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파사반, 턱밑 추격…남녀 통틀어 20번째

  • 등록 2010-04-28 오전 8:09:22

    수정 2010-04-28 오전 8:09:22

[조선일보 제공] 오은선 대장과 '여성 최초 14좌 완등'의 기록을 다퉜던 산악인은 스페인의 에드루네 파사반(37)과 오스트리아의 갤린더 칼텐브루너(40)였다. 2007년까지만 해도 칼텐브루너(10개봉 등정)와 파사반(9개봉)이 크게 앞섰다.

하지만 오 대장은 2008년과 2009년 각각 4개봉씩 오르는 '속공'을 펼치며 추월에 성공했다. 국내 라이벌이었던 고미영씨는 2009년 7월 낭가파르바트에 오르며 11좌 등정에 성공했지만 하산하다 숨졌다.

지난해 8월 가셔브룸 Ⅰ봉에 오르며 13좌 등정을 이룬 오은선 대장은 9월 안나푸르나 등정에 실패하며 파사반에게 쫓기는 입장이 됐다. 파사반이 지난 4월 안나푸르나 정상에 서며 13좌 등정에 성공했고, 오는 5월엔 하나 남은 시샤팡마에 도전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오 대장은 27일 안나푸르나 정상을 밟으며 세계 산악사를 다시 썼다. 미국 ABC 방송 등 외신은 "한국의 산악인 오은선이 스페인의 라이벌을 누르고 히말라야 14좌에 오른 최초의 여성이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오 대장의 이번 등정 성공으로 이탈리아(3명)를 제치고 히말라야 14좌 완등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가 됐다. 엄홍길씨가 2000년 아시아 최초로 14좌 완등자가 됐고, 이후 박영석(2001년)·한왕용(2003년)씨가 뒤를 이었다.

오 대장은 "히말라야 14좌를 등정한 20인에 들고 싶다"는 소원도 이뤘다. 히말라야 14좌 완등은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가 1986년 처음 성공한 이후 지난 17일 안나푸르나에 오른 주앙 가르시아(포르투갈)까지 19명뿐이었다.

오은선 대장에게 영광을 안긴 안나푸르나는 그동안 한국 산악계와 질긴 악연이 있던 곳이었다. 갑작스러운 눈사태와 곳곳의 크레바스(빙하 위 균열) 등 위험요소가 많은 안나푸르나에서 한국 원정대 16명이 유명을 달리했다.

1993년 국내 여성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지현옥씨도 1999년 안나푸르나 정상에서 내려오다 숨졌다. 93년 당시 지현옥씨가 이끌던 원정대의 대원으로 활동했던 오 대장은 11년 만에 선배의 한도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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