지난주 초 두 사람을 불러 도박 경위 등을 조사했다.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도박을 하려고 필리핀에 간 것은 아니다”라며 “우연히 현지에서 도박을 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도박 혐의로 이미 입건한 슈퍼노바 멤버 2명 외 다른 아이돌 가수도 해외 도박에 연루됐는지 확인 중이다.

아이돌의 불법 도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빅뱅 전 멤버 승리는 2013년 12월부터 약 3년 반 동안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카지노 등에서 여러 차례 도박을 한 혐의(상습도박)와 ‘환치기’ 수법으로 도박 자금을 조달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를 받아 군 복무 중인 현재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승리는 해외투자자 성매매 알선 의혹 등이 더해져 결국 빅뱅을 탈퇴하고 연예계를 은퇴했다.

빅뱅 전 멤버 승리(사진=이데일리DB)
S.E.S 출신 슈도 원정 도박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슈는 2016년 8월부터 2018년 5월까지 마카오 등지에서 약 7억9000만원 규모의 도박을 26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슈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이후 슈는 예정된 일본 데뷔도 잠정 연기하고 자숙에 들어갔다.

도박을 한 게 무조건 범법행위인 것은 아니다. 형법에 따르면 일반 도박죄의 경우 일시 오락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시 오락을 결정하는 기준은 금액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소액이라고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여러 차례 도박을 한 것이 인정되면 상습 도박죄를 적용해 처벌받을 수 있다. 형법 제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에 대해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면서, 상습으로 이 죄를 범한 사람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단순 도박은 ‘벌금형’만 존재하지만, 상습성이 인정될 경우 ‘징역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S.E.S 출신 슈(사진=이데일리DB)
아이돌은 왜 도박에 쉽게 빠질까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15일 이데일리에 아이돌이 도박에 빠지는 이유에 대해 “감정적으로 섬처럼 고립된 생활을 하다 보니 우울한 감정을 쉽게 느끼게 되고, 그러다 보면 도박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도박을 시작한 아이돌 모두 처음엔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처음엔 흥미로 접근했다가 점점 빠져들게 되면서 자제력을 잃고 중독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연예인자살예방협회 상담소장을 맡고 있는 권영찬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상담코칭심리학과 교수는 “대부분 연예인은 인기를 얻는 것을 목표로 삼는데, 사실 인기란 것은 채워지지 않는 샘물과도 같아 열망은 끝이 없기 마련”이라며 “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술, 마약, 도박 등에 손을 대고 중독돼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권 교수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아이돌에 대해 “일본은 도박장의 일종인 ‘파친코장’이 곳곳에 있어 도박의 유혹에 쉽게 빠져들 수 있는 환경”이라며 “최근 연예인의 인권보장 차원에서 자유시간을 많이 부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유는 보장하되 잘못된 길에 빠져들지 않도록 기획사 차원에서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아이돌 도박 방지를 위한 방법으로 ‘소통’을 강조했다. 임 교수는 “오랫동안 고립된 생활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결국 일탈을 하게 된다”며 “기획사에서는 소속 연예인들이 가족, 지인 등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건강한 취미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단 한 번을 하더라도 도박은 범죄라는 사실을 소속 연예인들에게 주지시켜야 할 것”이라며 “사법기관에서도 도박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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