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보는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지고, 하도 축구하면 여기저기서 브라질이란 소리를 수십년 동안 들어온 탓에 브라질 대표 경기에 대해 일종의 ‘피로현상’도 올 만 하다.
하지만 여전히 브라질은 브라질이다. 한국프로축구만 보더라도 올해 전체 용병 중 70%가 넘는 외국인 선수가 ‘삼바 리듬’을 타는 선수들이다.
굴뚝없는 클린 산업 축구. 브라질어로 풋치볼(futebol)로 불리는 이 스포츠는 이제 거대 산업을 넘어 기업화까지 되고 있는 추세다.
호나우지뉴, 카카 등 개인 몸값이 1,000억원에 달하는 선수들을 보유한 에이전트들은 선수와 더불어 돈방석에 앉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축구 산업을 통해 번 돈으로 임대업이나 다른 산업에 투자, 재테크에도 상당한 일가견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빅 파이브로 불리는 에이전트들은 경비행기에 대형 요트까지 보유하며 재벌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선수가 최초로 발굴되는 것은 각각 차이가 있지만 브라질에선 상당히 어릴 때부터(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저학년) 에이전트들의 유혹을 받는다. 조금만 재능을 보이면 그 지역의 소규모 에이전트(주로 개인 에이전트)들이 부모에게 접근, 선수의 권한을 산다. 이들은 돈을 주고 대신 부모에게서 ‘양육권 포기 각서’를 받는다. 브라질은 아직도 서민들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작은 돈도 이들에겐 유혹적이고 치명적인 ‘베팅’으로 먹힐 수 있다.
전적으로 선수를 관리하고 스타로 만들기 위해 ‘포기 각서’를 받는 것은 좋지만 영세한 업자들의 손에 넘어간 선수들이 크게 관리를 받을 부분은 별로 없어 보인다. 이들은 이 선수가 점점 성장하면 자신들이 갖고 있는 100%의 지분 중 몇 프로를 떼어주는 조건으로 그 지방의 좀 더 큰 구단에 이적을 시킨다. 큰 구단일 경우는 대략 50% 정도의 지분을 넘겨 준다. 단지 키워 주는 조건으로.
그러나 여기에서도 빈익빈 부익부가 확실하게 나눠진다. 최초에 선수를 잡은 영세 에이전트는 마지막까지-대략 5년 이상- 버틸 힘이 없는 관계로 돈이 더 많은 거대 에이전트들에게 선수를 팔아넘기기 십상이다.
‘양육권 포기 각서’가 존재하는 나라. 또한 그것이 합법적으로 용인되고 이런 각서를 통해 각 지역 구석구석의 축구 인재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각개 약진하는 사회. 물론 가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등 건강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왠지 ‘양육권 포기’란 단어는 가슴 한구석에 비수처럼 꽂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