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kg 뺀 `헬스걸` 141일의 기적(인터뷰)

권미진 102.3kg→58.1kg·이희경 86.5kg→54.7kg
20주 만에 이룬 마법..드레스 입고 아름답게 퇴장
"목소리도 바뀌어"
  • 등록 2011-11-28 오전 6:47:16

    수정 2011-11-29 오전 7:53:21

▲ 개그우먼 권미진(사진 왼쪽)과 이희경
[이데일리 스타in 양승준 기자] 러닝머신을 울며 달렸다. 여의도에서 상도동 집까지 약 한 시간을 걸어서 퇴근하는 건 기본. 체중 감량 정체기가 와 1251개의 63시티 계단도 오르내렸다. 그렇게 20주. 개그우먼 이희경(27)과 권미진(22)의 몸에 기적이 일어났다. 86.5kg에서 54.7kg. 이희경은 약 32kg의 체중을 감량했다. 목표달성이다. 권미진은 102.3kg에서 58.1kg으로 무려 44kg이나 뺐다. 몸속에서 마른 성인 여자 한 명이 빠져나온 셈이다. "성대에도 살이 있었나 보다. 사람들이 목소리도 변했다더라." 권미진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이제 땅바닥에 앉으면 엉덩이가 아프다." 이희경도 빠지지 않았다.

그런 두 개그우먼은 27일 `신데렐라`가 됐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헬스걸` 코너 마지막 방송. 이희경과 권미진은 드레스를 곱게 차려입고 시청자들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아름다운 마지막 축제였다. 지난 7월10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다섯 달간 쉼 없이 달려온 KBS 2TV `개그콘서트의 `헬스걸`. 두 사람에게 141일간의 마법 같은 시간 속 못다한 이야기를 들었다.

-꿈이 이뤄졌다

▲ 이희경: 마지막으로 체중계에 올라갔을 때 정말 울컥했다. `이제 끝이다, 다 왔다`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간 있었던 일이 파노라마처럼 후루룩 동시에 지나갔고. 무엇보다 약속을 지켰다는 생각에 든든했다. 수능 잘 보고 학교 즐겁게 졸업하는 기분이랄까. 일기장을 들춰보니 `헬스걸` 시작하면서 `내가 55kg으로 진짜 체중을 줄일 수 있을까? 괜히 질러 놓고 후회하는 거 아닌지 몰라`라고 적혀 있더라. 그랬던 상황에서 체중이 처음 50kg대 진입했을 때는 정말 안 믿겼다.

▲ 권미진: 비슷하다. 걸어 다니는 사람 한 명이 내 몸 안에서 사라졌잖나. 마지막 녹화를 끝내고 나니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예전에는 코너에서 정말 작은 역할로 나와 마지막 녹화를 하면 펑펑 울었는데 이번에는 눈물도 안 나더라. 아마 얻은 게 많아서 그런 것 같다.
▲ `개그콘서트-헬스걸` 27일 마지막 방송
-마지막에 드레스를 입고 작별했다

▲ 이희경: 과연 내 인생에 또 이런 일이 생길까? 녹화 당일 우여곡절 끝에 드레스를 빌려 입었는데 내 몸에 딱 맞더라. 동화 속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었다.

"어머니도 감격..울컥하더라" -마지막 녹화 때 둘 다 부모님께서 오셨다. 뭐라고 하시던가 ▲ 이희경: 샤가 처진 무대 뒤에 대기하면서부터 어머니가 앉아 있는 자리로 눈이 계속 갔다. 어머니는 마지막 녹화 전 휴게실에서 날 보고 우셨다. 이를 지켜보던 이모는 `희경아, 네 엄마가 나중에 이렇게 효도 받으려고 너 가질 때부터 고생했나 보다`라고 기특해했고.

▲ 권미진: 정말 뭔가 말하기 어려운 뜨거운 감정이 솓구치더라. 부모님이랑 따로 사는데 마지막 녹화 끝나고 집에 들어가 보니 어머니가 냉장고에 건강식을 가득 채워뒀더라. 과자 먹지 말라고 과일 잔뜩 사다 놓고 밤도 다 까서 따로 포장해두고. 어머니가 마지막 녹화 끝나고 내 미니홈피에 `7월6일 `헬스걸` 첫 녹화방송부터 매주 금요일 네 다이어트에 동참했지. 네가 나 배웅한다고 센트럴시티 역에서 상도동까지 세 시간 반을 걷고 집에 도착해 전화하면 너 아직 걷고 있다고 했고`라는 내용으로 글을 올렸는데 눈물 나더라.
▲ `헬스걸`의 비포(사진 오른쪽)앤 애프터
"`헬스걸` 마지막은 `개콘` 축제" -두 사람이 드레스를 입은 걸 본 동료의 반응이 궁금하다

▲ 이희경: 녹화 끝나고 김준호 선배가 케이크를 사주셨다. `그동안 힘들었지 앞으로 더 화이팅`이란 엽서까지 써서. 우리에게는 정말 하늘 같은 선밴데 그렇게 챙겨주셔서 감동이었고 감사했다.

▲ 권미진: 남자 혹은 여자 선배할 거 없이 다들 예쁘다고 놀랐다. 더 예뻐 보여야 한다고 여자 선배들 목에 펄 메이크업해주고. 정말 여러 선배가 오가며 해줘 한 100번은 (펄 메이크업)받은 거 같다. 어떤 여선배는 직접 구두도 가져와 `이거 신어봐라`고 챙겨주기도 했고 목걸이도 빌려줬다.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축제같았다. 다들 `수고했다`고 다독여주는 데 가족 같았다. 그 따뜻함을 잊지 못 할거다.

"목소리로 알아봐" -못 알아보는 사람도 있나 ▲ 이희경: 오랜만에 보는 분들은 목소리로 나를 분간하더라. 내가 멀리서 부르면 한참 두리번거리다 내 목소리 듣고 알아보는 식이다.(웃음)

▲ 권미진: 정말 얼굴이 바뀌었다. 내 몸속에 살았던 정체불명의 사람(?) 한 명이 나갔으니. 외모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이 `내 목소리도 바뀌었다`고 하더라. 나는 몰랐는데 그 소릴 듣고 예전 방송 때 자료 보니 정말 목소리도 바뀐 것 같더라. 성대에도 살이 차 있었나보다.(웃음)

-남자들의 시선이 달라졌나   ▲ 이희경: 난 `권사님` 이미지가 강했다. 그래서 동료 선배들도 날 아줌마처럼 생각하고 짓궂은 농담도 했고. 그런데 어느 순간 `감수성` 코너에 나오는 김지호 선배가 `희경아, 이제 너한테 장난 못 치겠어`라고 하시더라.(웃음)

▲ 권미진: 내가 먼저 연락 안 해도 오빠들한테 연락이 먼저 온다. (그러면서 그녀는 인터뷰 도중 휴대전화로 온 문자를 보여줬다. 시크한 표정을 지으며) 예전과 똑같은 행동을 해도 사람들이 이제 `여우 짓 한다`고 해서 난감하다. 뚱뚱했을 때 머리띠하고 오면 아무도 신경을 안 쓰더니 체중 줄고 같은 머리띠하고 나오면 `얘 이제 꾸미고 다니네`하고. 사교성이 좋은 편이라 사람들 만나는 자리에서 분위기를 리드하는 편이다. 당연히 예전에도 살쪘다고 움츠러드는 것 없이 남자들에게 말도 잘 붙였는데 이제 그러면 `어머 쟤 여우 짓 하는 것 봐`하며 오해한다.(웃음)
▲ `헬스걸`의 체중 감량 변화 과정
-허경환은 어떻게 됐나 (허경환은 `헬스걸` 시작할 때 권미진에게 `55kg 되면 사귀어줄게`라고 말한 적 있다.)

▲ 권미진: 이제 48kg 되면 사귀어준다고 하더라. 그래서 `뻥쟁이` 선배님이라고 했고. 싫다는 거지.(웃음) 우린 평생 좋은 선후배 사이로 남아야 할 거 같다. 뭐 나도 사실은 키 큰 사람이 좋다.

"복사뼈가 신기하다" -몸이 `반 토막`이 됐다. 부작용은 없나

▲ 이희경: 이제 맨바닥에 앉으면 엉덩이가 아프다. 누우면 등뼈가 닿는 것도 느끼고. 그래서 집 근처 트레이닝장에서 같이 운동했던 언니 중에 정말 마른 사람이 있는데 `언니, 맨바닥에 앉는 게 이렇게 불편했어요?`라고 하니 `그래서 방석 대고 앉아야 해`라고 하더라. 공감대가 형성된 거지.(웃음)

▲ 권미진:요즘 추워 죽겠다. 겨울이 이렇게 추운지 몰랐다. 내 몸에 숨겨진 뼈를 더 발견하게 됐다. 복사뼈도 신기하다. 눈도 커졌다.

-내적인 변화는

▲ 이희경: 뚱뚱했을 때는 몰랐는데 무의식중에 내가 사람을 만날 때 조금 위축됐든 게 있었든 거 같다. 솔직히 사람들 앞에서 설 때 자신감이 생겼다. 사람들이 좀 더 호감적으로 나를 대하는 것 같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색다른 경험이다.

▲ 권미진:왈가닥인데 여성스러워졌다고 하더라. 다른 건 몰라도 스스로 `어른이 된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5개월 동안 운동하며 울기도 울고 아프기도 하고많은 일을 겪었다. 난 항상 약간 들떠 사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다 지난 5개월 동안 내가 24년 살며 겪어온 것보다 많은 감정을 겪어 좀 더 성숙해진 것 같다.
▲ `헬스걸`의 비포 앤 애프터
"요요 걱정? 예전으로 돌아가긴 싫다" -요요 걱정은 안 되나

▲ 이희경: 걱정은 되지만 크게 두려워하진 않을 생각이다. 사회생활하는 데 치킨을 안 먹을 수도 없고. 이승윤 선배가 그러는데 전처럼 강하게 운동 안 하고 하루에 한 시간 정도 꾸준히 운동하면 먹는 양 늘려도 체중 유지할 수 있을 거다고 하더라. 물론 앞으로 3-4kg 정도는 살이 붙을 거다. 그동안 정말 저염식에 건강식만 했으니. 운동은 꾸준히 할 거다. 이승윤 선배도 꾸준히 체크한다고 하더라.

▲ 권미진: 걱정된다. 녹화 끝나고 나니 `3일만...`하며 타협하려는 마음도 생기고. 하지만, 지난 5개월 동안의 과정을 생각하며 최대한 자제할 생각이다. 예전에 뚱뚱했을 때도 불행하진 않았지만, 다시 그렇게 돌아가고 싶진 않다.

"비키니 수영복 샀다" -체중 줄이고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 이희경: 내달 5일 미국 하와이로 어머니와 여행 간다. 생애 처음이다. 그래서 비키니 수영복도 샀다. 입을 생각하니 아직도 너무 어색하다. 어머니한테 `나 이거 입고 돌아다녀도 되겠지?`라고 물으니 어머니도 민망해하더라.

▲ 권미진: 뜨겁게 연애하고 싶다.(웃음)

-체중은 줄었지만, 개그 소재를 잃었다. 부담은

▲ 이희경: 난 그간 아줌마 이미지가 강했다. 물론 체중이 줄어 하나의 캐릭터를 잃어버렸다고 볼 수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또 다른 기회가 생긴 거다. 어떤 선배가 `이제 젊은 앵커나 카운슬러 캐릭터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해주더라. 새로운 길이 열린 거다. 생각해보면 예전에 오히려 할 수 없는 캐릭터가 많았던 거 같다. 그래서 더 많이 연구할 생각이다.
▲ 권미진과 이희경
(사진-권욱 기자)

▶ 관련기사 ◀ ☞`헬스걸` 이희경, 32kg 감량 성공 "러닝머신 울며 달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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