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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블랑카'가 돌아왔다. 짧지만 강렬했다. 지난 11일 방송된 '도망자 플랜 비'(이하 '도망자') 14회 말미의 20여 초. "한국 사장님 나빠요"란 익숙한(?)말투가 전파를 타자 온라인은 들썩였다. 그리고 '블랑카'와 그의 본명인 정철규(29)는 단숨에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톱3에 올랐다.
"어떤 분은 퇴근하고 러닝머신 타다가 드라마에서 저 나오는 거 보고 웃겨 넘어지셨다고 하더라고요"
◇"'블랑카' 이미지 버려야된다고 생각했는데.."
주위의 뜨거운(?) 반응에 더 놀란 것은 정철규였다. 그는 지난 11일 '도망자' 방송을 보다가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를 멈췄다. 편집이 너무 많이 돼 속상해서다. 극 중 경호원으로 출연, 금괴를 갖고 필리핀으로 튄 도수(이정진 분)의 가방을 들어주는 것부터 해서 여러 장면을 찍었는데 다 잘려서 방송에 안나올 줄 알았단다.
"솔직히 친구들한테 '도망자' 나온다고 TV 보라고 말한 상태였어요. 그날도 친한 친구 몇명이 모여 술 마시며 본방송을 보고 있었죠. 그런데 친구들이 자꾸 '너 언제 나와' 하는거에요. 그래서 창피하고 속상해서 'TV 꺼' 하고 술 마시고 있었죠. 그런데 갑자기 휴대전화 문자가 쏟아지는 거예요. '너 실시간 검색어 2위 올랐어'같은 축하문자에 저도 놀랐죠"
정철규는 "'블랑카' 대사가 재미있을 줄 몰랐다"고 했다. 지난 9월 '도망자' 녹화 당시 이정진이 "나 촬영 웃겨서 못할 것 같다"고 재미있어하긴 했지만 자신은 '지겹게' 해 온 말이라 별 기대도 안했었단다.
"사실 '폭소클럽' 마치고 외국인 노동자 이미지는 무조건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내 생각과 시청자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아요. 난 3년 동안 매일 10시간씩 연습하며 신물이 났던 캐릭터였지만 시청자는 `블랑카`를 보려고 일주일을 기다린 거잖아요. 그것도 5분 짧게 나오는 모습을 보려구요. '블랑카'가 참 고마운 존재라는 걸 알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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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으로 약물치료도 받아..운동으로 극복"
하지만 갑작스러운 변화에는 사연이 있는 법. 정철규는 "우울증으로 약물치료를 받다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폭소클럽' 끝나고 1년 정도 소속사 문제도 꼬이고 해서 방송 출연을 못했어요. 당시 소속사와 갈등을 겪으며 배신감도 들고 연예계에 환멸을 느꼈죠. 그러다가 2008년 우울증이 심하게 왔어요. 잠을 못 자서 수면제 처방도 받았죠. 그런데 어느 날은 제가 수면제를 많이 먹어 거의 환각 상태에서 차를 몰고 밤에 어디를 갔더라고요. 주위에서는 난리가 났는데 다음날 전 기억이 하나도 안 났어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을 다잡으려던 차 의사의 추천으로 운동을 시작하게 됐죠"
정철규는 운동을 시작한 후 점차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그래서 항우울증제와 신경 안정제도 끊었다. 사람들을 대하는 것도 한결 수월해졌다.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거의 집에서만 지냈던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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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와 환호를 받다가 갑자기 일이 떨어지고 사람들의 관심이 줄면서 점점 자기만의 세계에 갇히게 되더라고요. 데뷔하자마자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 위기의 순간에 대비할 준비가 안 됐던 탓도 있고요. '요즘 왜 방송 안나오세요'라는 사람들의 말을 자꾸 듣다 보니 숨게 되더라고요"
"김용만 선배님한테도 힘을 많이 얻었어요. 문자로 '형님 저 힘들어요'라고 보내면 '아무 때나 전화해라. 나도 요즘 고민 많다'며 편하게 보듬어주시는 게 김용만 선배님이죠"
◇"연기자 전향? 개그 무대 복귀 꿈꿔"
정철규는 아직도 개그에 '목마르다'. 영화 '상사부일체' 등에 출연하며 연기 외도를 했지만 항상 개그프로그램 복귀를 꿈꿨다. '폭소클럽' 이후 여러 번 동료와 새 코너를 들고 '개그콘서트'를 찾았지만 프로그램 복귀는 쉽지 않았다. 번번이 퇴짜였다. 하지만 정철규는 지금도 개그무대에 서기 위해 새로운 캐릭터를 연구하며 동료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코미디를 계속하고 싶어요. 버라이어티도 욕심나요. 사실 '깐죽대면서' 말하는 거 정말 잘하거든요. 아직 우리나라에 동남아시아인 캐릭터는 나만큼 소화하는 개그맨 없을 거라고 자부하는 데 '1박2일' 제6의 멤버로 '블랑카' 어떠신가요?"
(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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