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세 캐나다 승마 선수 8전9기

올림픽 출전 9번 만에 감격의 첫 메달
  • 등록 2008-08-20 오전 8:36:29

    수정 2008-08-20 오전 8:36:29

[조선일보 제공] 환갑을 넘긴 캐나다 승마 선수가 올림픽 출전 9번 만에 첫 메달을 목에 걸었다.

18일 밤 홍콩 올림픽 승마경기장에서 열린 승마 장애물비월 단체전에서 이안 밀러(61)가 속한 캐나다팀(4명)이 1·2라운드 합계 벌점 20점으로 미국과 동점을 기록, 재경기(점프 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은메달을 차지했다.

밀러는 이번 대회 참가로 하계올림픽 통산 최다 출전 기록에서 오스트리아의 후베르트 라우다슐(요트·1964~1996년)과 동률을 기록했다. 서방 국가들이 불참한 1980 모스크바올림픽에 참가했더라면 이번이 10번째 출전이었다.

10살 때 말을 처음 탄 밀러는 월드컵 파이널 등 여러 국제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유독 올림픽에서만은 메달과 인연이 없었다. 25살의 나이로 1972 뮌헨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밀러의 역대 최고 성적은 1984·1988 올림픽 단체 4위, 2000 시드니올림픽 개인 13위였다.

말 안장에 오르는 것도 힘들 것 같은 나이. 하지만 밀러는 매일 아침 한 시간씩 스트레칭과 근력강화운동으로 몸을 가꿔왔다. 또 몇 년 전부턴 매일 먹던 육류 대신 생선과 과일, 야채를 즐겨 먹으며 체력을 관리했다.

9번째 출전이었지만 이번 대회는 밀러에게 낯설었다. '아내 없는 올림픽'은 처음이었다. 지난 3월, 32개월 동안 암과 사투를 벌인 아내 린(Lynn)이 세상을 떠났다. 아내는 40년 가까이 그의 승마 인생을 지켜봐 준 둘도 없는 조력자였다. 아들과 딸 모두 훌륭한 승마 선수로 키워냈고, 자신의 농장에 세계적인 수준의 승마 훈련장을 만들어 함께 관리할 정도로 승마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토록 바라던 올림픽 메달을 아내의 목에 걸어줄 수 없게 됐다.

밀러의 남은 바람은 3가지. 우선 2012 런던올림픽에 참가해 최다 출전 기록(10회)을 세우고 싶다. 또 수년간 캐나다 승마 대표팀 후보에 머물고 있는 아들(33)·딸(31)과 함께 올림픽 무대에 서길 희망한다. 내친 김에 런던올림픽 캐나다 선수단 기수로 나서는 것도 내심 바라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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