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MBC '무한도전' 아름답지만은 않다

  • 등록 2013-01-14 오전 8:16:15

    수정 2013-01-14 오전 8:16:15

사진=MBC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도전은 언제나 아름답다. 그 도전이 비록 무모할지라도 꿈을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과정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유재석·박명수·정형돈·정준하·노홍철·하하·길 등 자칭 ‘평균 이하’ 멤버들의 MBC ‘무한도전’이 수년째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매사 욕심이 지나치면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개인의 이상을 실현하는 게 누군가를 짓밟는 일이 될 때다. 공익을 위한다는 대의명분까지 더해지면 일각의 희생은 감수해도 된다는 자기 최면에 빠지기 쉽다.

최근 ‘박명수의 어떤가요’를 기획한 MBC ‘무한도전’이 우려스러운 점이다. 요즘 가요계 관계자들은 ‘무한도전’ 이야기에 한숨부터 내쉰다. ‘박명수의 어떤가요’ 특집 편 이후 음원 차트에 이변이 발생해서다. 박명수가 작사·작곡하고 정형돈이 부른 ‘강북멋쟁이’가 소녀시대의 신곡을 누르고 13일 현재 9일째 차트 정상을 휩쓸었다. 백지영, 이승기, 비스트 양요섭, 인피니트H, 써니힐, 버벌진트 등도 정형돈 앞에 모두 무릎 꿇었다.

한 달 동안 6곡을 뚝딱 만들어낸 박명수의 음악적 역량이 한참 떨어진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박명수의 오랜 작곡가 꿈을 이뤄주고 그 도전의 가치를 담으려는 제작진의 기획 의도 역시 모르는 바 아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어떤 음악을, 왜 만들어야 할지 자괴감에 혼란스럽다. ‘무한도전’이 절망과 좌절감을 안겨줬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돌 제작자들은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 속에 음원 차트 진입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하소연한다. 와중에 실력파 뮤지션은 고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대중은 ‘무한도전’의 음악에 열광한다. 선택은 대중의 몫이며, 그간 비슷비슷한 아이돌 음악에 피로감을 갖게 한 가요 제작자들 책임이라는 반박도 설득력이 있다. 음악적 다양성 확보라는 측면도 공감을 얻고 있다. 대중은 가요 제작자들의 하소연을 ‘푸념’ 정도로 치부한다.

그럼에도 분명한 사실은 MBC가 음원 장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MBC는 ‘나는 가수다’와 ‘위대한 탄생’ 음원으로 번갈아 가며 차트를 점령했다. ‘무한도전’도 2007년부터 강변북로·올림픽대로·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등을 꾸준히 열어왔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이하 음콘협)가 지난해 발표한 ‘2011 디지털 차트 종합 순위 기획사별 점유율’에 따르면 MBC 계열사인 imbc(음반기획)는 YG엔터테인먼트 13.2%에 이어 10.9%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방송 기획 앨범의 수와 매출 점유율이 기존 시장을 위협했다는 평가다.

음콘협 관계자는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방송사가 콘텐츠 제작 유통을 새로운 사업 모델로 인식하면서 기존 시장과 상충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요계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방송사의 음악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가 충분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요 관계자는 “‘무한도전’ 측이 음원 수익금을 불우이웃돕기에 쓴다 해도 제작비를 제외한 액수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며 “대신 공공재인 공영방송의 ‘전파’를 한 개인의 꿈과 음원 판매를 위해 주말 프라임 한 시간 동안 ‘무한도전’이 통째로 쓴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무한도전’의 광고수익은 덤 아니냐”고도 했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MBC가 음악 시장의 건강성까지 걱정해 주길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공영 방송사로서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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