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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송에서는 차세음(이영애 분)을 괴롭히던 트라우마의 실체가 밝혀졌다. 20여 년 전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배정화(예수정 분)는 희소병인 래밍턴병이 발병된 후 감정과 신체를 통제하지 못했고 공격성이 극도로 높아졌다. 악화된 병세는 환각 증상까지 일으켜 딸 차세음도 알아보지 못하고 죽이려 달려드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점점 변해가는 배정화의 증상은 차세음으로 하여금 훗날 자신도 엄마와 같은 비극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을 갖게 했다. 특히 유전율 50%라는 수치는 두려움을 넘어 공포감에 휩싸이게 해 엄마를 마주하는 일조차 힘든 상태로 만들었다. 그동안 병원 검사를 일부러 피한 차세음의 행동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차세음이 래밍턴병 악몽에 시달리는 동안 불륜 남편 김필(김영재 분)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아내와 내연녀 사이에서 죄인처럼 고개 숙인 모습은 사라지고 가증스러운 미소와 뻔뻔함으로 여전히 차세음 밖에 모르는 남편인 척 연기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차세음과 만든 곡 ‘썬플라워’가 대성공하자 다시 잡은 명예를 놓치고 싶지 않은 김필의 졸렬함을 엿볼 수 있었다.
사랑했던 남편의 추악함을 알게 된 차세음은 유정재(이무생 분)가 확보한 불륜 증거 사진들을 모아 김필이 재직 중인 대학교 총장실에 전달, 교수직을 파면시켰다. 차세음은 ‘시작은 총장실이지만 다음은 방송국이 될 거다’라고 내뱉었다.
온전치 못한 정신에도 딸을 한눈에 알아본 배정화의 가녀린 목소리에 차세음의 눈빛이 흔들렸다. 20년 만에 만난 엄마를 충격에 사로잡힌 멍한 얼굴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차세음의 심정이 눈빛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다.
과연 엄마와 뜻하지 않은 해후를 한 차세음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일어날지, 더불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기어이 넘고 만 김필을 차세음은 어떻게 상대할지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