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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무후무’ 투표 집계 방송사고…배점 방식까지 도마
지난 12일 방송된 ‘미스터트롯’ 결승전 시청률은 35.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 이는 KBS2 ‘1박 2일’의 2010년 3월 7일 방영분(39.3%·닐슨코리아 전국가구 기준)을 잇는 대기록으로 종편과 지상파, 케이블을 포함한 역대 예능 프로그램 2위다. 그러나 이날 실시간 문자 투표에 773만 1781콜이나 몰려들면서 서버에 문제가 생겼고 이로 인해 투표 집계가 지연되면서 최종 우승자를 발표하지 못한 채 마무리되는 불상사가 생겼다. 투표가 몰려 우승자 발표가 미뤄진 것은 국내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처음이다.
이에 제작진은 지난 14일 특별 생방송을 긴급편성했고 마스터 총점 2000점(50%), 대국민 응원투표 점수 800점(20%), 실시간 문자 투표 점수 1200점(30%)이 반영된 결승진출자 7명의 최종 순위가 발표됐다. 그러나 중간 순위와 최종 순위가 뒤바뀐 결과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실시간 국민투표의 집계 방식이 타당했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중간 1위였던 이찬원이 3위를, 2위였던 임영웅이 1위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미스터트롯’은 2~7위의 득표율을 1위가 받은 득표율로 나눈 다음 1200점을 곱하는 방식으로 실시간 문자투표 점수를 산출했다.
비중이 50%나 되는 마스터 총점에서는 이찬원이 1917점으로 임영웅(1890점)보다 27점 앞섰지만, 국민투표는 454.92점이 차이 났다는 점에서 배점 방식을 둔 논란이 제기됐다. 1월 16일부터 2월 23일까지 진행해 총 2975만2432명(1일 1회, 1인당 5명 투표 가능)이 참여한 대국민 응원투표(20%)의 배점 방식과 실시간 문자 투표 배점 방식이 다른 것도 논란이 됐다. 대국민 응원 투표는 1위 800점, 2~7위는 1위로부터 10점씩 차등 배점하게 했기 때문이다. 10인의 마스터 개별 점수를 “시청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밝히지 않고 최고점과 최저점만 공개한 것을 두고도 말이 많았다.
방송을 시청한 권연지(29)씨는 “문자투표 당시 오탈자나 특수문자, 이모티콘 사용이 무효 처리가 될 수 있다는 사전 공지도 없었다”며 “대국민 응원투표와 실시간 문자 투표의 배점 방식이 왜 다를 수밖에 없는지, 어떤 경중을 지녔는지에 대한 설명도 듣지 못했기에 결과에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한국콘텐츠학회 편집위원인 권상집 동국대 교수는 이에 대해 “과다한 문자 투표 집계에 의한 서버 다운을 탓하기보다 결승전 방송에 대한 철저한 준비 및 고려 전반이 부족했기에 생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실시간 문자 투표 점수가 온라인 누적 투표 점수와 왜 다르게 배점이 반영됐는지, 마스터 점수를 왜 최고점, 최저점만 공개했는지 등 시청자들이 설득할 명확한 이유 설명이 없었다”며 “자신이 응원하는 지원자들의 인생과 꿈이 달린 문제인 만큼 시청자들 입장에선 세심히 이를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제작진에 실망감이 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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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팬덤이 형성되는 오디션 프로그램 특성상 투표 및 심사 공정성과 관련한 잡음들은 꾸준히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심희철 동아방송예술대 교수는 “이전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방송국과 방송프로그램이 스타 배출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발판 정도로 역할을 했지만 ‘프로듀스’, ‘미스터트롯’ 등 지금의 오디션 프로그램들은 방송사가 공연, 매니지먼트에 관여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의 당사자 입장으로 한 발 더 들어가다보니 시청률 외의 부가적인 수익구조에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며 “팬덤 현상이 강화되면서 단순 관람자에서 참여자로 주체성이 극대화된 소비자들은 방송사의 변화한 위치 때문에 공정한 진행자, 중계자로서 이들의 역할을 의심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속적 노력을 통해 공정한 방송사의 이미지를 확보해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는게 장기적 관점에서 중요해 보인다. 방송사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서 프로그램 마케팅을 적극 실시하되 객관성 보장이 가능한 외부전문가 등 장치들을 더 확보해나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시청자 참여율과 재미는 물론 수익에까지 기여하는 부분 있기에 이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시청률이나 화제성 제고를 위한 투표 제도의 필요성이나 효과는 입증이 됐기 때문에 버릴 수 없는 아이템이 됐다”면서도 “1등 등 서열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오디션 프로그램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이같은 경향은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결국 방송을 만드는 제작자들이 편집, 자막 등 방송을 제작하는 과정에 더욱 신중해져야 한다. 투표 데이터가 공개돼도 방송이 신뢰를 주지 못하면 대중을 설득시키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