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축구화는 그라운드 위 선수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패션 아이템'이다. 유니폼은 스폰서업체가 제공한 것을 똑같이 입지만 축구화는 선수가 원하는 종류와 색깔을 고를 수 있다. 축구화에만 유독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은 선수의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패스와 드리블, 슈팅 등 선수들의 모든 플레이는 공과 직접 맞닿는 축구화를 통해 시작되고, 완성된다.
남아공월드컵 출전을 앞둔 한국 대표팀의 핵심 전력인 박지성,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등이 신는 축구화도 제각각이다. 축구화만 봐도 '양박 쌍용(兩朴雙龍)'의 플레이 스타일을 짐작할 수 있다.
■박주영 스피드, 박지성 터치감
최전방 스트라이커 박주영(AS모나코)은 수비수를 따돌리고 공간을 창출해내는 몸놀림, 골키퍼의 허를 찌르는 빠른 템포의 슈팅이 특기이다. 박주영이 무게 165g에 불과한 초경량 축구화 '아디다스 F50 아디제로'를 신는 것은 문전에서의 순발력과 스피드를 위해서이다. 삼각형 모양의 스터드(stud·축구화 밑창에 붙은 징)는 가속력을 극대화시킨다는 것이 아디다스측의 설명이다. 아르헨티나 공격의 핵 리오넬 메시도 같은 축구화를 신는다.
■이청용 역동성, 기성용 정확성
좌우를 가리지 않는 활발한 측면 돌파가 특기인 이청용(볼턴)이 신는 축구화(나이키 머큐리얼 베이퍼 슈퍼플라이)는 역동성에 초점을 맞췄다. 급격한 방향 전환으로 수비수를 따돌리는 움직임을 위해 미끄러짐 방지와 접지력에 초점을 둔다. 지면에 발을 딛는 압력에 따라 앞쪽의 스터드가 최대 3㎜까지 수축, 방향 전환 때 안정적인 '퍼스트 스텝(first step)'을 가능케 한다. 압도적인 드리블 스피드로 상대 수비진을 휘젓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선택한 축구화이기도 하다.
■주황색 축구화가 많은 이유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인 한국 대표팀은 저마다 5~6켤레의 축구화를 들고 왔다. 같은 모델이라도 색상이 다른 축구화를 번갈아 신으며 개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청용은 지난 4일 스페인과의 평가전 때 전반은 하얀색, 후반은 노란색 축구화를 신었고 기성용은 "3~4켤레를 번갈아 신는다"고 말했다.
대표팀이 신는 축구화를 브랜드별로 보면 나이키(14명)가 가장 많고 푸마(4명), 아디다스(3명), 미즈노(2명) 순이다. 나이키는 남아공월드컵을 위해 출시한 축구화를 주황색 계통으로 맞추었고, 푸마도 주황색으로 포인트를 준 축구화를 내놓았다. 대표팀 훈련 때 초록 그라운드 위로 주황색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박주영·차두리 등 아디다스 고객은 노란색이 메인 컬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