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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제공] 대중문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의외성이다. 예기치 못한 순간, 예상치 못한 인물이나 작품이 뜨거나 혹은 몰락한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영화, 방송, 가요계 '반전(反轉)'의 주인공들을 소개한다.
■영화
◆앙팡 테리블의 일격
신인감독이 없었다면 올 영화계는 전멸했을지도 모른다. 올해 각종 영화상을 휩쓴 500만명 흥행의 주역 '추격자'의 나홍진 감독이 대표적. 또 6억5000만원 제작비로 130만여 명이나 긁어모은 '영화는 영화다'의 장훈 감독, 최근 400만 관객 고지를 향해 맹렬히 속도를 내고 있는 '과속 스캔들'의 강형철 감독 등도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로 꼽힌다. 평단의 찬사를 받은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은 최근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다시 주목받았다.
◆대박일 줄 알았는데 쪽박이라네
감독도 유명하고, 배우도 톱스타다. 성공가능성 99%였다. '말아톤'의 정윤철 감독에 톱스타 전지현 황정민 주연의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는 연초 개봉해 55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 신민아·유건 주연의 '무림 여대생'을 본 관객은 고작 2만여 명이었다. 물론 할리우드도 피해가지 못한다. 리들리 스콧 감독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러셀 크로의 '바디 오브 라이즈'는 59만 명, 유명 드라마 'X파일'의 멤버가 다시 뭉친 스릴러 'X파일-나는 믿고 싶다'는 24만여 명이 봤을 뿐이었다.
◆이런 행운도!
남규리 이범수 주연의 '고사-피의 중간고사'는 개봉 첫주에도 주목받지 못했다. 이전 공포물의 스릴감을 뛰어넘는 것도 아니었고, 배우들의 '국어책 연기'도 거슬렸던 영화. 그러나 '올여름 유일한 공포 영화'라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163만여 명을 동원, 제작비 대비 약 400%의 수익을 올렸다.
■방송
올 하반기 최고의 인기 드라마는 MBC '베토벤 바이러스'다. 그런데 사실 이 드라마는 MBC의 '버린 카드'였다. '바람의 나라'(제작비 200억원), '바람의 화원'(60억원) 등 경쟁 방송사의 대작 틈바구니에서 큰 기대 없이 편성했던 작품. 제작비는 30억원 안팎. '잭팟'은 이럴 때 터진다. 시청률 경쟁 승리는 물론, 빼어난 작품성에 대한 찬사도 쏟아졌다.
◆리얼리티 오락 프로 '패밀리가 떴다'의 성공
이 프로는 탄생의 순간, 우려와 조소를 받았다. 기존 리얼리티 오락 프로의 특성을 적당히 뒤섞은 안이한 기획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한 방송사 PD는 '막장 리얼리티'라고 했다. '무한도전'의 유재석의 힘이었을까. 12월 시청률은 30%에 육박 중. 대중이 TV에서 기대하는 것은 새로움이 아니라 익숙함일까.
◆흥행 보증 수표 '타짜' 실패
허영만의 만화 '타짜'는 90년대 최고 흥행작 중 하나였고, 2006년 영화에는 관객 680여만 명이 들었다. 하지만 드라마 시청률은 10% 안팎. 원작 만화 '타짜'가 도박, 폭력, 섹스 코드였던 것을 잊은 탓일까. '18세 이상 관람가'였던 영화에 비해 긴박감이 많이 떨어졌다.
◆드라마의 몰락
■가요
◆비호감에서 급호감으로! 서인영
가수가 인기를 얻기 위해선 목소리를 가다듬는 것보다 몸매나 얼굴을 다듬는 게 먼저라는 걸 일깨워준 장본인. 대중은 바가지를 얹은 듯한 앞머리 패션과 서인영의 코맹맹이 소리에 더 열광했지만 정작 그녀가 내놓은 싱글 앨범의 노래 제목조차 이미 잊었으니까.
◆스타 등극, '장기하와 얼굴들'
이름도 생소한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이하 '장기하…')의 '싸구려 커피'. 포크에 엽기송을 더한 듯한 그들 노래는 온라인 음반 사이트에서 판매 3위를 기록. 초등학생들은 "장기하가 동방신기의 숨겨진 여섯 번째 멤버라면서요?"라고 묻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음반을 직접 만들어 파는 수공예 인디 밴드.
◆왕비호가 팔아준 동방신기 앨범
KBS '개그콘서트'에서 '왕비호'가 "어이 동방신기! 팬클럽은 80만인데 왜 음반 판매량은 고작 10만 장이야?"라고 말하자 분기탱천한 팬들이 4집 앨범 50만장을 사들였다. 왕비호는 이어 "동방신기 50만장 판매… 내 덕분이야! 그런데 팬클럽이 80만인데 50만장만 팔린 걸 보면 30만 명은 다운받았나 보지?"라고 비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