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자전거',장애인의 삶에 대한 새로운 눈높이

  • 등록 2007-04-12 오후 12:57:48

    수정 2007-04-12 오후 12:57:48

▲ 영화 "파란 자전거"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가끔씩 '참 착하다'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들이 있다. 19일 개봉하는 ‘파란 자전거’(감독 권용국/제작 프라임 엔터테인먼트)가 바로 그런 영화이다.

'파란 자전거'는 오른손이 의수인 장애인 동규(양진우 분)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흔히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이 지향하는 극적인 인간승리 드라마가 아니다.

장애인이 주인공인 영화나 드라마의 전형적인 전개 과정은 세상의 편견과 힘겹게 싸운 끝에 결국 벽을 뛰어넘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란 자전거’는 그런 극적 성공기 보다는 동물원 코끼리 사육사 동규의 삶 한 토막을 담담히 담고 있다.
▲ 영화 파란 자전거

동규는 자신의 불편한 손 때문에 사귀던 여자친구(박효주 분)의 부모로부터 탐탁치 못한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쉽게 체념해 버린다. 일하던 동물원이 폐장해 새로운 직장을 구해야 하지만 역시 쉽지 않다. 어릴 때부터 늘 받아온 사람들의 ‘곁눈질’은 그를 자꾸만 움츠러들게 만든다.

하지만 동규에게는 어린시절 첫사랑 소녀에 대한 소중한 추억이 있고, 어른이 되어 비로서 깨닫게 된 아버지(오광록 분)의 사랑이 있다. 또 새로운 희망이 될 여인(김정화 분)도 새로 나타난다. 영화는 희망의 빛으로 끝나지만 동규의 삶은 끝없이 흘러간다. 대단한 도전과 극복 없이도.

촬영 전 캐릭터에 대한 500여개의 문제에 답을 하며 ‘캐릭터 분석 리포트’까지 쓴 젊은 배우 양진우, 김정화, 박효주는 그런 노력 덕분인지 각자의 역할에 모자람이 없다. 중견배우 오광록이 보여주는 물 흐르듯 너무나 자연스런 연기도 자칫 밋밋해질 수 있는 영화에 특별함을 부여한다.

실제로 한 쪽 다리가 불편한 권용국 감독은 시사회에서 ‘파란 자전거’에 대해 “나를 닮은 영화를 만들어서 기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권 감독은 이어 “영화에서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삶에 대해 드라마틱하게만 묘사한다. 영화처럼 장애를 극복했을까 하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해봤다"며 "사실 장애는 그리 불편하지도 않고 극복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5월부터 한국 영화는 ‘스파이더맨 3’를 시작으로 한 해외 블록버스터들과 극장가에서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간다.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기 전, 준비 운동 삼아 ‘착한 영화’ 한 편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 하다.

▲ 영화 파란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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