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송혜교는 도도함, 하지원은 열정

  • 등록 2007-05-24 오후 12:10:12

    수정 2007-05-24 오후 12:10:12

▲ KBS 2TV 드라마 '황진이'(왼쪽)와 영화 '황진이'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김지미, 장미희, 이미숙 등 한 시대를 풍미한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한 번쯤 거쳐 간 배역이 있다. 바로 조선 최고의 명기로 꼽히는 황진이다.

지난 해에는 하지원과 송혜교가 비슷한 시기에 각각 드라마와 영화로 황진이에 도전한다는 사실이 보도돼 화제가 됐다.
 
이중 먼저 공개된 하지원 주연의 드라마 ‘황진이’는 안방극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자 스크린에서 송혜교가 맡은 황진이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리고 23일, 영화 ‘황진이’(감독 장윤현, 제작 시네2000, 시즈 엔터테인먼트)가 공개됐다.

◇ 만능 엔터테이너와 양반 기생

하지원이 드라마에서 보여준 황진이는 요즘 말로 하면 '멀티 엔터테이너'에 가까운 탁월한 예인이었다. 시서화에 모두 능했을 뿐 아니라 춤, 악기 연주 등 예술의 어느 장르 하나 모자란 구석이 없었다. 하지원은 드라마에서 황진이 역을 위해 학춤부터 검무, 가야금까지 직접 배우는 열성을 보였다.

이에 비해 송혜교의 황진이는 극중에서 나오는 어느 대사처럼 ‘양반 기생’이다. 양반의 피를 받고 자랐기 때문에 비록 기생이 됐다 할지라도 어느 누구도 함부로 하지 못한다. 소녀 같은 이미지가 강했던 송혜교는 어느새 여인으로 변신해 도도한 황진이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 붉은색과 초록색, 보색 대비

드라마 ‘황진이’와 영화 ‘황진이’는 포스터부터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드라마가 황진이의 화장이나 의상 등에서 붉은 색의 강렬함을 강조했다면, 영화는 무채색의 고고함을 택했다.

극중에서도 마찬가지다. 드라마의 의상이 예인 황진이의 화려한 열정을 두드러지게 표현한 반면 영화의 의상은 녹색 계열을 많이 활용해 마치 대가집 규수 같은 단아함을 보여준다.

◇ 여장부 하지원과 청순한 송혜교

이 같은 차이들은 두 사람의 평소 이미지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원이 ‘다모’ ‘형사’ 등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여장부의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송혜교는 여러 작품을 통해 청순함의 대명사로 여겨져 왔다.

하지원과 송혜교는 각각 자신이 가진 색깔을 황진이에 투영시켜 자신만의 황진이를 만들어냈다. 하지원은 열정을, 송혜교는 기품을 표현했다. 너무 다른 두 황진이를 두고 우위를 따질 수는 없겠지만 매력을 비교해 보는 재미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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