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전지현, 한국 여배우의 한계를 베다

  • 등록 2009-06-13 오전 9:56:30

    수정 2009-06-13 오전 10:18:54

▲ 전지현(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11일 개봉한 영화 '블러드'에서 주인공 사야는 오직 하나만을 위해 산다. 그것은 아버지를 죽인 뱀파이어 오나겐에 대한 복수다. 인간인 아버지와 뱀파이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야는 일명 뱀파이어 헌터. 사야는 날카로운 검으로 달려드는 벰파이어들을 한 칼에 벤다.

'블러드'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시이 마모루의 원작 만화를 옮긴 작품이다. 3500만 달러의 제작비에 '와호장룡'과 '색,계'를 만든 홍콩의 빌 콩이 제작을 총괄했다. '키스 오브 드래곤'과 '늑대의 제국'을 만든 프랑스의 크리스 나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 마디로 해외시장을 겨냥한 다국적 합작영화다. 그리고 '전지현이 '블러드'의 화룡점정이 됐다. 주인공 사야 역을 전지현이 맡았기 때문이다.

전지현이 ‘블러드’의 주인공이 된 것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한국 여배우가 다국적 합작 상업영화에 원톱 주인공이 된 경우는 전례가 없다. 한국 여배우가 모국어가 아닌 영어 대사와 와이어 액션 연기를 선보인 경우도 없다. 전지현은 기존 한국 여배우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블러드'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전지현에게 해외 진출은 그녀가 앞으로 품고 살 일종의 화두처럼 보였다. 그녀는 한국에서 ‘대접’을 받으며 편하게 연기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블러드'에 출연, 이역만리 아르헨티나의 스튜디오에서 외국 스태프들의 의구심어린 눈빛 속에 와이어에 대롱대롱 매달리며 영어로 대사를 해야 했다. 이는 분명히 ‘도전’이었다.

"해외 진출의 첫발을 딛는 데는 액션이라는 장르가 전략적으로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은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블러드'가 계기가 되어 본격적으로 액션을 연습하고 영어를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했죠."
 
▲ 영화 '블러드'에서 주인공 사야 역을 맡은 전지현


전지현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와 '데이지'를 통해 해외 스태프들과 작업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때부터 해외 진출의 꿈을 키웠다. 한국 배우도 해외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이런 와중에 '블러드'의 출연제의가 왔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평소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영어로 된 대사로 연기하려니 단순히 말을 하는 것과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한국말에 감정을 싣는 것과 영어에 감정을 싣는 것은 달랐다. 대사 한 줄을 수 백번 읽었다. 처음 대사를 칠 때는 앞이 깜깜했다. 그러나 전지현은 차츰 감정만 진실하다면 한국어든 영어든 그 의미가 전달된다는 것을 느꼈다.

"결국 언어 문제만 해결되면 해외라고 해서 한국과 특별히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어느 정도 해외진출에 대한 노하우도 생긴 것 같구요."

영화의 완성도를 놓고 논란은 있을 수 있어도 '블러드'는 전세계 개봉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영화다. 그런 작품에 한국 여배우가 당당히 주인공으로 출연했다는 것은 한국 영화계의 성장과 자랑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전지현은 자신의 진출을 계기로 다른 한국 배우들도 세계 영화시장에서 좀 더 많은 활약을 펼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해보니 우리나라 배우들의 능력이 그들과 비교해 뒤쳐질 것이 없다는 오기가 생겨서였다.

“아직 아시아의 배우가 맡을 수 있는 배역은 액션을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이번 ‘블러드’를 해보면서 시야와 생각이 많이 넓어졌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해외 진출을 시도할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커리어가 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계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죠. 사실 ‘블러드’ 촬영장에서 액션 연기와 영어 대사가 쉽지 않았지만 한국 배우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 이를 악물었거든요.”

▲ 전지현(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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