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4언절구]김재현 홍성흔의 서른 즈음에

  • 등록 2007-10-22 오전 10:45:40

    수정 2007-10-23 오전 10:02:39


야구선수와 여배우. 사적인 부분이 아니면 언뜻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두 직군(職群)은 분명 비슷한 구석이 있다.

나이에 무척 민감하다는 부분이 가장 닮아 있다. 짧게만 느껴지는 20대를 넘어서면 주변의 시선이 예전과 같지 않다. 서른즈음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롱런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도 야구선수와 여배우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배우 아네트 베닝과 김희애를 좋아한다. 연예계 소식에 문외한인지라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들은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아 있다.

'러브 어페어'에서 아네트 베닝은 젊고 풋풋한 사랑에선 느낄 수 없는 파스텔 톤 사랑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당시 그의 나이 서른 여섯이었다. 올해 마흔살인 김희애는 얼마 전 '내 남자의 여자'에서 소름 돋을 정도의 연기와 함께 40대도 섹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아네트 베닝과 김희애 모두 당당하게 세월을 받아들인 듯 느껴진다. 어떻게 그 시간을 이겨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예전만 못한 신체 변화를 괴로워하며 좌절하기 보단 여유와 관록으로 메워냈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그들을 '아름다운 배우'로 기억하고 사랑하고 있다.

우리는 흐르는 세월을 거스르기 위해 헛된 애를 쓰다 사라져간 여배우들을 많이 봐왔다. 아네트 베닝과 김희애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다.

SK 김재현(32)과 두산 홍성흔(31)은 최고의 20대를 보냈던 선수들이다. 잘 생긴 외모에 멋진 실력까지 더해져 인기를 누렸다. 젊은 나이에 우승까지 경험하며 가장 높은 곳에도 서 봤다.

2007 한국시리즈서는 둘 모두 주역이 아니다. 부상과 부진이 겹쳐지며 최악의 한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가을 잔치에 앞자리서 뛰기보단 대타 등으로 보조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옛 생각만 하면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김재현과 홍성흔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어느때보다 투지가 넘친다. 현실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연으로라도 빛을 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며 오히려 앞장서 팀을 이끌고 있다.

체념이 아니다.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다. 여기가 끝이라고 여긴다면 절대 지금처럼 웃고 있을 수 없다.

김재현은 "끝이 아니라는 건 말이 아니라 실력으로 보이겠다"며 꾸준히 담금질을 하고 있다. 홍성흔은 "한국 프로야구를 내가 너무 얕봤다. 아픈 곳만 없으면 될거라 생각했다. 이제 내 생각이 틀렸음을 알았으니 달라지는 일만 남았다"며 칼을 갈고 있다.

한국시리즈서는 오히려 그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심리적으로 누구보다 단단해져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나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꼭 필요로하는 순간에 믿을 수 있는 양팀의 가장 확실한 카드라 할 수 있다. 물론 내년 시즌 달라진 그들의 모습까지도 기대된다.


김재현 홍성흔의 서른 즈음에

잘생기고 잘쳤었다
누구보다 화려하게
이십대를 수놓았고
최고칭호 받았었다

이천칠년 모든것은
과거형이 되었지만
분노하고 좌절하며
무릎꿇을 생각없다

다시찾은 가을잔치
주역자린 내줬지만
필요할때 빛을발할
한방칠때 기다린다

지금아픔 되새기며
알찬겨울 다시보내
당당하게 주연이될
그날다시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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