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기자석] 우리도 성남 일화를 서포팅 한다

K리그 다른 구단 서포터, 우라와전 응원 동참
  • 등록 2007-10-04 오전 10:37:42

    수정 2007-10-04 오후 2:56:48


[성남= 이데일리 SPN 이호진 명예기자] K리그 챔피언 성남 일화와 일본 J리그의 정상 우라와 레즈가 200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격돌한 3일 성남 탄천 종합운동장. 낮부터 비가 흩뿌렸지만 1만6000여 명의 축구팬들이 모처럼 스탠드를 가득 메우고 성남에 뜨거운 응원을 보냈다. 탄천 종합 운동장에 이렇게 많은 축구팬이 모이는 것은 드문 일. 이들은 김두현의 천금같은 동점골로 2-2 무승부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비우지 않고 성남을 성원했다.

이날 경기는 K리그와 J리그의 자존심이 걸린 ‘작은 한일전’이었다. 이 때문인지 탄천 종합운동장에선 의외이면서도 반가운 축구팬들을 볼 수 있었다. K리그 다른 구단의 서포터들이었다. K리그에서는 응원하는 팀이 다르지만, ‘오늘만은 K리그를 대표하는 성남 일화를 응원하겠다!’ 는 한 마음으로 탄천 종합 운동장을 찾은 이들을 만났다.

▲ 박선재(왼쪽)씨 등 FC 서울 서포터


◊FC 서울 서포터
-어떻게 경기장을 찾게 됐는가?
▲K리그와 J리그를 대표하는 강팀의 대결이기 때문에 반드시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왔다. 그리고 지난 전북 현대와의 8강전 때처럼 우라와 레즈의 서포터스가 대규모로 올 것 같아 그들이 서포팅하는 모습도 보고 싶었다.

-전반전까지 본 소감은?
▲성남이 일찌감치 선제골을 넣어서인지 우라와의 경기력이 생각했던 것보다 높지 않은 것 같다. 성남이 기세를 살려 효과적인 경기를 펼쳤다.

-최근 성남-우라와전 만큼은 ‘연합 서포팅’ 을 하자는 등의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 부분에 있어서는 성남 서포터스도 같은 생각이라고 본다. 취지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팀 서포터스가 자신의 팀 경기에 서포팅을 한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각자 자신들만의 팀이 있는 것이고, 그 팀만을 위해 응원하는 것인데 그런 고유 영역에 다른 누군가가 침범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우리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성남에 바라는 점은?
▲K리그를 대표해서 출전한 만큼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그래서 K리그가 J리그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 주길 바란다.

▲ 수원 서포터 임석진 윤미라


◊수원 삼성 서포터
-전반전 경기를 본 소감은?
▲내가 응원하는 팀이 아니라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일 양국 챔피언끼리의 대결이라 그런지 박진감 있는 경기가 펼쳐졌다.

-오늘 최종 스코어를 예상한다면?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원정 다득점 원칙이 있기 때문에, 되도록 실점 하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더도 말고 2-0으로 이겼으면 좋겠다. 전반전의 모습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평소 생각하던 성남 일화는?
▲일단 눈에 보이는 것부터 말하자면, 화려한 이력에 따라오지 못하는 유니폼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그리고 다소 부족한 응원력도 아쉽게 느껴진다. 반면 전술적인 완성도는 국내 구단 중에 가장 높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선의의 라이벌로서 성남에 바라는 점은?
▲뛰어난 경기력에 걸맞는 관중 동원과 마케팅 활성화가 이뤄진다면 수원 삼성이나 우라와 레즈 같은 열기 있는 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가 오는데도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을 보니, 오늘이 그런 계기가 될 것 같다.
 
▲ 대전 서포터


◊대전 시티즌 서포터
-대전에서 어려운 걸음을 했는데?
▲대전에서 온 것은 아니고, 직장이 인천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왔다. 고향이 충청도이기 때문에 대전 시티즌을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전반전 경기를 평가한다면?
▲전체적으로 성남이 주도권을 잡았다고 본다. 충분히 이길 것 같지만, 전반전에 좋은 찬스가 많았는데 골로 연결하지 못해 아쉬운 감이 있다. 상대가 일본 팀이기 때문에 최대한 큰 점수 차로 이겼으면 하는 바람인데, 이런 페이스라면 2-0 정도로 이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기장에 직접 와서 보니 평소 알던 ‘성남 일화’ 와 다른 점이 있는가?
▲항상 듣는 이야기는 성남 경기는 관중이 적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관중이 찾아 조금은 놀랐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경기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서포터스 규모가 적다는 것이다. 좀 더 많은 인원이 참여했다면 훨씬 좋은 그림이 나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성남에 바라는 점은?
▲K리그에서는 적이지만, AFC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K리그를 대표하는 팀으로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대전 팬들 뿐만 아니라 K리그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의 바람일 것이다.

결국 경기는 모두가 원했던 승리가 아닌, 무승부를 기록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승리 이상으로 소중한 것을 얻은 한판이었다. K리그에선 각자 다른 팀을 응원하는 서포터들도 K리그를 대표하는 팀을 위해선 하나로 뭉쳐 응원의 힘을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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