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소송' 낸 유동근 "아버지 하소연 들을 차례"(인터뷰)

시청률 40% 돌파한 KBS2 '가족끼리 왜 이래' 이끌어
"젊었던 나 돌아보면 반성"
'정도전' 등으로 '제2의 전성기'
  • 등록 2014-12-30 오전 6:30:43

    수정 2014-12-30 오전 6:30:43

배우 유동근은 KBS2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를 두고 “그간 잊고 지냈던 아버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에서 소중한 작품”이라고 의미를 뒀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평생 법 모르고 살았던 두부장사는 변호사실의 문을 두드렸다. 세 명의 자식을 법정에 세우기 위해서다. 사유는 ‘불효’다. 아내와 사별한 뒤 평생을 바쳐 삼 남매를 키워온 그다. 돌아온 건 자식들의 무심함과 홀대. 여기까진 넘어가려 했다. 집 땅마저 탐내자 결국 자식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른바 ‘불효소송’이다. 주인공은 배우 유동근(58). “이제 아버지 얘길 들을 차례다.” KBS2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차순봉을 연기하는 배우가 세상의 자식들을 상대로 한 소리다.

“지금까지 어머니 하소연만 듣고 살았을 거다. 잘 생각해봐라. 아버지 얘기를 들어 본 적 있나. 속상해서 술 마시고 집에 들어가도 아버지로서 자존심 때문에 하소연 못하는 게 우리네 아버지다.”

서울 여의도 KBS본관 드라마 촬영장에서 최근 만난 유동근도 “처음에는 ‘불효소송’이 낯설었다”고 했다. “과연 이게 성립하는 일인가 갸우뚱했다”라는 게 그의 말. 이 거부감을 깬 건 대본이다. 유동근은 “불효소송이 아버지가 인생을 마무리하기 전에 삼 남매에 가족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장치로 활용돼 공감이 갔다”고 말했다.

암 진단을 받고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버지는 판사의 중재로 불효 소송을 취하한다. 대신 조건을 걸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병원장인 처가 집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둘째 아들 강재에 ‘3개월간 집에서 함께 살기’, 노처녀 큰딸에 ‘맞선 10번 보기’ 등이다.‘악녀’도 없고 출생의 비밀도 없는 드라마는 지난 21일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국민드라마’ 반열에 올랐다. 그 비결로 유동근은 “잊고 있던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 점”을 꼽았다.

KBS2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사진=KBS).
“강재가 나쁘다고? 내 젊은 날의 한 부분”

유동근에 ‘가족끼리 왜 이래’가 특별한 이유도 따로 있다. 유동근은 “젊은 날의 나를 되돌아보게 해 이 드라마가 내겐 더욱 값지다”라고 했다. 아버지 유동근이 아닌 자식으로서 부족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서다.

“사람들은 극 중 강재가 나쁘다고 욕하고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도 찾아오지 않은 삼 남매를 손가락질하지만 사실 그 모습도 내 젊은 날의 한 부분이다. 나도 젊어서 드라마 촬영 때문에 아버지 병문안을 못 간 적이 있다. 형제들이 미국에 가 막내로서 한다고 했는데 놓치고 간 게 많다는 걸 떠올리게 해줬다.”

실제 유동근은 어떤 아버지일까. 대학생인 첫째 딸과 둘째 아들을 둔 그는 “우리 아이들한테는 편안한 아버지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용의 눈물’ 등 사극 속 권위적인 왕의 이미지가 강한 유동근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다. “사람들이 다들 집에서도 왕으로 지낼 거 같다고 하는데 세상에 그런 남자가 어디 있나. 예능에 안 나오니 그런 이미지가 굳어진 것 같다.” 유동근은 아내인 배우 전인화와 “뽀뽀도 매일 한다”는 다정한 남편이다.

유동근은 올해 ‘정도전’과 ‘가족끼리 왜 이래’를 연이어 흥행시키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사진=한대욱 기자, doorim@).
“데뷔 때 현장서 밥도 날라” 땀 냄새나는 배우

드라마를 보면 유동근은 서민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아버지다. ‘큰 일’을 겪고 ‘밑바닥 생큰일 해본 덕이다. 1980년 TBC 23기 공채 탤런트 출신은 유동근은 첫 월급을 받은 뒤 방송사가 KBS에 통폐합되면서 배역을 하나도 맡지 못했다. “연출부 밑에 제작부장으로 들어가 2년 생활을 했고 현장에서 밥도 날랐다.” 유동근은 “그렇게 배우를 시작하다 큰 교통사고가 나 1년 넘게 아무 일도 못하며 환자로 지냈고, 나중에는 사기도 당했다”는 옛 얘기도 꺼냈다.

데뷔 34년 차인 유동근의 주가가 가장 높았을 때는 1996년이다. ‘애인’과 ‘왕의 눈물’로 안방극장을 주름잡았을 때다. ‘애인’으로 중년 멜로에 한 획을 그은 유동근은 사극에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 유동근은 “‘애인’ 뒤 정말 멜로 작품이 많이 들어왔다. 사극이 하기 싫어서 도망다녔을 때인데 김재형 감독 때문에 ‘용의 눈물’을 하게 됐다”며 “그 때만해도 고마운 줄 몰랐는데 그 때 멜로 쪽으로 갔다면 오늘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도전’은 사극 사명감에…”

환갑을 앞둔 배우에게 올해는 특별한 해다. 유동근은 ‘정도전’에 이어 ‘가족끼리 왜 이래’로 안방극장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이로 인해 올해 KBS 연기대상에 유력한 대상 후보로 꼽힌다. 유동근은 “‘정도전’은 대하드라마가 꺼지면 안 된다는 사명감으로 출연했고, ‘가족끼리 왜 이래’는 주말극이 살짝 흔들리는 시기에 시작해 이렇게 자리매김해 줘 참 고맙다”며 “ 멋 모르고 배우를 시작했는데 끝이 안난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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