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구의 PD열전]EPL 중계하는 최성욱 PD "지상파 안부럽다"

  • 등록 2007-08-20 오전 10:53:26

    수정 2007-08-20 오전 11:02:55

▲ MBC ESPN에서 EPL을 중계하는 최성욱 PD(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축구 팬들은 주말 밤만 되면 TV 앞으로 모여든다. 지난 11일부터 EPL(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EPL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뛰고 있는 빅리그의 하나. 특히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가 토튼햄 핫스퍼, 설기현이 레딩, 이동국이 미들즈브러에서 각각 뛰고 있어 EPL에 대한 한국 팬들의 관심은 높다.

그동안 박지성 출전 경기는 최고 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한국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더라도 2%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EPL은 케이블TV에서 킬러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그런 점에서 EPL 2007~2008 시즌을 독점 중계하고 있는 케이블TV 스포츠 채널 MBC ESPN의 최성욱 PD(39)는 국내 EPL 팬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스포츠 전문 PD로서 MBC ESPN에서 EPL과 국내 프로축구, 복싱 등을 담당하고 있는 최 PD는 EPL 시작과 함께 영국과 한국의 시차 때문에 낮과 밤이 뒤바뀐 생활을 하고 있다.

◇ EPL 국제신호만 수신? 프리뷰, 편성 판단까지 PD몫
EPL의 한국 중계에서 PD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현지에서 만들어진 국제신호를 수신해 국내 캐스터, 해설자의 멘트와 자막을 덧씌우는 재가공 과정을 거쳐 방송을 내보내기만 하면 된다. 동시에 3~4경기가 진행되지만 생중계를 하는 것은 한 경기뿐이다. 나머지는 녹화를 해뒀다가 추후 중계를 하면 된다.

그러나 방송 전에는 정신없이 바쁘다. 경기의 관전 포인트를 자막으로 뽑고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의 직전 경기 활약상 등 정보를 수집해 프리뷰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최성욱 PD는 또 “일반적으로 경기 시작 30분 전에 인터넷에 그날 출전할 선수 라인업이 올라오는데 이를 확인해 생중계로 가장 먼저 방송할 경기를 선택하는 것도 PD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편성이 확정돼 공지가 된 상황에서 갑작스런 편성 변경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다. 비난이 따를 수도 있다. 그러나 최성욱 PD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딩이 같은 시간에 각각 경기를 하는데 박지성이 라인업에서 빠져있고 설기현이 선발 출장한다면 당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가 생중계로 예정돼 있어도 레딩 경기를 생중계로 돌리는 게 당연하죠”라고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의 많은 시청자들이 그걸 원한다는 판단에서다.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 박지성이 출전한 EPL 경기는 케이블TV임에도 최고 시청률이 5%를 넘었다. (제공=MBC ESPN)


◇ 스포츠 좋아 하는 일... 지상파 PD 안부럽다
서양화를 전공한 최성욱 PD는 스포츠가 좋아 지난 1995년 한국스포츠TV(현 SBS스포츠)에 스포츠 PD로 입사했다. 2001년 MBC ESPN 개국에 맞춰 자리를 옮겼다.
 
최 PD는 “스포츠는 연출되지 않은 감동이 펼쳐지는 만큼 드라마보다 큰 감동 요소가 있어요. 또 똑같은 경기는 하나도 없고 결과도 끝날 때까지 몰라 항상 새롭죠”라고 스포츠 예찬론을 폈다.

그러나 단순히 스포츠를 좋아한다고 해서 스포츠 PD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제 어떤 종목의 방송을 맡게 될지 모르는 데다 요즘은 해외 스포츠 중계도 많기 때문에 다양한 종목에 대해 마니아에 가까울 정도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 때문에 필기시험을 거쳐 입사 면접을 볼 때도 전문성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는 것이 최성욱 PD의 설명이다.

EPL을 비롯한 해외 스포츠는 국제신호를 수신하면 되지만 국내 프로축구, 프로야구 등 경기를 중계할 때는 PD도 직접 현장에 나간다. 경기장에 설치한 여러 대의 카메라에 각각 잡힌 영상으로 중계차 안에서 방송을 진두지휘한다.

최성욱 PD는 “현장에 가면 PD가 경기장에 설치할 카메라의 위치도 선정해요. 타방송사와 중계가 겹치면 카메라를 놓는 것부터 전쟁이죠”라고 말했다.

최성욱 PD는 이어 “국내 프로축구 중계의 경우 과거 7~8대를 설치하던 카메라를 지난해부터 11대로 늘려 시청률 상승효과를 봤죠”라며 “카메라 위치에 따라 앵글이 달라져요. 저는 되도록 낮게 설치하도록 하는데 그러면 선수들이 카메라 앞을 지날 때 크고 자세하게 보일 뿐 아니라 다이내믹하게 보이는 효과도 있어요”라고 자신의 노하우를 살짝 공개했다.

스포츠 채널 전문 PD들의 역할은 경기 중계에 그치지 않는다. 방송을 원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기획하고 스폰서를 연계해 현실화시키는 것도 PD의 역할이다.

일이 너무 많다고? 최성욱 PD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좋아서 하는 일인 걸요. 전문직으로서 자긍심도 있고요. ‘지상파 스포츠 PD가 부럽지 않느냐’는 말도 듣는데 스포츠 중계 편성이 적은 지상파에서 원하는 대로 일을 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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