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사랑은 그런 순간 찾아온다. 짜인 일상의 틀 속에서 어느 순간 마음을 탁, 하고 놓을 때 사랑이란 녀석은 그 틈을 너무나도 살며시 파고든다. 24일 개봉하는 '로맨틱 아일랜드'(감독 강철우)는 '여행, 그리고 해방'이라는 주제를 십분 살린 영화다. 필리핀의 휴양지 보라카이라는 공간이 우선 그렇고 평소엔 절대 이뤄지지 못했을 남녀 간의 만남이 그렇다.
배우들은 각자 자신의 옷을 제대로 입었다. 울림이 강한 '목욕탕 목소리'로 인기 끈 이선균은 후반이 되면 그 천진한 미소를 보여주고 이수경의 코믹함에는 귀여움까지 얹혀졌다. 어수룩한 이미지의 이민기도 마찬가지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인기와 안티그룹을 동시에 안고 있는 톱가수 가영을 연기한 유진(27)이다. 지난 1997년 아이돌 그룹 S.E.S로 데뷔해 수직상승 인기곡선을 달렸던 그녀 아닌가. 23일 광화문에서 만난 유진은 "물론 가영이처럼 그렇게 까칠한 친구도 있죠. 에이, 하지만 전 아니에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가장 '가영이스러울' 것 같은 그녀가 "그동안 평범하고 수수하고 촌스러운 역만 해왔다"며, "이번 역이 연기 변신"이라고 말했다.
톱스타 가영과 백수청년 정환(이민기)의 우연한 만남은 어느덧 스물넷 동갑내기의 풋풋한 사랑으로 바뀐다. 정환은 가영이 인터넷 악성 댓글을 보며 괴로워하는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끼게 된다. "가끔 연예인 친구 중에는 악플 때문에 집 밖에도 안 나가고, 하루 종일 그것만 쳐다 보고 있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중엔 정신적으로 진짜 문제가 생긴 친구도 있고…. 저도 예전엔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는 거 보면 제가 성격이 긍정적인가 봐요."
욕심을 크게 내지 않아서일까. 배우로 변신한 2002년 이후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고, 마지막 앨범을 낸 지도 4년이나 지났는데 사람들은 아직도 아이돌, 혹은 '요정' 유진을 먼저 떠올린다. 연기를 못하는 편도 아닌데 그렇다고 화제의 중심에 서거나 깊은 인상을 남긴 적도 없다.
"반은 고맙고 반은 속상하죠. 그런데 그 이미지를 지우는 게 어려운가 봐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 이미지 덕분에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데." 또 '허허' 거리며 웃는다.
영화 '로맨틱…' 은
한국에선 눈도 안 맞출 극과극 남녀가…
영화 '로맨틱 아일랜드'는 낯선 두 커플의 '사랑 만들기'를 그린 로맨스 드라마다. 성공했지만 까칠한 증권사 대표 재혁(이선균)과 가난하지만 꿋꿋한 수진(이수경)의 만남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 '한 성질'하는 톱 가수 가영(유진)과 만년 백수 정환(이민기)의 애정이 깊어지는 건 영화 '노팅힐'을 언뜻 연상시킨다. 거기에 뇌종양 진단을 받고 아내(이일화)와 함께 생애 마지막 여행을 온 소시민 중식(이문식)의 에피소드까지 엮이며 이들 커플의 이야기는 짜임새를 더해간다. 옴니버스 로맨스 드라마의 대표작 '러브 액츄얼리'의 느낌을 살포시 내면서도 코믹함보다는 잔잔함을 강조했다. 15세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