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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넷. 적지 않은 나이에 해외 진출을 시작한 최진호가 유러피언투어 연착륙에 성공하고 있다. 비결은 프로 13년 차 내공의 ‘긍정’이었다.
최진호는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의 톱윈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볼보 차이나 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7위에 자리했다.
2016년과 2017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2년 연속 대상을 차지하며 올해부터 유러피언투어로 무대를 옮긴 최진호에겐 상당히 의미 있는 성적이다. 그는 올해부터 시드 카테고리 16번을 받고 유럽 무대에 뛰어들었다.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거쳐 올라온 선수들 바로 위에 해당한다. 시즌 중 시드 순번을 재조정 되는 리랭킹(Re-Rankig)을 받지 않아도 되는 만큼 비교적 안정된 투어 활동이 보장됐다. 그러나 메이저급 대회나 일부 초청 대회에는 나갈 수 없어 불리한 면도 없지 않다. 특히 다음 시즌 시드를 결정짓는 ‘레이스 투 두바이’ 순위에선 힘을 내기가 힘들었다. 미국 PGA 투어는 시드를 결정하는 페덱스컵 포인트 제도가 오로지 PGA 투어 성적만으로 적용된다. 반면, 유러피언투어의 레이스 투 두바이 순위는 월드골프챔피언십(WGC)과 PGA 투어 메이저 대회도 포함돼 최진호처럼 유러피언투어에만 출전해 경쟁을 펼쳐야 하는 선수에겐 다소 불리한 구조다.
경기를 마친 뒤 귀국한 최진호는 “한숨을 돌리기는 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며 “이번 대회가 좋은 흐름을 만드는 디딤돌이 됐다”고 말했다.
최진호는 “현재로서는 출전 자격이 없어 국내에서 열리는 SK텔레콤오픈과 제네시스 챔피언십 출전을 신청한 상태다”며 “하지만 BMW PGA 챔피언십에 나갈 수 있으면 국내 대회를 포기하고 영국으로 날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1년 내내 투어 활동을 하면서 정해지지 않은 일정에 맞춰 대회에 출전하는 건 선수에게 컨디션 조절 등에서 매우 불리하다. 하지만 최진호는 그 어떤 불만도 없었다.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살리겠다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지금은 여건이 되지 않아 어떨 수 없다”면서 “계획된 일정대로 움직일 수 없어 힘들지만, 그래도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하다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이다”고 불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