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그가 욕심내는 유일한 한 가지(인터뷰)

  • 등록 2011-11-08 오전 8:43:56

    수정 2011-11-11 오전 10:14:29

▲ 이선희(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동안이라는 말이 싫지 않으면 나이 든 거라고 하던데 그래도 사람들이 `어려 보인다, 예전하고 변한 게 없다`라고 해주시면 기분 좋은 게 사실이에요."

1984년, 스무 살의 앳된 키 작은 가수 한 명이 대한민국 가요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J에게`로 그해 강변가요제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선희(47)였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쓸다시피 한 그는 이후 수많은 노래를 히트시키며 `오빠·언니부대`를 만들어 냈다.

27년이 지난 지금 그의 이름 석 자 앞에는 `영원한 소녀`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하지만 그가 유일하게 욕심내는 칭찬은 따로 있다.

"가수로서 노래 잘 부른다는 칭찬은 들어도 들어도 계속 욕심이 나요. 이제 가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낸 지가 30년이 다 돼가다 보니 `내 일을 잘하고 살았구나` 알려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에는 부담스러웠던 수식어들도 이제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웃음)

◇ "라이브 여왕 비결?..물도 벌컥 안마셔"

가요 관계자들은 이선희를 진정한 라이브의 여왕으로 꼽는다. `J에게`, `알고 싶어요`, `나 항상 그대를` 등을 부를 때의 그는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청아한 목소리로 애틋한 감성을 절절히 노래한다. 또 `아! 옛날이여`, `아름다운 강산`, `한바탕 웃음으로` 등에서 그는 뜨거운 가슴을 지닌 불굴의 소년 같은 이미지로 로크롤의 샤우팅 창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영화 `왕의 남자`의 OST로도 사용됐던 `인연`이나 `여우비`에서 그는 이 두 가지 모습을 다 드러낸다. 특히 공연장에서 직접 그의 노래를 듣는 이의 가슴은 폭발할 것처럼 두근대고 눈시울은 붉어진다. 강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이를 두고 "이선희의 보컬은 따뜻하면서도 강인한 여성의 에너지를 품고 있고 서구적인 발성 속에서도 동양적인 정숙미가 흐른다"고 했다. 하지만 이처럼 완벽한 것 같은 그는 여전히 겸손해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제가 부를 수 없는 창법이나 기교에 대한 아쉬움이 생길 때가 있어요. 많은 분이 칭찬해주시는 건 아마 제가 부르는 곡들이 노랫말이나 멜로디에는 감성적인 부분이 있으면서 샤우트 창법이 기본적으로 깔렸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사실 외모나 체력관리보단 목소리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요. 되도록 목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수다도 피하고 뜨겁거나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지도 않고요. 목을 보호하기 위해 여름에도 스카프는 필수품이죠."

▲ 이선희(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 "최고의 멘토? 간절한 마음 잘 알기에"

이승기를 키워낸 이선희는 최근 MBC `위대한탄생2`에서 멘토로 참여해 또 다른 후배들을 조련하고 있다. 차분하고 다정하면서도 냉철한 심사가 인상적이다. 덕분에 취업 준비 중인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모 기업 설문조사에서는 젊은이들이 이선희와 같은 멘토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 그것이 한 사람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많이 마음이 쓰이고 걱정돼요. 그 친구들이 지금 이렇게 간절히 바라는 일이 나도 한때 간절히 바라던 것이니만큼 그 마음을 많이 알아주려고 하죠.

이선희는 27년 전이나 지금이나 자신이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그 간절한 마음이라며 "무엇보다 그 친구들을 만나면서 저 자신도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라 더욱 서로 교감하면서 즐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 "팬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

이선희에게 가장 큰 에너지가 되는 것은 역시 팬들이다. 올 초 세계적인 아티스트만이 설 수 있다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한 바 있는 이선희는 30인조 오케스트라와 브라스 밴드, 20인조 댄서팀 등 100여 명이 출연하는 그 화려했던 무대를 국내에서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5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 그는 경기 고양, 대전, 인천, 부산, 광주 등을 거쳐 오는 12~13일 대구 엑스코와 19~20일 진주까지 2개 도시 콘서트만 남겨두고 있다. 물론 전회 전석 매진이다.

"요즘 우리 회사 대표 말이 `잠자던 제 팬들이 일어났다`고 해요. 무대에 계속 설 수 있도록 공연장을 꽉 채워주시는 것도 고마운 데 가는 곳마다 향토 음식으로 스태프들 식사까지 챙겨주는 팬들 덕에 최고의 에너지가 충전되고 있네요. 항상 고맙습니다."

내년에는 새 앨범을 들고 팬들에게 다시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이선희는 "오랜만의 공연이라 나 자신도 그간 많이 설렜다.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역시 팬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무대에 선다는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큰 기쁨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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