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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훈은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가 지카 바이러스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불참을 선언해 다음 순위자로서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18일 끝난 디오픈을 마무리하고 잠시 귀국한 왕정훈을 22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그의 매니지먼트사 사무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왕정훈은 “아직 시차 적응도 안 된 상태에서 인플루엔자, 장티푸스 등 예방 주사를 맞아 정신이 몽롱하다”며 “몸도 으스스하다.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오려면 며칠 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렵게 태극마크를 단 만큼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다. 그는 “긴장감이 들지 않도록 메달 욕심을 내진 않고 있다”면서 “다만 최선을 다하겠다. 골프는 그날 컨디션이 중요하다. 컨디션 관리만 잘한다면 기회가 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왕정훈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김)경태 형이 언론에 발표하고 나서야 내게 전화로 불참 사실을 말해줬다”며 “경태 형이 2세 계획이 있어 힘들다고 하더라. 국가를 대표해서 나가는 자리를 그런 이유로 양보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형도 올림픽에 대한 열정이 강했다. 마지막까지 고민한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파트너 안병훈(25·CJ그룹)과의 호흡은 걱정 없다. 평소에도 모여 축구 게임을 할 정도로 사이가 돈독하다. PGA 챔피언십이 끝난 후에도 미국 올랜도에 있는 안병훈의 집에서 리우로 건너가기 전까지 함께 생활할 예정이다. 왕정훈은 “(안)병훈이 형과 축구 게임을 즐긴다. 형이 엄청 고수다. 요새 캐디 형한테도 져서 열심히 게임 연습 중이다”며 투덜거렸다.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2승(모리셔스 오픈·하산 2세 트로피)으로 올림픽 참가를 앞두고 팬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주변에서 “야위었다”며 ‘고기 약속’을 앞다퉈 잡고 있다. 왕정훈은 “이제 고기만 봐도 질린다”고 말하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