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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배우 유선은 KBS 2TV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카멜레온'처럼 살았다. 순박한 복실이에서 도도한 의사 제니퍼라는 극과 극 인물로 7개월 동안 살아온 그녀. 도회적이고 냉철한 이미지가 강했던 유선은 극중 복실이가 되기 위해 자신을 버렸다. 순수한 여인을 연기하기 위해 레이스가 달린 발목 양말을 신고 컬이 굵은 속칭 '아줌마 파마'도 감행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의사 가운을 걸쳤다.
유선의 '솔약국집' 속 캐릭터에 대한 부침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대풍(이필모 분)과의 사랑을 두고 한창 줄다리기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선의 변신과 대풍과의 사랑을 둘러싼 갈등은 드라마의 보는 맛을 살리고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을 톡톡히했다.
극중 이같은 캐릭터 변신에 "재미와 흥이 났다"는 유선. 그녀에게 복실이와 제니퍼 그리고 극중 대풍과의 사랑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었다.
-'복실이'이가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 이제는 보기 드문 여성상이기 때문이 아닐까. 당당하고 멋있으면서도 사랑에 도전적인 여성들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주를 이루고 있었다. 한 사람을 위해 조용하게 바라보면서 순정적인 사랑을 한다는 것, 그리고 사랑 하나만으로 상대방에 대한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이 예뻐보였던 것 같다. 남성분들 내면에 숨겨져 있는 순종적인 여성상이 아닌가 싶다.
-'복실이'란 캐릭터가 답답하지 않았나?
▲ 처음에는 답답하고 진부하게 느껴졌다. 너무 고지식한게 아닐까 생각도 하고. 하지만 복실이로 살면서 상대방에 대한 외사랑 그리고 가슴앓이에 대해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여잔데' 하면서.
새로움도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하지 못한 캐릭터였으니. 처음에는 '어색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불안하고 자신감도 없었는데 시청자분들이 생각보다 어색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주셔서 다행이라 생각이 들었다. 첫 회 나가고 나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고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재미를 붙여 나갔던 것 같다.
▲ 나를 무시하고 무관심한 남자를 끝까지 좋아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상대방이 나한테 관심이 없다면 어느정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그렇다면 내 마음도 식을 것 같다. 하지만 원하는 것 없이 무조건 바라보기만 하는 사랑도 소중한 감정인 것 같다. 실질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고.
-유선의 실제 연애 스타일이 궁금하다.
▲ 누구가를 좋아하면 헌신적인 편이다. 받는 거보다는 상대방에게 주는 것에 행복을 느끼는. 물론 상대방이 나를 향한 사랑이 한결같고 변함없다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어야겠지만. 아낌없이 쏟아 붓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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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극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복실이가 대풍이에게 돌아갈 것 같다. 만약 실제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 복실이가 너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대풍이가 가슴깊이 깨달은 것 같다. 그 방법이 조금은 서툴고 부족하고 타이밍이 늦은 감이 있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열심히 나에게 다가온다면 나도 마음이 많이 흔들렸을 것 같다.
-복실이로 4개월 이상을 살았다. 극중 캐릭터로 인한 자신의 변화는 없었나?
-이제 '솔약국집 아들들' 종영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자신의 연기에 대한 후회는 없나.
▲ 제가 했던 연기를 돌이켜 후회하지는 않는 편이다. 그때 당시에 충분히 느꼈던 감정을 표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 돌아간다고 해서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대신 앞으로 남아있는 대본을 최대한 잘 소화해서 잘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솔약국집' 네 남자중 이상형을 꼽는다면?
▲ 솔직히 극중 캐릭터가 극단적인 캐릭터라 조금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다들 순박하고 따뜻한 남자들이라고 저마다의 매력이 있다. 개인적으로도 이해심이 많고 따뜻한 남자를 좋아한다. 푸근하고 소리없이 기댈 수 있는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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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욕심이 있다면?
▲ 시청률 50% 고지를 넘기면서 끝내고 싶지만...(웃음)아쉬운 점은 인정받을만한 시청률이었는데 '찬란한 유산'과 '선덕여왕' 그늘에 가려 2인자로 남았던 것이 아쉽다. 한 번은 전체 시청률 1위를 해봤으면 싶다.
-앞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는?
▲ 복실이를 통해서 풀어져봤으니 다음에 드라마를 하게 되면 조금 더 밝고 경쾌한 역을 맡고 싶다. 그래서 내 안에 잠재된 밝은 에너지를 끌어내보고 싶다. 영화에서는 조금 더 임팩트있는 캐릭터 그러니까 강하면서도 일상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해봤으면 좋겠다.
'솔약국집 아들들'을 마치고 강우석 감독의 차기작 '이끼' 촬영에 바로 돌입하는 유선.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 다시 고된 시련을 감내하는 차가운 캐릭터로 변신한다. 첫 배드신을 앞두고 있지만 전혀 두려워하지 않은 유선은 항상 새로운 캐릭터란 '옷 입기'를 소망하는 여배우였다. 이것이 바로 연기자 유선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