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걸 가능하게 한 게 JYP 수장으로 불리는 박진영의 ‘아트 경영’이라는 평가다. ‘아트 경영’은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전략 경영과 달리 예술적 직관을 바탕으로 효용 만족감을 추구하는 방식을 뜻한다. 심희철 동아방송대 엔터테인먼트경영학과 교수는 “JYP의 ‘아트 경영’은 합리적이면서도 감각적”이라고 평가하며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에서 박진영의 ‘아트 경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순발력·디테일 강조한 ‘아트 경영’
박진영은 1997년 JYP를 설립해 현재 CCO(크리에이티브 총괄책임자)를 맡고 있다. 과거 JYP는 SM과 YG에 밀려 엔터 빅3 중 최약체로 평가받았으나 지금은 입지가 전혀 달라졌다. 론칭하는 아티스트마다 대성공을 거둔 게 그 비결이다. 최근엔 일본인 멤버들로 구성된 그룹 니쥬가 일본에서 프리 데뷔만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주가를 견인했다.
JYP의 성공에는 박진영의 ‘아트 경영’이 있다. 엘리트 시스템을 추구한 SM, 실리주의를 추구한 YG와 달리 JYP는 감각적인 티칭과 디테일한 프로듀싱으로 아티스트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트렌드를 주도해 ‘트렌드 리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업적으로도 JYP는 여행업, 외식 등 영역을 확장하는 타 엔터사와 달리 음원·음반 등 매니지먼트 사업에 집중하며 ‘엔터’의 본질을 추구하고 있다.
심희철 교수는 “경영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으로 이윤을 남겨야 하고, 엔터는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면모로 트렌디한 창작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엔터를 경영한다는 것은 양립하기 힘든 두 가지 요소를 추구하는 면이 있는데, 아트에 대한 촉과 감을 기반으로 대중의 니즈를 잘 이끌어낸 것이 JYP의 성공을 이끌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진영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개성’이다. 아티스트의 개성을 주목하고 이를 북돋아 주기 위해 눈높이에 맞는 티칭으로 성공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러한 아티스트의 성장 과정을 박진영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란 매개체를 통해 시청자와 공유하고 대중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심 교수는 “박진영은 SM의 이수만 프로듀서, YG의 양현석 프로듀서와 달리 직접 노래를 부르고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적인 면모가 강하다”면서 “경영자 마인드가 아닌 아티스트적인 관점에서 소속 가수들을 프로듀싱한 게 음악적 성공을 이끌어낸 비결”이라고 말했다.
◇프로듀서·가수로도 승승장구
박진영은 외연 확장보다 아티스트 라인업 확충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2018년 스트레이 키즈와 중국그룹 보이스토리, 2019년 있지, 2020년 니쥬에 이어 2021년 중국그룹 프로젝트 C와 국내 보이그룹이 데뷔를 앞두고 있는 등 매년 1~2팀을 꾸준히 론칭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지화 전략이다. 기획사 대부분이 외국인 멤버를 포함시켜 글로벌 아이돌 육성 전략을 펼친다면, 박진영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전원 중국인 그룹 보이스토리와 전원 일본인 그룹 니쥬 등 철저한 현지화로 차별화를 꾀했다. 이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을 꿰뚫은 안목과 트렌드를 예측한 박진영의 선구안이 빛난 대목이다.
음악적으로도 박진영의 위상은 남다르다. 공신력 있는 차트에서 1위에 오른 박진영의 곡만 무려 58곡에 이른다. 최근 발표한 본인의 활동 곡인 ‘웬 위 디스코’를 비롯해 트와이스의 ‘시그널’ ‘필 스페셜’, 있지의 ‘아이씨’ 등 레트로 감성부터 최신 트렌드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최근 일본을 강타한 니쥬의 프리 데뷔싱글 타이틀곡 ‘메이크 유 해피’는 일본 오리콘 차트에서 3개 부문 신기록을 달성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가수’ 박진영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최근 발표한 ‘웬 위 디스코’는 국내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고, 뮤직비디오는 4일 만에 1000만뷰를 돌파하며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우는 등 ‘리빙 레전드’의 위엄을 드러내고 있다.
JYP의 주가도 2015년 8월 26일 4130원에서 5년 만에 8.7배 이상 성장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트레이 키즈, 갓세븐, 데이식스 컴백에 이어 니쥬가 11월 정식 데뷔하면 JYP는 올해 상장 3사 중 최고 영업 이익이 확실시된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심 교수는 “스티브 잡스 이후 세계적 기업의 경영 후계자들이 경영전문대학원(MBA)이 아닌 예술대학원에 진학해 촉과 감에 대한 훈련을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박진영의 성공 사례가 보여주듯 촉과 감을 겸비한 ‘아트 경영’이 새로운 전략 모델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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