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4년, 스무 살의 앳된 키 작은 가수 한 명이 대한민국 가요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 `J에게`로 그해 강변가요제 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선희(47)였다.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쓸다시피 한 그는 이후 수많은 노래를 히트시키며 `오빠·언니부대`를 만들어 냈다.
27년이 지난 지금 그의 이름 석 자 앞에는 `영원한 소녀`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하지만 그가 유일하게 욕심내는 칭찬은 따로 있다.
"가수로서 노래 잘 부른다는 칭찬은 들어도 들어도 계속 욕심이 나요. 이제 가수라는 타이틀을 달고 지낸 지가 30년이 다 돼가다 보니 `내 일을 잘하고 살았구나` 알려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전에는 부담스러웠던 수식어들도 이제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웃음)
◇ "라이브 여왕 비결?..물도 벌컥 안마셔"
가요 관계자들은 이선희를 진정한 라이브의 여왕으로 꼽는다. `J에게`, `알고 싶어요`, `나 항상 그대를` 등을 부를 때의 그는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청아한 목소리로 애틋한 감성을 절절히 노래한다. 또 `아! 옛날이여`, `아름다운 강산`, `한바탕 웃음으로` 등에서 그는 뜨거운 가슴을 지닌 불굴의 소년 같은 이미지로 로크롤의 샤우팅 창법을 구사하기도 한다.
"제가 부를 수 없는 창법이나 기교에 대한 아쉬움이 생길 때가 있어요. 많은 분이 칭찬해주시는 건 아마 제가 부르는 곡들이 노랫말이나 멜로디에는 감성적인 부분이 있으면서 샤우트 창법이 기본적으로 깔렸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사실 외모나 체력관리보단 목소리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요. 되도록 목에 무리가 갈 수 있는 수다도 피하고 뜨겁거나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시지도 않고요. 목을 보호하기 위해 여름에도 스카프는 필수품이죠."
|
이승기를 키워낸 이선희는 최근 MBC `위대한탄생2`에서 멘토로 참여해 또 다른 후배들을 조련하고 있다. 차분하고 다정하면서도 냉철한 심사가 인상적이다. 덕분에 취업 준비 중인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모 기업 설문조사에서는 젊은이들이 이선희와 같은 멘토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 그것이 한 사람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에 많이 마음이 쓰이고 걱정돼요. 그 친구들이 지금 이렇게 간절히 바라는 일이 나도 한때 간절히 바라던 것이니만큼 그 마음을 많이 알아주려고 하죠.
◇ "팬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
이선희에게 가장 큰 에너지가 되는 것은 역시 팬들이다. 올 초 세계적인 아티스트만이 설 수 있다는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한 바 있는 이선희는 30인조 오케스트라와 브라스 밴드, 20인조 댄서팀 등 100여 명이 출연하는 그 화려했던 무대를 국내에서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5월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선 그는 경기 고양, 대전, 인천, 부산, 광주 등을 거쳐 오는 12~13일 대구 엑스코와 19~20일 진주까지 2개 도시 콘서트만 남겨두고 있다. 물론 전회 전석 매진이다.
"요즘 우리 회사 대표 말이 `잠자던 제 팬들이 일어났다`고 해요. 무대에 계속 설 수 있도록 공연장을 꽉 채워주시는 것도 고마운 데 가는 곳마다 향토 음식으로 스태프들 식사까지 챙겨주는 팬들 덕에 최고의 에너지가 충전되고 있네요. 항상 고맙습니다."
내년에는 새 앨범을 들고 팬들에게 다시 인사를 드리고 싶다는 이선희는 "오랜만의 공연이라 나 자신도 그간 많이 설렜다.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역시 팬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무대에 선다는 것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큰 기쁨이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