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리포트]"욕심났다 '태평륜'"..송혜교의 기분 좋은 자신감

  • 등록 2014-05-19 오전 7:30:00

    수정 2014-05-19 오전 8:52:59

칸에서 만나 더욱 반가웠던 배우 송혜교.
[칸(프랑스)=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많은 분량의 대사를 중국어로 외워야했다. 한국말로도 연기는 쉽지 않다. 감정까지 실어야 하는 연기를 중국어로 표현해야했다. 물론, 중국어로 하지 않아도 됐다. 중간에 촬영이 보류되기도 했다. ‘혹시나 완성이 못되면 어쩌나’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욕심’이 났다. 배우 송혜교는 데뷔 10년을 더 넘긴 지금, 연기하는 재미를 다시 느낀다고 했다.

송혜교가 18일 오후 프랑스 칸의 해변가에 위치한 플라쥬 로얄(Plage Royal)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났다. 송혜교는 오우삼 감독이 만들고 장쯔이, 금성무 등과 호흡을 맞춘 영화 ‘태평륜’ 기자회견으로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7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이정향 감독의 영화 ‘오늘’과 왕가위 감독의 영화 ‘일대종사’로 칸 국제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후 6년 만에 칸을 다시 찾았다.

영화 ‘태평륜’으로 6년만에 칸을 다시 찾은 송혜교.
6년전 칸을 찾았던 것도 ‘태평륜’ 때문이었다. 칸 국제영화제에서 제작보고회를 가진 뒤 관심을 집중시켰고 개봉까지 일사천리로 이어질 줄 알았지만 제작 일정이 지연되는 등 문제를 겪었다. 17일 개최된 기자회견으로 다시 빛을 보게 됐다.

“보류된 기간이 있었다. 그쪽에서도 마냥 배우들을 붙잡고 있을 순 없었기 때문에 내가 다른 활동을 하는 것에 있어 불편한 점은 없었다. 다면 영화가 안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다행히 촬영을 잘 하게 됐고, 거의 끝나갈 무렵이다. 칸에 와서 소개도 되니까 굉장히 기분이 좋다.”

송혜교와 금성무, 오우삼 감독(오른쪽부터)이 17일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했다.(사진=강민정기자)
오랜 시간의 기다림이 있었고, 잠시나마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우삼 감독과 ‘태평륜’에 대한 송혜교의 믿음엔 변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오우삼’이라는 거장과의 호흡이 그를 움직이게 했다.

“오우삼 감독님 작품이었기 때문에 작업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감독님이 ‘황진이’라는 영화를 보시고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는지 당신이 생각했던 나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들어주셨더라. 오우삼 감독님의 현장 분위기는 어떨지 궁금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막’ 찍은 사진임에도 송혜교는 눈부신 미모를 자랑하는 여배우였다.(사진=강민정기자)
송혜교에 대한 오우삼 감독의 믿음 역시 커 보였다. 오우삼 감독은 송혜교가 주연한 영화 ‘황진이’를 본 뒤 그에게 캐릭터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 송혜교는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태평륜’에서 금융가 집 자재 저우윈펀 역을 연기, 시대의 아픔과 호흡하며 변화하는 과정을 연기로 표현했다.

“재벌가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티없이 맑고 밝은 아가씨다. 결혼을 하고 남편을 사고로 잃게 되면서 성숙해간다. 오우삼 감독이라고 하면 남성다운 영화, 액션, 이런 종류를 생각할텐데 놀라울만큼 디테일한 사랑을 그렸다. 나 역시 놀랐고, 오우삼 감독님의 팬이라면 더욱 새로움을 느낄 것 같다.”

‘태평륜’ 포스터.
송혜교는 17일 마제스틱 호텔에서 처음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사랑하는 연인과 행복한 한때부터 헤어질 수밖에 없는 애절한 상황까지 다양한 감정연기를 소화했다. “근현대사 속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을 해왔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는 오우삼 감독의 작의에 충실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당시 시대상이 엿보이는 춤을 소화하거나 피아노 연주하는 신 등 연기 외적으로도 신경쓸 게 있었다. 3개월의 여유를 두고 연습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막’ 찍은 사진임에도 송혜교는 눈부신 미모를 자랑하는 여배우였다.(사진=강민정기자)
수월하게 임한 부분도 있었지만 중국어로 연기한다는 기본적인 부분에선 스트레스도 컸다. ‘일대종사’로 중국어 연기에 도전한 적이 있지만 분량이 많지 않았다. ‘태평륜’ 현장은 달랐다.

“‘일대종사’와 달리 이번엔 대사가 많았다. 그런데 그냥 욕심이 생기더라. 한국말로도 할 수 있었는데 그냥 좋은 감독님과 배우들과 호흡한다는 사실이 중요했던 것 같다. 몇개월 지나고 익숙해지니까 그 또한 자연스러워졌다. 배우들도 옆에서 잘한다, 잘한다 해주니까 자신감이 붙기도 했다.(웃음)”

송혜교.
배두나, 이병헌, 비 등 할리우드에 진출하는 국내 배우들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송혜교는 유독 중국 영화에 친근한 이미지를 안고 있다. 그 역시 이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세 번째 중국영화를 찍는다면 ‘무협’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더 늙기전에 무협을 해보면 어떨까 현장에서 얘기한 적이 있다.(웃음) 중국 활동을 많이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국내에서도 작품 하나를 하면 차기작을 선택하기까지 길게는 1년도 걸린다. 그 사이 시간을 다른 영화를 촬영하는 것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나에겐 도움이 되고 기회다. 중국 영화만 하겠다, 이런 계획을 하진 않는다. 자연스럽게 이 자리까지 왔다. 앞으로도 순간 순간 만나는 작품 호흡에 맞춰 움직이려고 한다. 이제 일하는 재미가 또 생겼다.”

현장에서 ‘언니’, ‘동생’이라 부른다는 송혜교와 장쯔이. 기자회견 포토타임에서도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사진=강민정기자)
송혜교는 쉬지 않고 “계속, 잘”하고 싶다고 했다. 이재용 감독, 배우 강동원과 호흡을 맞춘 영화 ‘두근두근’도 지난달 촬영을 마쳤다. 올해 하반기 중 개봉될 예정이다. ‘태평륜’의 국내 개봉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오는 11월 중국 개봉에 맞춘 프로모션 등 스케줄로 대륙과 국내를 오가는 활발한 행보를 보일 예정이다.

송혜교는 18일 밤까지 현지에서 ‘태평륜’ 관련 일정을 소화한다. 19일 한국으로 출국한다. 이후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태평륜’ 관련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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