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에서 조선 제일의 명탐정 김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명민이 이데일리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정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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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그리웠던 현장, 보고 싶었던 스태프. “이게 다 혼자 바쁜 감독 때문”이라고 눙치는 배우 김명민.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이하 ‘조선명탐정2’)은 그가 4년을 손꼽아 기다린 작품이다.
‘조선명탐정2’는 ‘각시투구의 꽃’이라는 부제를 달았던 영화의 속편이다. 4년 전 약 480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한 ‘예고된 시리즈물’이다. 그 사이 영화와 드라마 등 작품 활동에서 활짝 웃을 수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한 김명민에게 ‘조선명탐정’의 다음 이야기는 누구보다 기다려질 법한 작품이었다.
“예전엔 스코어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젠 그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특히 ‘조선명탐정’은 다시 만나기 힘든 현장을 만들어준 영화였다. 보통 작품이 끝나면 시원섭섭하기 마련인데 ‘조선명탐정’은 섭섭함만 남았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최고참부터 막내까지 모든 스태프가 그랬다. ‘조선명탐정2’ 촬영은 우리 모두에게 가뭄의 단비였다.”
오랜만에 만난 ‘조선명탐정2’의 현장은 그대로였다. 1편에서 자신의 대역으로 활동한 스턴트맨까지 같았다. 그 사이 나이를 먹고 몸이 무뎌진 김명민처럼 대역의 몸과 마음에도 삶의 무게가 더해져 있었다.
“최근 ‘무한도전’의 ‘토토가’에 엄정화가 예전에 활동했던 백댄서 분들과 나오지 않았나. 10년 사이 살이 쪄서 옷이 맞지 않음에도 그때 그 열정대로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조선명탐정2’도 나에겐 그랬다. 사실 스턴트맨이라면 몸도 날렵하고 액션도 훌륭하게 소화해야 하는 분들인데 예전만 못했다. ‘우리 늙은거야?’라면서 짠한 웃음을 지었던 게 한 두번이 아니다.(웃음) ‘조선명탐정2’는 말그대로 ‘토토가’의 영화 버전이었다.”
| 김명민과 오달수는 ‘최고의 케미’로 영화 속에서 빛을 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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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명탐정2’는 속편의 징크스를 깰 듯 보인다. 1탄에서 지적된 내용 전개의 허술함이나 캐릭터 간의 어색한 조합은 시행착오로 말끔히 털어냈다. ‘보조’처럼 비춰진 오달수는 ‘완벽한 파트너’로 김명민의 곁을 채웠다. 불량은괴를 둘러싼 비리와 진실을 다룬 에피소드는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영화의 중심인 김명민과 오달수의 ‘탐정놀이’를 흥미롭게 엮어가는 훌륭한 소재로 활용됐다. 1탄에서 스쳐지나가는 역할로 오디션을 봤던 아역배우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사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해 2탄의 주연 못지 않은 자리를 꿰찬 점도 ‘조선명탐정2’의 완성도를 높였다.
“정극은 아니고 코미디도 아닌 작품이라 연기의 중심을 잡기가 어려웠다. 튀지 않게 연기하는 것이 나의 숙제였는데 어른보다 더 성숙하고 침착한 아역부터 다시 없을 최고의 호흡 오달수까지 날 많이 도와줬다. 만약 관객들이 1탄보다 훨씬 풍성한 볼거리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면 ‘조선명탐정2’는 그것만으로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김명민의 말처럼 ‘조선명탐정2’는 풍성함에 관전포인트를 뒀다. 요즘 중요한 배우 간 ‘케미스트리’는 업그레이드 됐다. 여자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한지민에 이어 이연희의 변신은 호평을 끌어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진짜 열쇠’를 쥔 가수 조관우의 악사 연기가 일품. 오락 영화로서 시각적으로 볼 거리를 제공함은 물론 반전 장치로 사용된 ‘야광 액션’ 신은 소품 그 이상의 가치를 안고 있다.
| 김명민.(사진=김정욱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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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액션이 아마 ‘조선명탐정2’의 핵심 즐길 거리로 작용할 것이다. 촬영 감독님이 낸 아이디어였는데, 컴퓨터그래픽(CG)에 의존하지 않았다. 영국에 있는 특수분장 팀에 의뢰해 야광 물질을 만들어냈다. 영화 속에서 오달수 입술에 야광가루를 묻히거나 몸에 뿌리는 장면은 모두 실제로 이뤄진 작업이었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친 뒤라 우리들에게 꽤 자부심 있는 성과로 관객에게 내놓게 됐다.”
영화는 개봉만 앞두고 있다. 김명민은 다시 기다린다. ‘조선명탐정2’의 말미엔 허공을 가르는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시즌3의 탄생을 예고한 영상이 등장했다.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역사를 말해주는 숫자를 가능한 크게 만들고 싶은 것이 김명민의 욕심이다.
“‘조선명탐정2’ 마지막 촬영 현장에서 이런 생각을 했다. ‘여길 다시 오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촬영도 생각보다 금방 끝났고, 이젠 난 다시 기다려야 한다. 이젠 4년은 안 된다. 감독님이랑 2년으로 합의했다. 그렇게라면 ‘조선명탐정’을 시즌 10까진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힘들어진다면 나의 수제자를 키우는 방법도 고려해보겠다.(웃음)”
“가족끼리 보고 연인끼리 보고 보고, 또 보길”바라는 김명민의 말처럼 영화는 작정하고 설 연휴에 맞춰 개봉한다. 11일 관객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