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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화통으로 유명한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영발기금 재원 마련의 다각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위원장은 “프랑스에선 영화를 예술인 동시에 산업으로 여긴다”며 “우리나라에선 정부, 극장, OTT 모두 영발기금을 세금으로 받아들이는데, 프랑스처럼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을 갖고 업계 각 주체가 통 큰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영화산업 생태계의 선순환을 위해 지원을 다각화하고 있다. 영화의 제1투자자인 방송사들도, 대기업 계열의 영화사와 극장도 모두 영화발전기금의 수혜 대상이다. 국립영화동영상센터(이하 CNC)에서 기금 징수 및 지원을 총괄하고 있다. CNC는 영화관람료에 부과하는 특별세(TSA·영화표의 10.72%)를 비롯해 방송 특별세(TST), 비디오 특별세(TSV)를 징수한다. 그중 비디오 특별세는 2018년부터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OTT·동영상 플랫폼까지 납부 대상을 확장했다. 매년 집행 예산만 6억 유로(한화 약 8638억원) 이상이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CNC는 총지원금 6억 1470만 유로(한화 약 8850억원) 중 영화 분야에만 전체의 40.3%인 2억 4750만 유로(한화 약 3563억원)를 지원했다.
법제화도 일찌감치 마쳤다. 2021년 6월 ‘주문형 시청각미디어서비스 법령’을 개정·발표했다. 그 결과 2022년 1월 1일부로 글로벌 OTT 사업자(프랑스 내 연 매출액이 100만 유로·한화 약 14억원 이상)에게 자국 콘텐츠 투자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시행하는 첫 번째 유럽 국가가 됐다. 해당 법령에 따르면 글로벌 OTT 기업이 벌어들이는 매출액의 20~25%를 유럽 극장용 영화 및 시청각 콘텐츠에 투자하고, 전체 콘텐츠 제작 투자액 중 20%를 극장용 영화 제작에 투자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CNC의 사례를 참고해 영화계, 극장 그리고 OTT가 상생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프랑스 등 유럽권에선 자국 영화 보호 및 육성에 적극적”이라며 “OTT 시대가 열리면서 급변하는 생태계 속 영화산업이 안정적으로 영위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하는 프랑스의 사례가 주는 교훈이 크다”고 말했다.
독일도 OTT에 영화부담금을 부과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이에 불복해 유럽연합(EU) 일반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하면서 징수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EU 차원에서도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지침’을 통해 글로벌 OTT 사업자에게 편성쿼터제와 재정적 기여 의무를 적용하고 있다.
중국도 OTT 사업자에게 영화진흥기금을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국가영화사업발전전용자금(극장 흥행수입의 5%)과 함께 2012년부터 OTT 플랫폼에서도 문화사업건설비(전체 매출의 3%)를 징수하고 있다. 다만 중국은 법적 체계와 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해 지침을 먼저 발표하고 이후에 법제화하고 있다.