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PD "피자·고로케집, 여론과 무관한 결과"(인터뷰①)

“지역 경제 위해 지방 적극 찾겠다”
청파동 논란, 재발 방지 노력할 것
“인기 비결? 백종원의 진정성”
  • 등록 2019-01-17 오전 6:00:10

    수정 2019-01-17 오전 6:00:10

‘백종원의 골목식당’(사진=SBS)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식당을 하라고 부추기는 게 아니다. 준비되지 않았으면 하지 말라는 것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에 출연하는 이유를 이처럼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첫 출발한 ‘골목식당’은 1년 동안 총 49회를 달려왔다. 골목 상권 살리기를 취지로 출발, 백 대표의 말대로 “요식업이 절대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으로 진화 중이다.

중심에는 ‘백종원의 3대천왕’ 시절부터 호흡을 맞춘 정우진(36)·이관원(33) PD가 있다. 동기인 두 사람은 ‘백종원의 푸드트럭’(2017)으로 나란히 입봉했다. ‘정글의 법칙’처럼 지역을 나눠 섭외부터 편집까지 각자 제작하는 시스템이다. 지난 16일 마무리된 청파동 편은 정 PD가, 방송을 앞둔 회기동 편은 이 PD가 맡은 식이다. 인터뷰를 위해 목동 SBS사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올해는 지역을 적극 찾을 예정”이라며 “출연자 검증을 좀 더 꼼꼼히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벌써 1년이 지났다.

△정우진 PD, 이하 정=시청자 반응으로 사회적 영향력을 느낀다. 죽은 상권 살리기가 프로그램 취지인데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이관원 PD, 이하 이=처음 시작할 때 섭외가 가장 어려웠다. 프로그램 설명부터 해야 했다. 이제 스태프만 찾아가도 “‘골목식당’이냐”고 한다. 그럴 때 시간이 지났구나 싶다.

―뿌듯했던 순간을 꼽아보자면.

△이=솔루션이 끝나고 출연자들이 백 대표에게 고맙다고 말할 때마다 뭉클하다. 과거 MBC ‘이경규가 간다, 양심냉장고’처럼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데 일조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재료 관리가 허술하던 출연자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때도 그렇다.

△정=종종 기본에 못 미치는 출연자도 있다. ‘왜 도와주느냐’는 지적도 받는다. 1만 명의 요식업자가 있다면 1만 개의 실패 경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고 싶다. 청파동 냉면집처럼 43년 장인도 있고 처음 시작해 서툰 분도 있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니까 풍성하게 다루고 싶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사진=SBS)
프로그램의 화제성은 시청률로 이어졌다. 초반 4~5%대 머물던 시청률은 지난 8월부터 수요일 심야 시간대로 편성 이동하면서 뛰어올랐다. 터줏대감인 MBC ‘라디오스타’의 12년 아성도 무너뜨렸다. 지난 9일 방송분은 역대 최고 시청률인 10.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했다. 이들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이=부담감 보다 책임감이 커졌다. 꼼꼼하게 선정하고, 꼼꼼하게 편집하자고 다짐한다. 회기동 편은 방송 전인데 촬영한다는 소문이 나자 지역 식당을 순회하는 ‘미리투어’를 한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수록 신중해진다.

―백종원과 벌써 4년째 함께 하고 있다. ‘서당개’가 다 됐을 것 같다.

△이=전혀. 백 대표의 말씀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느냐가 우리의 몫이다. 음식에 대한 지식이나 장사에 대한 이해는 한참 멀었다. 백 대표가 국감 때 말하지 않았나. 저 같은 사람은 평생 장사하면 안 된다는 걸 ‘골목식당’으로 깨달았다. (웃음) 예능은 팀의 예술이다. 요식업은 백 대표의 영역이다. ‘3대천왕’ 때부터 함께 한 작가들은 백 대표와 입맛까지 똑같다. 서로 믿고 맡긴다.

△정=둘 다 미맹이다. 답사할 때 음식을 먹긴 한다. 우리 의견은 안 듣는다.(웃음)

―처음엔 골목상권 부흥이 목적이었다. 요즘은 요식업 멘토 프로그램이 됐다.

△이=재료 손질이나 메뉴 개발도 중요하지만 임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고 백 대표가 늘 강조한다. 음식이 나오는 프로그램에선 항상 맛이 중요했다. 백 대표는 그 앞뒤까지 확장해서 보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장사의 노하우도 나오고, 시대의 멘토 역할도 한다. 자연스럽게 프로그램도 성장했다고 본다. 젊은 친구들이 백 대표에게 열광하는 이유기도 하다. 열심히 하라고 하지 방향성을 말해 주는 어른은 드물다. 백 대표는 ‘꼰대’가 아니라 직접 겪은 일들을 알려준다.

△정=백 대표의 진정성이 통했다고 생각한다. ‘방송이니까 도와주자’는 마음이 아니다. 백 대표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바쁜 시간을 쪼개 시도 때도 없이 출연자의 가게를 방문한다. 방송이라면 정해진 날만 촬영하면 되는데 그렇지 않다. 지금도 함께 고민 상담을 해준다.

이제 손발이 척척 맞는 두 PD이지만 성향은 정 반대였다. 섬세한 성향의 정 PD는 웃음과 감동을 함께 주는 드라마를 언젠가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 PD는 거침없는 입담꾼이었다. 주기적으로 싱글을 낼 만큼 힙합 마니아로, 음악 프로그램을 희망했다. 그러면서도 “진짜 대장”, “귀인“이라며 서로를 치켜세웠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사진=SBS)
각종 논란 등 힘든 시기도 둘이기에 함께 버틸 수 있었다. 최근 청파동 편의 피자집과 고로케집이 대표적이다. 불성실한 태도는 물론 건물주 친인척임이 드러나 시끄러웠다. 지난 16일 방송에서 두 집은 백종원의 솔루션을 받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날도 정 PD는 지친 기색이었다.

△정=백 대표는 허투루 솔루션을 주지 않는다. 기본이 되지 않은 사람에게 솔루션을 줘봤자 3개월이면 끝이라고 했다. 개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솔루션을 주지 않은 사례가 앞서 종종 있었다. 청파동 편이 최초는 아니다. 방송 이후에도 일상을 살아가는 일반인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청파동 편도 여론에 따른 결과는 아니라는 점을 꼭 알아주면 좋겠다.

△이=한 골목길 당 5~6주 분량이다. 그동안 문제점을 찾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변화하는 과정이 담긴다. 초반에는 문제점이 강조되기 마련이다. 그 시기에 비난이 지나칠 때가 있다. 용기 내 섭외에 응한 출연자가 인격모독까지 당할 때는 미안하다.

―일반인 출연자에 대한 검증은 항상 어려운 듯하다.

△정=모든 문제점을 사전 인터뷰만으로 찾아내기 힘들다. 대여섯 번씩 사전 인터뷰를 할 때도 있지만, 세밀하게 카메라로 들여다보면 또 다르다. 위생적으로 너무 심각해 편집할 때도 허다하다. 또는 제작진이 보지 못한 걸 백 대표가 찾을 때도 있다. 사전 검증 과정을 촘촘히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대본이 없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출연자도 일반인이고, 백 대표도 연예인이 아니다. 연기가 더 힘든 사람들이다. 물론 청파동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지 않도록 좀 더 세밀하게 검증하고자 한다.

―2년차에 접어든 ‘골목식당’이 달라지는 지점이 있다면.

△이=큰 전제는 요식업 발전이다.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비수도권 지역을 적극적으로 찾을 계획이다. 골목길이나 특정 상권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게 보고자 한다. 지역 경제 살리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몇 군데를 섭외 중이다. 미쉐린 가이드처럼 몰래 찾아가고 있다.

이관원 PD(왼쪽)와 정우진 PD가 번갈아 가며 ‘골목식당’을 만들고 있다.(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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