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정의 톺아보기]'수도꼭지 예능인'의 현주소③

  • 등록 2015-02-07 오전 8:05:04

    수정 2015-02-07 오전 8:05:04

‘정글의 법칙 with 프렌즈’와 ‘삼시세끼-어촌편’의 손호준.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최근 배우 손호준의 겹치기 출연이 논란거리였다.

금요일 오후 10시. 약 10분의 격차를 두고 SBS와 케이블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모두에 얼굴을 비추게 됐다. 콘셉트가 겹치는 프로그램이라 더욱 문제가 됐다. tvN ‘꽃보다 청춘’ 특집에서 여행 친구로 호흡을 맞췄던 바로와 SBS ‘정글의 법칙 with 프렌즈’에 동행했다. 그리고 ‘꽃보다 청춘’의 연출자였던 나영석 PD의 신작인 ‘삼시세끼-어촌편’의 새로운 멤버로 합류했다. 정글과 어촌, 바로와 유해진-차승원, 손호준을 둘러싼 환경이 엄연히 달랐음에도 시청자들은 우려를 표했다.

틀면 나오는 예능인들이 있다. ‘손호준 발(發) 겹치기 논란’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꼭지 예능인’들의 시간표는 여느 수험생의 것만큼 촘촘하고 바쁘게 흘러간다.

신동엽, 김구라, 전현무, 김성주. MC로 활발히 활동한 이들에 더해 성시경, 유세윤, 허지웅 등 요즘 예능프로그램 라인업은 꽤 한정적이다. 출연진 간 호흡, 즉 ‘케미스트리’가 특히 중요해진 요즘 트렌드를 맞추다보니 더욱 그렇다. 종합편성채널 JTBC 내에서, tvN 내에서 쓰던 MC를 재활용하는 경우는 더 비일비재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주 전현무 성시경 김구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도꼭지 예능인’들이 그 많은 스케줄을 어떻게 조율하는지도 궁금해진다. 요일을 다르게, 시간대를 최대한 겹치지 않게 방송사 간 프로그램 편성을 신경 쓰는 일은 당연하다. 녹화 시간과 일정을 확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스케줄에 변동이 생기거나 피치 못할 일이 생기는 날엔 어느 한 프로그램에 민폐를 끼쳐야 하는 상황도 감수해야 한다.

MC가 다수 소속된 매니지먼트의 한 대표는 이데일리 스타in에 “MC는 프로그램의 얼굴이고 제작진과 패널, 시청자까지 아우르는 중심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막중하다”며 “그만큼 많이 찾아주는 데는 깊은 신뢰가 있기 때문인데, 그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시간 약속, 기본적인 예의를 지켜야 ‘롱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느 한 부분에서도 서운함이나 소홀함이 없도록 당사자는 물론 매니지먼트 차원에서도 가장 긴장해서 신경쓰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민MC’로 불리는 유재석이나 강호동, 이경규는 원리 원칙에 철저한 이들로 꼽힌다. 유재석이 MBC ‘무한도전’ 녹화가 있는 목요일엔 그 어떤 스케줄도 잡지 않는다는 사실은 팬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 됐다. 강호동 역시 400회를 맞은 SBS ‘스타킹’을 비롯해 KBS2 ‘우리동네 예체능’ 등에 임해온 시간 동안 늘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모범사례로 유명하다.

유재석 강호동.
심지어 서로 간의 예의에 대해서도 철저하다. 지난 몇년 동안 토요일, 일요일 예능프로그램 개편을 두고 각 방송사가 장고에 빠진 당시 예능 제작진 사이에선 “강호동과 이경규가 워낙 돈독한 선후배 사이라 같은 시간대 MC로 경쟁을 붙일 수가 없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과 호흡을 맞춰 본 한 지상파 예능국 PD는 “요즘 쓰고 싶은 MC는 한정돼 있고, 그들의 몸과 시간 또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제작진 입장에선 고민이 크다”며 “방송사가 다르고, 시간대가 다르면 이곳 저곳에 출연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유재석이나 강호동, 이경규에겐 그런 제안을 꺼내기 조차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1일 1프로그램’이란 원칙을 갖고,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까지 생각해 출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수를 정해두는 건 MC로서 바람직하고, 제작진 입장에서도 고마운 일이다”며 “요즘 ‘뜨는’ 게스트를 너도 나도 섭외하고, 또 출연하며 이미지가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인데 그럴수록 상도의는 상하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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